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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다 제목이 있지만, 따로 목차로 정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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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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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던 그때는 비행기의 흡연석과 금연석의 경계가 모호했다. 금연석에 앉아 있었어도 흡연석과 가까운 자리면 담배 연기를 고스란히 맡아야 했다. 레스토랑에도 흡연석과 금연석이 있었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던 때는 파리의 지하철 중 이 층짜리 RER 열차의 일 층은 흡연석이기도 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 앉고 싶은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원치 않은 곳에서 내내 힘들었다.
--- p.14 언젠가부터 그리운 날이면 에펠탑이 보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울고 싶을 때 에펠탑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소리 내 울지 못하고 울음을 삼키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에펠탑은 내 그리움의 한구석이었다. --- p.77 "어디서 사랑 고백을 받고 싶어?" 누군가 뜬금없이 던진 질문에 우리는 모두 설레었다. 어떤 친구는 에펠탑 꼭대기에서 고백받고 싶다며 그날을 위해 에펠탑에 오르는 것을 아끼고 있다고 했고, 어떤 친구는 센강에 앉아 함께 노을을 보며 고백받고 싶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어느 작은 성당에서 고백받고 싶다는 등 우리는 참 다양한 곳에서 설레는 사랑을 꿈꿨다. --- p.84 2002년엔 파리 시청 앞 광장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서 그곳에서 열심히 응원할 수 있었다. 한국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TV로 보며 한국에 가고 싶었지만 파리 시청 앞 광장이 있어서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학교 수업 중인 아침이나 낮에 월드컵 경기가 열려서 경기를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휴대폰도 없고 인터넷도 쉽지 않아 시청에 가지 않으면 경기 진행을 알 수 없으니 무작정 뛰었다. --- p.102 비 오는 것을 왜 이렇게 싫어했을까. 생각해보면 비가 아니라 비로 인해 젖는 것이 싫었다. 비가 오면 촉촉해지는 기분이 싫었다. 빗물 때문에 찝찝한 기분이 싫었다. 그래서 비에 젖지 않도록 비가 그친 후 걸었다. 하지만 비가 내릴 때 나를 젖게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니라 땅에 고여 있는 빗물이었다. --- p.159 오랜만에 꺼낸 일기장엔 힘들고 우울하다는 말이 가득했지만, 무엇 때문에 힘들고 우울했는지 그때의 아픔이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고 아프지 않다. 어쩌면 그 시절에는 어디에 있건 나는 힘들고 우울하지 않았을까,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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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어떤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려 할까. 돌아가고 싶은 건 그때의 나일까, 그때 머물던 그곳 때문일까….
20대의 우리는 어디에 있건 힘들고 우울했을지 모른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20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당시 왜 우울했는지 그때의 아픔이 기억이 나지 않고 아프지 않다. 오히려 내 생애 가장 빛나고 소중하며 찬란한 순간이었다고 떠올린다. 한 번은 스쳤을 것 같고, 때때로 같은 공간에 머물렀을지도 모르고, 한 번이라도 파리에서 머물렀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당신의 그리움의 한 구석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