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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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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죽음 앞에선 모두 철학자가 된다 ·나의 죽음을 알게 된 날
2장 잘 낭비한 시간
3장 어쩔 수 없이 지나온 것들 · 정직과 그것의 결여
4장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로 살아가는 일
5장 끝없는 질문과 대답 · 종교, 과학, 인간의 역경에 관하여
6장 비관주의자가 본 희망
7장 후회와 자기혐오에 관하여
8장 내가 하지 않은 선택과 화해하기
9장 끝은 언제나 시작으로 이어진다
10장 변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들

저자 소개 2

저로버트 판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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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Pursuit of Wonder〉와 같은 이름의 프로덕션 회사의 창업자이자 기획자이다. 〈Pursuit of Wonder〉는 철학, 과학, 문학에 바탕을 둔 주제와 단상을 짧은 이야기와 영상 에세이 안에 담아 소개하는 채널이다.
번역가이자 작가. 달리기와 자전거를 사랑하고 각종 스포츠 중계와 미드,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챙겨 보며, 틈틈이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배우는, 좋아하는 것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건강한 자기중심주의자’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단순히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라디오 작가가 됐다. 겨우 메인 작가가 될 무렵 아이를 가지면서 방송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번역을 시작해 10년이 넘어가면서 점차 인정받는 번역가가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번역가로서 만나온 단어들과 그에 관한 단상들을 쓴 책 『먹고사는 게 전부가
번역가이자 작가. 달리기와 자전거를 사랑하고 각종 스포츠 중계와 미드,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챙겨 보며, 틈틈이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배우는, 좋아하는 것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건강한 자기중심주의자’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단순히 ‘라디오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라디오 작가가 됐다. 겨우 메인 작가가 될 무렵 아이를 가지면서 방송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번역을 시작해 10년이 넘어가면서 점차 인정받는 번역가가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 번역가로서 만나온 단어들과 그에 관한 단상들을 쓴 책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로 처음 ‘지은이’로서 독자들을 만났다. 두 번째 책 『오늘의 리듬』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현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했으나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여전히 서툰 어른 생활을 헤쳐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나쁜 페미니스트』 『헝거』 『케어』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센 언니, 못된 여자, 잘난 사람』 『트릭 미러』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인종 토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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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276g | 122*190*12mm
ISBN13
9788954447386

책 속으로

살면서 어떤 순간이든 모든 것이 무너지거나 순간적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일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하늘과 땅처럼 다른 일이었다. 실은 그가 입을 열기 전부터 나쁜 소식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손의 미세한 떨림이라든가 담담한 척하는 얼굴 표정이 만들어낸 무거운 공기를, 같은 공간에 있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를 천천히 관찰하면서 나의 막연했던 느낌은 추상적인 직감의 영역에서 의식적인 확신의 영역으로 옮겨 갔다. 억지로 크게 뜬 그의 눈동자에서 나의 운명을 보았다. 내 생이 짧아지고 있었다.
--- p.9


막연히 상상하기로 나의 이른 죽음이라는 낯설고 특이한 상황에서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홀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줄 알았다. 내게 남은 시간이 한 줌밖에 없다면, 그러니까 내가 다시는 이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없고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남길 기회가 없다면, 그동안의 인연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러나 예상과 달리 내가 가장 오래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남이 아닌 나였다.
--- p.71~72


홀로 있는 모습에 보편적으로 외로움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나는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실 한 번도 없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단순히 혼자 있는 것과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고 느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혼자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혼자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어떤 사람과 한 공간에 있다 해서 그와 반드시 가깝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다. 외로움의 원인이 물리적인 거리에 있지 않은 건 명백하다. 그보다는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 그 안에서 나 자신과 교감하는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 p.72~73


확실한 건 어느 누구도 어떤 일을 했거나 해내지 못할 때까지는 그것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엉뚱한 일을 택하여 자기의 길이 아닌 길을 가면서 세월을 허비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선택했다면 탁월하게 해냈을 일을 찾아내기 바로 전에 포기하거나 죽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것이 어떤 일이든 특별히 위대한 일을 할 정도의 재능과 인내심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관심사가 있거나 재능이 있다면 반드시 시도는 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그뿐이기 때문이다.
--- p.76~77


우리의 모든 성공과 아름다운 순간들은 우리 각자의 실패와 처참한 순간들과 함께 결국에는 잊힐 것이다. 이 세상의 끝처럼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는 이 세상의 진짜 끝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슬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 내 앞의 탁자 위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올려놓을 자유도 있다. 우리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뿐이지 않을까. 나의 자아와 모든 시공간을 딱 한 번만 지나가는 이 시점의 나. 이것이 내가 믿는 전부다.
--- p.90~91


