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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 011
프롤로그 … 013 감정 위장 … 018 떠돌이 개 … 032 달과 별 … 049 껍질조차 다 벗겨진 너와 나 … 073 걷는 법 배우기 … 100 서로의 버팀목 … 126 넓고 푸르른 초지 … 147 켄타우로스 … 162 아직 준비 안 됐다고 … 183 구불구불 휜 길 … 212 나를 내보내줘 … 237 월마트 … 247 수백 명 더 … 260 올리비아 … 265 숨겨진 언어 … 274 부서지며 길들어가는 우리 … 279 루트비어 … 296 나를 따라와 … 304 강으로 … 312 단 한 잔도 … 323 몇 차례의 파도 … 335 벨 … 347 온화한 존재들 … 356 감사의 말 … 363 옮긴이의 말 … 367 |
Ginger Gaff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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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주인을 닮는다고들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주가 되어가는 것이다. 말들은 주인의 내면에 자신을 녹아들게 한다. 감정의 위장이다. 목장에 있는 말들은 오랫동안 망가진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얼굴에, 몸의 자세에, 각자의 독특한 움직임에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다닌다. 이 신체적 표현은 말들이 즉각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두려움과 그 사촌들─분노와 짜증과 고통─은 재소자들의 걸음걸이에, 들의 어깨와 목에, 굽은 등에 실리고 눈썹 밑 그림자에 숨어 그들로 하여금 곁눈질로 주위를 살피게 만든다.”
--- p.22 “이걸 씌우게 해줄 거야? 그 정도로 가까이 가도 돼? 준비됐어?나는 호크의 어깨 쪽으로 다가간다. 호크가 옆으로 물러나더니, 목을 꺾어 검은색 수장굴레와 붉은 리드줄을 쉭쉭거리는 뱀 보듯 빤히 바라본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야. 나는 굴레의 버클을 흔들어 짤랑거리는 소리를 낸다. 호크는 몇발짝 더 물러나지만 멀리 가버리지는 않는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녀석의 기갑**과 어깨, 가슴팍 가운데를 살살 긁어준다. 팔을 얼굴 가까이 더 들어올려 귀 근처를 긁어주면서 노랫말 없는 단순한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녀석의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 p.30-31 “플로르와 새라는 감정이 북받쳐 먹먹해한다. 아래 속눈썹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이 목장에서 두 암말에게 손끝 한번 대지 못한 채 지내온 시간이 얼마인가. 그리 크지도 않은 목장인데 말이다. 여기서는 모든 인간, 모든 동물이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루나와 에스트렐라는 고립되고 외상을 입은 채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건지, 플로르와 새라는 잘 안다.” --- p.61 “나는 이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무언의 상태로 살기를 택했다. 심지어 내 방에 혼자 있을 때조차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잠잠한 공간에서 살았고, 거기서는 침묵이 나를 보호해주었다. 나에게 언어는 보통 사람에게 그것이 가지는 의미─자신을 표현하는 힘─가 아니었다. 세상을 이해하는 힘도 아니었다. 나에게 언어는 모든것을 베어버리는 칼과 같았다.” --- p.65 ““저 말들이 여러분을 존중하길 바란다면, 먼저 여러분이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해요.” 나는 주의를 단번에 집중시킬 정도로 크게 말한다. “어떻게 걷느냐, 어떤 자세로 서 있느냐를 보고 말들은 여러분을 짓밟을지 순순히 따를지 결정할 거예요. 그뿐 아니라 여러분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가짜배기인지도 판단할 거예요. 내 말을 믿으세요. 말들은 차이를 알아요.” 그러자 남자들 모두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완벽한 자세로 서려고 몸을 가다듬는다.“ --- p.105 ”나는 어딘가에 속한 기분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 사람이 쉽게 느껴진 적이 없다. 겉에서 읽히는 것─제스처, 걷는 모양, 고개를 든 각도 등─이 입에서 나오는 말과 일치하지 않아서다. 나는 파티에서 구석에 처박혀 꼼짝도 안 하는 여학생이 아니다. 아예 파티에 가지 않는 여학생이다. 그런데 플로르와 새라, 렉스와 폴, 심지어 랜디와 같이 있을 때면 내가 그들에게 속해 있음을 안다. 우리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 우리의 부적당한 부분들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드러내고 다닌다. 목장에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못난이들, 대하기 힘든 이들, 비가시적인 이들, 망가진 사람들이다. 감춰진 부분이 하나도 없다. 내게 말들이 늘 쉬운 상대였던 이유도 이것이다. 말들은 솔직하다. 자기 기분이 어떤지 그대로 보여준다.“ --- p.229 “지난 일 년간 나는 루나에게서 또다른 나를 보았다. 루나의 고립, 아무도 믿지 못하는 태도, 이 공동체에서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모습. 그런 모습에서 외롭고 은둔적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한때 사나운 짐승에 버금갔던 루나가 푹신한 동물인형과 더 닮은 모습으로 원형 마장 안을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나는 랜디의 기승대에 걸터앉은 채 루나와 조이가 산책 나온 오랜 친구처럼 한몸으로 흔들대며 걷는 걸 지켜본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도 루나처럼 더 온화한 존재로 변했을까? 마침내 남을 믿을 수 있게 되고 어딘가에 속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을까?” --- p.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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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소통을 포기한 고통의 삶,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한 소녀가 있었다. 지독하게 내향적이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한동안 함구증을 앓기도 했지만 동물과 있을 때만은 편안함을 느꼈다. 결국 말을 훈련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 뉴멕시코에서 이름난 말 조교사가 된다. 그녀에게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대안교도소에 문제가 심한 말들이 있으니 와서 도와달라는 것. 그녀는 목장의 형태로 운영되는 이 대안교도소에 도착해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사람을 공격하며 내키는 대로 목장을 휘젓는 말들이라니. 그녀는 거칠게 살아온 덩치 큰 남자 재소자들도 어찌하지 못하던 문제마들을 단번에 제압한다. “말은 주인을 닮는다.” 