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론』에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사람들이 자유를 향유하며 스스로를 존중하고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정의론』은 21세기 한국 사회에 어떤 말을 전할까?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꿈꾸면서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의론』과 어떤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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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의론』 자체가 모든 현실적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를 분석하여 대안을 제시할 때 『정의론』이 이론적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대가 배를 직접 끌지는 않지만, 광활하고 어두운 밤바다에서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이론적 기여는 철학을 공부하는 후학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p.17

교육과 입시에서 공정성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학문적으로 빈번하게 언급되는 논의는 롤즈의 정의론이다. 이는 롤즈가 자신의 정의론을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라고 명명하여 공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인데, 롤즈의 공정성 개념을 활용하여 제시되는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 정책 논의가 롤즈의 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 p.53

롤즈 논의에서 일을 좁게 해석하든, 아니면 넓게 해석하든 롤즈에게 일은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의미 있는 일이 자존감의 형성에 중요한 사회적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 p.96

더욱이 롤즈의 정의로운 저축의 원칙은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문명과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삶의 질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삶의 질의 추구가 극대화가 아닌 최소치 충족sufficiency이어서 파핏이 제기했던 당혹스러운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 롤즈의 원칙은 미래 세대가 누구인 지와 관계없이 정의로운 제도와 문화를 유지하고 확립할 수 있는 최소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 p.148

롤즈의 『정의론』이 출판된 이후 50여 년 동안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지만, 현대 사회의 불평등 심화 현상은 롤즈 정의론이 아직 사회에 충분히 제도화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우리가 롤즈 정의론에 관심과 사랑을 가졌다는 것은, 바로 롤즈가 꿈꾸는 사회, “모든 시민이 적절한 수준의 사회적·경제적 평등의 토대 위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사회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Rawls 2001:139). 만약 우리가 롤즈와 마찬가지로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면, 실현 가능한 이상향realistic uto ia을 지향하는 롤즈의 기획인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이 장에서 논의된 주거의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 정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 p.238~239

롤즈가 즐겨 인용했던 칸트의 표현처럼, 정의가 없다면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없을 것이다(Rawls 1999b:128).
--- p.239

롤즈는 인간에게 두 가지 능력, 즉 가치관과 합당성 특히 정의감이 있다고 보았다. 가치관에 해당하는 합리성은 어떤 것이 자신의 삶에 더 부합하는지를 숙고하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합리성의 능력은 사회제도를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더 많은 경험을 통해서 점차 증진된다.
--- p.331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정의론』과의 대화를 이어 나가길 소망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특히 한국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의론』은 어떤 대화를 건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