모든 사람에게는 조언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도 줄 수 없는 조언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위안이나 조언도 아니다. 이것은 어떤 사람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종류의 조언일 것이다. 이 세상이 모든 사람으로부터 감추고 있는 조언 ? 즉,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하는가.
--- p.110


결국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우리가 숭배해야 대상은 단지 지금 현재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모든 현재이다. 모든 흐름은 각각 다른 시간과 공간이라는 창을 통해서만 인식될 것이다. 내가 오늘 한 일을 숭배하고 믿어야 한다. 내일 내가 한 일을 믿고 숭배하지 않는 한에서 그래야 한다. 오늘과 내일은 얼마든지 모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경험보다 선행할 수 없고 새로운 대상이 어떤 능력이나 감정을 드러낼지 짐작하지 못한다. 오늘 어떤 사람의 얼굴을 그릴 수 있지만 내일이면 그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이 된다.”
--- p.118


아마도 나의 관점이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염세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확실히 비관주의 쪽으로 더 치우쳐져 있긴 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이 마치 사실이 아닌 양 지내는 편이 더 비관적이지 않을까? 나의 진짜 생각, 진짜 감정, 이 삶이 품고 있는 사실에 무지한 척하거나. 현실을 현실이 아닌 척하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건 우리가 존재의 진실을 다룰 능력이 없다는 걸 뜻하지 않을까? 너무나 나약해서 다른 방향을 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내게는 그것이 훨씬 더 비참하게 느껴진다.
--- p.168


인간에게 주어진 의식적인 삶이 선물인지, 저주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사랑한다는 건 곧 잃는 것이다. 생각하고 시도한다는 건 곧 실패를 의미한다. 산다는 건 죽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하는 편이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까? 나는 시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인생의 가장 크고 아픈 비극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사랑하고 시도하는 것은 너무나 경이롭고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필연적이고 비극적으로 파멸할 가치가 있다.
--- p.173


누군가 모든 것이 의미 없다 말한다면 그 발언조차 의미 없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끝없이 퇴보하는 세상 속에서 인생이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조차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된다. 유에 중요성을 두고 있기에 무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의미 그 자체이기도 하고 의미를 창조하는 기계이기도 하다는 역설을 피할 수가 없다. 모든 지각 속에서, 낙관적이고 비관적인 모든 사고 행위 안에서, 반항과 복종의 모든 행동 안에서 인간은 인생의 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의미 부여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의미 찾기와 또다시 열렬히 사랑에 빠지는 일 역시 피할 수 없다.
--- p.175


“나는 행복한가”라고 물으면 그 질문은 곧 대답 그 자체가 된다. 굳이 물어야 한다면 아마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이 질문은 “무엇이 행복인가” 혹은 “나는 어떻게 하면 행복한가” 등으로 다양한 변주를 이끌어낸다. 이때쯤 되면 이 질문이 애초에 물을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질문으로는 그리 듣고 싶은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 p.230


어떤 시점이 되면 거의 모든 것은 내가 지각하는 만큼의 가치만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테일까지 알아보고 관심 갖는 일이 너무도 중요해진다. 삶의 신비에 경탄하고, 배우고, 경험하는 일은 모든 대상과 모든 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삶의 심오함을 느끼고 아는 것. 모든 것을 생각하고 질문해보는 것. 원목 마루의 단순한 옹이와 연못의 물방울에서도 생성되는 미지의 원동력과 내가 하나라고 느끼는 것. 사는 동안 어린 시절에 느낀 순수한 경이를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종종 재발견하는 것. 이것은 아마 언제까지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될 것이다.

--- p.248

출판사 리뷰

시간, 존재, 불안, 절망, 고독, 행복, 경이, 부조리…
죽음과 삶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철학적 주제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 중에 가장 두려운 질문은 단연 죽음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급적 죽음을 외면하려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한 몸처럼 붙어 있지만 우리는 삶에 더욱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감춰둔 죽음은 한동안 우리 삶에서 자취를 감춘다. 평소엔 절대 마주칠 일이 없던 나의 죽음은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와 같은 죽음의 실재를 다루는 이야기를 통해 불현듯 나타난다. 자기 자신과 이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던져지는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애써서 피해왔던 그 질문, 죽음을 마주하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죽음은 필연적으로 나의 이야기가 된다.

