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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오늘부터 ‘아무거나’ 금지
1 생활의 틈에 좋은 걸 채워 넣어요 간장 계란밥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 일요일 오후 세 시에 할 수 있는 일들 놀 것 다 놀고 먹을 것 다 먹고 그다음에 쓰는 일기 “아름다운 것도 좀 보면서 살자”는 잔소리 - 매일 보는 것이 나를 만든다 우리는 소문을 너무 쉽게 믿는다 2 기왕이면 아름다운 말로 인생을 기억하면 좋잖아요 오늘도 나는 단어 냉장고를 성실히 채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하루를 관장하는 신, 작은 친절과 작은 불친절 잘 살고 싶다는 다짐이 라이프스타일이야 작정하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겠네 부러움과 자기 비하의 상관관계 내가 내 인생을 악마의 편집을 하고 있었다 3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미워하는 동안에는 사랑할 틈이 없다 일로 만난 사이 선물을 잘 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나를 팔거나 남을 팔지 않는 스몰토크 연습 좋은 걸 보면 너희 생각이 나 끝이 보이는 관계에 마음을 쏟는 이유 우리에겐 더 정확하고 섬세한 칭찬이 필요해 엄마는 나를 모른다 4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정의하지 않은 거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매해 여름 같은 원피스를 입고 싶다 메뉴를 고르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인생은 원래 장비‘빨’이야 이번 생에 가능한 낭만 사랑 빼고 다 하는 나의 단골 가게들 5 심심함을 견디는 연습 내가 알던 나는 유통기한이 지났어 - 셀프 메이드 백과사전 나를 데리고 ‘잘’ 살기 위해 알아둬야 하는 디테일들 혼자 하는 여행 - 심심함을 견디는 연습 집의 일들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에필로그 나만 쓸 수 있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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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취향은 있지만 그걸 적재적소에 써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 내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취향을 ‘정의’하지 못했을 뿐이니까. 괜히 주변 눈치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지도 잃지도 말자고.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어가면서 나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어가자고.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하는 기분으로 썼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그걸 복습하다 보면 나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는 너무 슬프거나 너무 기쁘면 일기를 안 쓰는 사람이구나. 이런 식으로 나라는 존재가 디테일해지는 게 재밌다. 게임으로 치면 조작법도 모른 채로 같은 자리만 헤매다가, 이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게 된 느낌이다. 아무 버튼이나 되는 대로 누르며 언제 몬스터가 나올지 불안해할 때보단 확실히 사는 게 즐거워졌다. 이게 다 일기 덕분이다. --- p.39 라이프스타일이란 뭘까. 나도 유튜브에서 인기 브이로거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저 사람은 라이프스타일이 참 세련됐네.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해본 적이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란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큼 ‘잘’ 사는 걸 말하는 걸까. 아님 견고하게 쌓아온 자신에게 꼭 맞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걸까. 대충 두 가지를 섞은 것과 비슷한 듯하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의 경우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 잘 살고 싶다고. 잘 살아야 한다고. 이제 더는 나를 해치는 방식으론 살아선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 p.89 선물을 ‘잘’ 한다는 건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좋은 선물엔 무려 세 종류의 여유가 필요하다. 돈, 시간 그리고 마음. 물론 이 여유를 모두 갖추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사랑하는 어른들의 삶에도 물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항상 이런 식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른의 피치 못할 사정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 p.129 내가 소유한 물건들은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자아나 자의식 같은 개념들은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까. 나를 둘러싼 자질구레한 것들(옷, 휴대폰 케이스, 이모티콘, 노트 등등)에 나를 담으려고 애쓴다. 연필 한 자루를 사더라도 나와 닮은 것을 고르고 또 고른다. 그렇게 작은 잔상을 모아 내 방식의 ‘멋’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 p.175 일상의 빈틈에서 ‘나 백과사전’을 읽는다. 나를 기록해둔 것인데도 어느 대목에선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었나?’ 싶다가도 또 한심할 정도로 둔감하다.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인데도 완전히 다른 태도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나를 입체적으로 이해해가는 과정이 즐겁다. 관성에 따라 늘 해오던 대로 나를 해석했다면 권태로워서 일평생 데리고 살기가 괴로웠을 것 같다. --- p.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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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아무거나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주는 확실한 기쁨에 대하여 취향에 관심이 많아진 요즘, 취향이란 과연 뭘까? 국어사전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되어 있다. 