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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그해 여름 끝(夏日落) 제1장 어둠이 몰려오고 제2장 한차례 바람이 분다 제3장 하늘을 가르는 총성 제4장 죽음의 그림자 제5장 단절된 두 사람 제6장 말라버린 강물 제7장 초조한 만남 제8장 침묵 속으로 제9장 여름 해가 지다 류향장(劉鄕長) 한쪽 팔을 잊다 후기 : 「그해 여름 끝」 출판 금지 전말 옮긴이의 말 |
Yan Lianke,閻連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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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느린 발걸음은 마치 늦게 밭갈이에 나서는 늙은 소 같았다. 해가 지고 황혼이 내릴 때까지, 이 짧지만 느리고 지루한 시간이 부대의 영내에서는 하루 가운데 주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초병의 등 뒤로 보이는 군영은 변함없는 하나의 세계였다.
- “지도원 자네가 내게 부대대장을 맡으라고 한다면 나는 죽어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걸세!” 지도원이 중대장을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다시 풀밭 위로 몸을 던졌다. 하현달이 그의 머리 위로 가볍게 이동하면서 푸른빛이 부드럽게 그의 이마를 비췄다. 밤은 짙은 남색이었다. 갑자기 구름이 보이지 않고 귀뚜라미 소리도 뚝 멈춰버렸다. 10년 전 남부 전선 전투에서 갑자기 찾아왔던 죽음 같은 고요함과 너무도 비슷한 고요함이었다. 소름이 끼치면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도원이 이런 차가운 적막에서 벗어나 입을 열었다. 어느 날 자신이 정말로 교도원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오린을 부대대장의 자리로 끌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중대장은 빙긋이 웃으면서 그런 말만으로도 고맙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꿈속에서라도 부대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라오가오, 보아하니 총을 훔친 범인은 자네와 나를 겨냥하고 있는 것 같네.” 지도원은 흠칫 놀라며 중대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중대장과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방 안에서는 파박, 스파크 이는 소리가 들렸다. 종이처럼 얇은 백회가 벽에서 부서져 내려 두 사람 사이로 떨어졌다. 별이 하나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장미 한 송이가 발 옆에 떨어진 것 같기도 했다. 형광등이 옹 하고 울리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장갑차와 탱크가 두 사람의 피부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어서 해는 한순간 고요함과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의 상서로운 조화 속에 휘감겼다. 고요함 속의 온기가 사람의 마음을 감싸 안았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추호의 흑심도 담아둘 수 없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지는 해 속에서 요동치며 끝없이 흐르는 강물이 천천히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와 세상의 모든 번잡함을 깨끗이 씻어내주는 것만 같았다. - 지도원이 웃으며 말했다. “몰래 엿들었지. 그렇다고 날 원망하진 말게. 듣고 나서 감동을 받으면서도 질투가 나기도 했지. 우리가 살면서 뭘 더 바라겠나? 자기 인생의 몫을 살아내는 것뿐이지. 자네도 자신을 너무 속박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꼭 찾아가보도록 하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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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끝」,
삶의 변곡점에서 드러나는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그리다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카프카문학상 수상자이자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옌롄커의 대표 소설집 「그해 여름 끝」의 이야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제한적 공간, 군대에서 총기가 분실되며 시작된다. 두 주인공 중대장과 지도원에게는 진급할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강제 전역을 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잃어버린 총을 찾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서로의 과오를 들쑤시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하지만 그 순간 하늘을 가를 듯한 총성이 울리고 그들의 삶은 또 다른 변화를 맞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바로 우리의 뜻과 다르게 인생의 방향이 마음대로 바뀌는 때, 중대장과 지도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총기가 분실된 것 같은 때 말이다. 지도원이 중대장에게 하는 마지막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우리가 살면서 뭘 더 바라겠나? 자기 인생의 몫을 살아내는 것뿐이지. 자네도 자신을 너무 속박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인생의 방향이 틀어진 것 같을 때, 스스로 자책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에는 종종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게 마련이니까. ‘죽음’이 있어서 더 찬란한 ‘인생’ 총기 분실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아주 긴박한 상황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두 주인공 중대장과 지도원의 시선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있는 그 누군가를 향해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들이 목표로 삼은 출세만을 위해 앞으로 달려갈 뿐이다. 누군가는 죽음을 향해 달려갈 때, 또 누군가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나아간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가장 평안한 순간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 죽음은 전혀 생각지 못한 미지의 세계일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삶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다시금 기억해야 할 것은 죽음이 있어서 삶이 더 찬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해 여름 끝,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삶과 마주하기 바란다.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모른 체하는 게 아니라, 죽음이 있어서 오늘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