“종말의 불확실성은 일종의 신기루 효과와 같다. 이 효과는 우리의 의식에 우리가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주입한다. 나에게는 여전히 내일이 있으므로,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내일을 다 가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줄곧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의 내일이 빠르게 사라져버리기 시작했다." (p.182)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는 죽음과 동행하며 자기 내면의 지도를 따라 스스로 문답한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낸다. 내게 남은 모든 순간에 죽음이 함께한다는 뼈아픈 인식 아래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다양한 철학적 주제는 그 자신뿐 아니라 그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누구인가?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에게 시간이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삶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등 곰곰이 곱씹어볼 만한 질문부터. 빠르게 흐르는 시간, 복잡한 사람 사이의 관계, 대화의 어려움,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가족,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진심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삶의 불확실성에 근거한 답이 없는 우리 삶의 미완의 문제들을 그가 던지는 질문에 겹쳐 보다 보면, 자기 안에서 단서를 찾는 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끝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자기 자신과의 화해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의지를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나약함과 동시에 그를 뛰어넘는 강인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단서가 타인이나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죽음 앞의 유한한 모든 날들을
영원한 기록으로 잇는 나 자신과의 대화
“삶으로 향하는 모든 내적 동기는 우리 안에 있다”


죽음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삶의 불안과 공허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쳇바퀴 안에서 똑같이 돌고 도는 우리의 삶에 긴장감을 더하기도 한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죽음이라는 혼돈 속에서, 균형을 잡고 일종의 평화를 찾은 그의 이야기는 그렇기에 아주 무겁고 어두운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죽음 곁에서 그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유한한 삶에 어떤 가치와 경이로움을 찾을 수 있는지,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우리 삶에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결국 삶과 죽음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고 오롯이 혼자 겪는 일이다. 때문에 그의 여정을 함께하는 일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 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살면서 나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다. 수만의 군중 속에 있을 때도 각각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개별적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두뇌마다 다르게, 순간마다 다르게, 한 번이자 영원토록 홀로 경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희망이어야만 한다.” (p.75)

어떠한 사람도 자신의 시작점을 선택할 수 없다. 최초의 우리는 우연에 의해 자신이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 태어났든 우리는 ‘나와 조화를 이루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다.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제로 가지고 있으며 진짜로 빛나고 있는 바로 지금’이다. 죽음에 대한 질문은 그렇게 바로 이 지금에 대한 의미를 상기시킨다.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지금의 우리에게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이해나 완벽한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이 여정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여정과 모르는 여정은 분명 차이가 있다. 죽음은 내 안에 고여 있던 생의 감각, 삶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나 자신과의 대화는 나 자신뿐 아니라 주위를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내 안의 감정, 말과 행동, 가족, 친구, 흘려보낸 하루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이 생 안에서의 딱 하루, 오늘, 지금을 잘 보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가 실제로 가지고 있으며 진짜로 빛나고 있는 바로 지금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뿐이지 않을까. 나의 자아와 모든 시공간을 딱 한 번만 지나가는 이 시점의 나. 이것이 내가 믿는 전부다.” (p.91)

삶에 정답은 없다. 죽음을 곁에 두고 쓴 그의 글도 결국은 정답 없는 질문뿐이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기록에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하루가, 그의 마음이 언젠가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생의 끝자락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끝에서 남긴, 존재의 증명이기도 한 그의 기록은 그래서 삶을 향한 열렬한 고백으로도 느껴진다. 그의 글을 통해 죽음이 당장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언젠가 반드시 나의 이야기의 가장 끝에 올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마지막 날을 예전만큼 두려워하지 않고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
이 책을 번역하고 집으로 갈 때 나의 표정은 엄숙했지만 어둡지는 않았다. 다소 비관적인 세계관이 오히려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게 했고, 차갑고 이성적인 문장들은 생을 향한 열렬한 고백처럼 느껴졌다.
죽음 앞에서 나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어진 시간을 잘 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와 함께 사색하면서 존재의 근원과 생의 아름다움을 직시하려 노력했고,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깊고 오묘한 세계의 문을 열 수 있었다.
- 노지양, 번역가

추천평

죽음이 문을 두드린다는 소식을 갑작스레 접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삶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사고실험에 나선다. 당신은 절망과 슬픔을 피하기 위해 삶을 피하고 있지는 않는가. 인생과 자아에서 도망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우리의 마음은 무엇으로 가득 차게 될까. 영화 〈마션〉이 화성에 홀로 남은 한 인간의 생존기를 일기 형식으로 그렸다면,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지구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스스로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의 삶을 여기 펼쳐 보인다. - 이다혜 (작가)
서른다섯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작가가 있다.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죽음이야말로 세상의 많은 일 중에 유일하게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안으로 침잠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일기. 죽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금 살아 있는 나 자신뿐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 또한 죽음을 앞둔 존재이기에 마지막까지 분투하는 그의 철학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리뷰 총점 9.6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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