취향에는 내가 소유한 물건, 라이프스타일에 한정되지 않고 내 기분을 살피며 좋고 싫음을 또렷이 하는 일도 포함된다. 트렌드 당일 배송 미디어 〈캐릿〉의 에디터인 김혜원 작가는 특정 카테고리를 떠올렸을 때 좋고 싫음이 분명히 나눠진다면 취향이 있는 거,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면 없는 거라는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해보니 작가는 대체로 확고한 취향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바쁜 일상에서는 아무거나를 외치는 사람이기도 했다. 살면서 가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드는 시기에는 꼭 아무거나 먹고, 아무거나 입고, 아무거나 보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행복한 매일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데, 불만족스러운 하루가 쌓여 불만족스러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서 “아무거나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한 번 사는 인생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이 책을 썼다. 작가는 기분과 상황에 맞춰 들을 수 있는 음악, 가고 싶은 장소, 일요 우울을 달래주는 작은 행동 등을 기록해간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몰랐던 취향을 알아가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의 확실한 기쁨’에 대해 하나씩 소곤소곤 들려준다. 내 마음이 괜찮은 게 중요하지! 아무 일이나 하지 않고, 아무 관계나 맺지 않고, 아무 감정이나 느끼지 않기 삼십 대의 여느 직장인처럼 작가는 일요일부터 우울해지는 마음을 물리치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포기하기엔 아까운 시간 ‘일요일 오후 세 시’에 집을 나섰다. 일요일 오후 세 시에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면서 아는 도시가 많아졌고, 이는 여행 한정 즐거움이 아닌 지속 가능한 행복을 알게 해줬다. 또한 자기를 둘러싼 자질구레한 것들에도 ‘나’를 담으려 애쓰는 그는 연필 한 자루를 사도 나와 닮은 것을 고르며 자기만의 방식의 취향과 멋을 만들어나간다. 관계에 있어서도 분명하다. ‘나한테 잘해준 사람 좋은 사람, 상처 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관계 방정식을 통해 아무 관계가 아닌, 나에게 분명 좋은 관계 맺기를 한다. 괜히 어중간한 마음으로 모두를 품어보려 애쓰다가 소중한 사람까지 놓치느니 ‘단 건 일단 삼키고 쓴 건 뱉기로 한다. 미워하는 동안에 사랑할 틈도 생기지 않으니까 사람이든 물건이든 좋아하는 마음에 더 큰 에너지를 쏟는다. 싫어하는 것 말고 좋아하는 것부터 챙기다 보면 행복한 매일을 차곡차곡 쌓여 행복한 인생이 되리라 믿는다. 오늘도 성실히 단어 냉장고를 채우고 ‘나’를 기록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고 살자는 말에 누군가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반문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인생이면 좋겠지만, 보통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고 홀로 떨어져 살지 않는 한 누군가와는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평범한 일상에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늘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조금 더 만나며 ‘좋음 리스트’를 늘려가다 보면 인생도 좀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될 것이다. “기왕이면 성의 없는 감탄사 말고, 비속어나 유행어 말고, 아름다운 말로 인생을 기억하고 싶다”는 작가는 오늘도 성실히 단어 냉장고를 채우고 ‘나’의 디테일을 기록하고 복습하며 스스로를 돌본다. ‘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완전히 다른 태도가 불쑥 튀어나온다고 한다. 만사 귀찮아질 때, 무기력해질 때, 취향이 뭔지 모를 때, 이 책을 읽다 보면 일상에 방치해뒀던 아무거나 영역을 살피고, 주변의 것 말고 ‘나’의 디테일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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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에세이를 읽는다. 저마다 생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그럼에도 어떤 기쁨들을 찾아냈는지 보고 나면 오랜 낙담이 작은 용기로 바뀌는 기분이 들어서. 잘 산다는 게 대체 뭘까? 김혜원 작가는 그 복잡한 물음에 담담히 대답한다. 자신에 대한 더 많은 디테일을 가지고, 그저 스스로를 조금 더 자주 웃게 해주는 일이라고. 이를테면 일요일 오후 세 시, ‘무언가를 시작하긴 애매한데 그렇다고 하루를 포기하긴 아까운 시간.’ 그럴 때 굳이 몸을 일으켜 좋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일 것이다. 내 기분을 돌볼 줄 아는 사람. 내일 말고, 한 시간 뒤에 나아지려는 사람. 그는 그런 마음으로 ‘아무거나’ 대신 나에게 속하는 ‘좋음의 리스트’를 하나둘 늘려간다. 다행이다. 사는 게 어렵게 느껴질 때마다 펼쳐 읽고 싶은 에세이가 하나 더 생겨서. -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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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는 인생 전체에 작용하는 중력이다. 조금만 생각을 방치하면 일상은 순식간에 아무거나 천지가 되어 바닥에 눌어붙곤 하니까. 김혜원 작가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명확하다는 것과 동의어인 듯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을 달다고 느끼고 무엇을 쓰다 느끼는지 분별해내는 명확함. 그는 일요일 오후 세 시에 집을 나설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반쯤은 월요일의 몸이 되어 길 건너 슈퍼에 갈 에너지도 아끼고 싶은 옹졸한 시간, 고속도로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날 수 있는 용기는 분명 자신에 대해 부지런히 채집해온 데이터 덕분일 것이다. 유쾌하고 단단한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나 역시 일상에 방치된 아무거나의 영역들을 좀 더 또렷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 난다 (『어쿠스틱 라이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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