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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을 집어 삼킨 참혹의 세월] 깊은 골짜기 산싱촌에는 목구멍이 막히는 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도처에 만연한 죽음과 이를 극복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몸부림을 통해 어둠의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삶과 죽음이라는 긴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한다. 옌롄커가 부상당한 몸으로 뜨겁게 써 내려간 처절한 생존기. -소설MD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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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_한국 독자들께 보내는 글
1부 천의(天意)에 주석을 달다 2부 낙엽과 시간 3부 갈황민요(褐黃民謠) 4부 젖과 꿀 5부 가원(家園)의 역사 옮긴이의 말 |
Yan Lianke,閻連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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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 더 살게 해줄 수 없겠어? 나를 며칠만 더 살게 해줄 수 없겠냐고.”
하지만 이 말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사촌형들은 비참하게 죽어갔다. --- p.24 그녀가 자신은 더 이상 남자를 보고 싶지 않고 남자를 보기만 해도 똥을 삼킨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낫도 함께 떨리면서 날 위에 붙어 있던 밀알 즙이 햇빛 속에서 눈부시도록 푸른빛을 띠었다. --- p.146 “주민 여러분, 잘 들으세요. 링인거 수로가 산등성이 저쪽까지 준설됐어요. 마을 사람들이 산등성이로 돌아왔어요. 다들 그만 자고 일어나 사람들을 맞아주세요.” --- p.234 수로 준설 공사를 시작하고 반년이 지나자 바러우산맥에는 바람결에 비릿하고 신선한 밀 향기가 풍겼다. 아직 피지 않은 들꽃 봉오리들이 뒷산 비탈과 밀밭 사이에서 바삐 고개를 흔들며 욕을 해댔다. --- p.350 “남자로 부족하면 여자들을 동원하지요. 마을 여자들도 전부 왔으니까요. 큰 조각은 남자들 다리에서 절개하고 작은 조각은 여자들 다리에서 절개하지요. 아이들 피부만 절개하지 않고 남겨두면 되지 않겠습니까.” --- p.442 루 주임은 훌륭한 간부였다. 쓰마란도 늙어서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마을 사람들에게 이 간부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일하는 모습이 바람 같고 비 같은 루 주임은 사흘 뒤에 정말로 산싱촌을 찾아왔다. --- p.523 “촌장님이 돌아가셨어요. 앞으로는 모두들 내 말을 들어야 합니다. 여자들은 수의를 짓고 남자들은 무덤을 파도록 하세요. 모두 그만 자고 일어나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합시다. --- p.649 “난 큰형보다 오래 살고 싶어. 마흔한 살까지 살 거야.” 쓰마란이 또다시 밀기울 반 줌을 그릇 세 개에 나눠 넣으면서 말했다. “이건 기름을 발라 구운 만터우고 이건 계란탕이야. 그리고 이건 기름에 볶은 채소가 아니라 고기를 배추와 당면을 곁들여 푹 찐 거야.” --- p.747 그들은 굶어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굶어 죽기 직전에 굶주림에 미쳐버린 까마귀 떼에 쪼여 죽은 것이었다. --- p.826 달이 지는 시간을 뚫고서 마을 거리 집집마다 사람들이 쭈그려 앉아 밥을 먹던 바위들이 커졌다. 문지방도 높아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왕성하던 나뭇잎은 축소되어 새싹으로 돌아가고 건장하던 소는 송아지가 되었다. 무덤 속에 죽어 있던 사람들은 전부 세상으로 돌아왔다. --- p.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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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밀어서 옮길 수 없는 맷돌 같았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영원히 순환되는 어둠의 역사 그는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바러우(??)산맥의 깊이 파인 주름 안에서 죽음은 예나 지금이나 산싱촌(三姓村)만을 편애했다. 사흘 동안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소리 소문 없이 누군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다 집을 떠난 지 보름이나 한 달이 지났는데도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서쪽에서 뜬 건 아닌지, 파란색이나 진한 보라색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어리둥절해하며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놀라곤 했다. (16쪽) 고난 서사의 최고 걸작인 『일광유년』은 한 마을의 3대에 걸친 파란만장한 세월을 그린다. 바러우산맥의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산싱촌은 란씨, 두씨, 쓰마씨의 세 성을 가진 주민들로만 구성된 마을이다. 일찍이 번영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대부분 목구멍이 막히는 병에 걸려 죽어갔기에 수명은 마흔이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온 마을 사람들은 목구멍 병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노력을 하며 일생을 보낸다. 특히 소설은 쓰마란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중심에 두며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일대기를 형상화하는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건 권력과 생애와 생육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욕망이다. 더불어 소설은 도처에 만연한 죽음을 여실히 감각하며, 생명과 삶은 죽음을 전제로 함을, 죽음이 곧 삶이고 생명은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심도 있게 성찰한다. 신실주의의 최고봉 온몸으로 쓴 옌롄커의 역작 『일광유년』은 옌롄커가 온몸으로 쓴 역작이다. 작가는 심각한 요추 부상을 겪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특별 제작한 특수 선반 위에서 4년여의 시간을 보낸 끝에 이 소설을 완성해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시간 속에서도 작가는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자신의 생명과 영혼을 담아냈는데, 결과물인 『일광유년』은 ‘발분지작(發憤之作)’의 글쓰기이며, 그 빼어난 성취이다. 특히나 『일광유년』은 옌롄커 소설의 미학인 신실주의(神實主義)가 반영된 작품이다. 현실에서 나타난 표면적인 논리 대신 존재하지 않는 진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 진실에 가려진 진실까지 찾으려 하는 미학을 작가는 신실주의라고 명명하는데, 그 방법론으로 환상적 요소를 소설에 적극적으로 들여온다. 그럴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강렬과 극단이다. 『일광유년』은 강렬하고 극단적인 상황과 인물과 서사 속에서 어느 문장이건 뜨겁게 읽힌다. 작가의 말 저는 이 작품을 쓰는 데 4년이라는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4년이라는 시간은 제가 심각한 요추 부상과 경부 질환을 겪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의 전반부를 침대에 엎드려서 써야 했고 후반부는 특수 제작한 글쓰기용 선반에서 완성했습니다. 그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가구 및 설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베이징의 한 공장에서 저의 몸 상태에 맞게 특별히 제작한 선반으로, 누워서도 글을 쓸 수 있고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한 책상과 의자의 결합체였습니다. 매일 글쓰기용 선반에 엎드려 글을 쓰다 보면 팔이 거의 제 얼굴과 평행을 이룬 채 안정적으로 글쓰기용 판자와 함께 허공에 걸려 있었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그 4년의 글쓰기를 지금은 감히 되돌아보지도 못합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시간이지요. 하지만 다행히 『일광유년』은 중국에서 출판된 뒤로 제 일생의 글쓰기에서 비교적 쟁의가 적은 책,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책이 되었습니다. 옮긴이의 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글쓰기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영혼을 담아 목숨을 걸고 써내는 이른바 ‘발분지작(發憤之作)’과 일정한 목적과 어젠다에 따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온갖 미학과 예술적 기교를 총동원하여 써내 감각에 호소하고자 하는 ‘무병신음(無病呻吟)’이 그것이다. 진실이 역사를 정리하듯이 문학 예술도 결국은 ‘발분지작’들만 살아남게 된다. 물론 나는 옌롄커가 절대적으로 ‘발분지작’의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글을 쓴다. 잘못 알려진 것처럼 체제에 저항하고 비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의 사유와 글쓰기의 초점은 정치적·사회적 현실이 아니라 원초적인 인간의 존재와 그 존재를 둘러싼 조건이다. _김태성 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