목장의 무법자 말들은 그곳 인간들의 내면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개프니는 차분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과 재소자들이 문제행동을 고치도록 이끌고, 다시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말과의 교감을 통해 비로소 인간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던 그녀의 경험은 인생의 막장에서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마법과도 같은 치유와 회복의 계기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 역시 오래 묻어두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고통의 기억들과 화해한다. 『하프 브로크』에는 세 종류의 결핍된 존재들이 등장한다. 첫번째는 광포한 말들이다. 애초에 목장에 기증되는 말들 중 상당수가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폭력을 경험하고 ‘글러먹은 녀석’의 상태로 온다. 그런데 이 망가진 말들을 보살피는 사람들 또한 여러 정서적 문제를 알코올과 약물로 회피해온 중독자들이다. 목장에서 만기를 채우고 사회에 나가도 돌아갈 곳이 없는 자들. 이런 곳에서 자신의 역할은 단지 미친 말을 진정시키거나 말 돌보는 법을 기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개프니는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개프니는 그들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는 대신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그들의 마음을 ‘읽어’ 준다. 그렇게 읽어주자, “제대로 된 손길을 받지 못하고 애정도 거의 받아본 적 없는, 심지어 이름도 없던” 존재들에게 변화가 생긴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과 말들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면서 다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깊이 상처받은 존재들이 서로 만날 때 기적이 일어난다. 목장 밖에도 이야기가 있다. 저자 자신의 성장과정과 그녀가 만났던 특별한 말들에 관한 이야기다. 개프니에게 말은, 텅 비어 있던 자신을 생명으로 채워 이 세상에 단단히 발딛게 해주는 ‘육신’이었다. “내게는 나를 고정해주는 밧줄이, 나를 다른 무엇 혹은 누군가에게 묶어주는 끈이 없었다(…) 그러다 벨을 타고 달리면서 내 몸이 두터워지는 걸 느꼈다. 살위에 새로운 겹겹의 살이 붙었다. 내 밑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움직임으로, 배어나온 땀과 녀석의 갈빗대를 지그시 누르는 내 허벅지 상부의 근육 운동으로 벨은 내 안의 부서진 부분들을 도로 끼워맞춰 주었다. 녀석을 타고 달리면서 나는 이 세상의 것이 되었다. 꽉 차고 묵직한 몸뚱이, 어딘가에 속한 존재가 되었다. (88쪽)” 조교사로서 그녀는 천부적이라 할 재능의 소유자고, 그런 만큼 말들도 그녀를 전적으로 따른다. 그렇지만 인간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개프니는 상대방이 몸짓이나 표정, 무의식적인 반응 등으로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메시지와 그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 사이의 괴리에 늘 혼란을 느낀다. 당연히 사회적 관계 맺기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늘 자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외로운 소수자라 생각해온 개프니는 목장의 말들과 사람들에게서 드디어 속할 곳을 찾는다. 그러나 회복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개프니의 앞에는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프 브로크, 반만 길들여진 말, 아직 미완성인 존재를 뜻하는 이 조교사들의 은어는 아마 이런 뜻을 함축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지만, 서로를 통해 더 나아질 수 있고 달라질 수 있다. 그 어떤 존재도 결코 홀로 완전할 수는 없다. 타자를 받아들이고 유대하는 경험을 통해서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길들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하프 브로크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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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개나 어린이처럼, 자신을 적절히 표현할 수 없어 고통받는 존재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대신하여 말한다. 진저 개프니는 말馬을 이해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타고났다. 그런 그녀가 세상에 끝내 적응하지 못해 버려진 존재들을 만나자 기적이 일어난다. 통제불능의 말들이 인간을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는 겁먹고 좌절한 인간을 치유한다. 거친 수감자들이 오직 말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지시에 순종하기 시작한다. 두려움과 체념이 지배하던 목장에 밝은 미소가 피어난다. 뉴멕시코의 광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감동적인 실화는 말한다. 어떤 경우라도 회복은 가능하다. 깊이 상처받은 자들이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때,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의 가능성이 된다. 그것을 믿어야 한다.” - 김영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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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브로크』는 부서진 존재들을 위한 사랑 노래다. 망가졌지만 어떻게든지 고쳐보려 애쓰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이 연가의 주인공이다. 진저 개프니의 문장은 그녀가 묘사하고 있는 그곳 대지만큼이나 순정하고 마음을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무엇보다 깊은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제대로 사랑하기, 최선의 치유책은 언제나 이뿐이다.” - 멜리사 페보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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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프니는 말을 읽어내는 다른 차원의 능력을 가진 듯이 보인다. 움직임을 정밀하게 포착해 자기만의 언어로 변환해낸다. 진정한 비범함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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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생생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 브렌다 페터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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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인간을 치유해주는 말의 놀라운 힘을 명징한 언어로, 그리고 깊은 연민으로 서술하고 있다. 말과 사람의 영혼 속에 자리한 뜻밖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야기.” - 레슬리 마몬 실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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