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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역자 후기 |
Dazai Osamu,だざい おさむ,太宰 治,츠시마 슈지津島修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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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돈이 떨어진다는 건 이 얼마나 무섭고, 비참하고, 구원 없는 지옥인가, 난생처음 깨달은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너무나 괴로워서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었다. 인생의 엄숙함이란 이런 기분을 말하는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어서, 바로 누운 채로 돌덩이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27
사랑, 이라고 쓰고 나니, 그다음은 쓸 수 없었다. --- p.36 “어머니, 제가 요즘 생각한 게 있어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뭘까. 언어도 지혜도 생각도 사회 질서도, 각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다른 동물들도 모두 가지고 있잖아요. 어쩌면 신앙도 가지고 있을지 몰라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지만, 다른 동물과 본질적인 차이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머니, 딱 하나 있어요. 모르시겠죠? 다른 생물에게는 절대로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그건, 바로 비밀이라는 거예요. 어때요?” --- p.64 사상? 거짓이다. 주의? 거짓이다. 이상? 거짓이다. 질서? 거짓이다. 성실? 진리? 순수? 죄다 거짓이다. --- p.77 불량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시시한 상념. 돈을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다가 자연사! --- p.78~79 타인에게 존경받으려 ‘애쓰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좋은 사람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 --- p.81 내가 조숙한 척하자 사람들은 나를 조숙하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게으름뱅이인 척하자 사람들은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소설을 못 쓰는 척하자 사람들은 나를 못 쓴다고 수군거렸다. 내가 거짓말쟁이인 척하자 사람들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부자인 척하자 사람들은 나를 부자라고 수군거렸다. 내가 냉담한 척하자 사람들은 나를 냉담한 놈이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괴로워서 나도 모르게 신음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괴로운 척한다고 수군거렸다. 어쩐지 자꾸만 어긋난다. --- p.82 인간은, 아니, 남자는 ‘난 잘났다’ ‘내겐 좋은 점이 있다’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까? --- p.84 아아, 인간의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가지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인간 생활에서 고작 1퍼센트만을 차지하는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사는 게 아닐까요? 행복의 발소리가 복도에 들리기를, 이제나저제나 가슴 저미도록 기다려도 결국 오지 않는 공허함. 아아, 인간의 생활이란 너무나 비참해요. 다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이 현실. 그래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덧없이 무언가를 기다려요. 너무나 비참해요. 태어나길 잘했다고, 아아, 목숨을 인간을 세상을, 기쁘게 여기고 싶어요. --- p.118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달콤한 건데, 너무 좋은 것이어서,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속여 가르친 게 틀림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 p.136 “난 모르겠어. 세상을 아는 사람이라, 아마 없지 않을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다 어린애야. 아무것도 알 수 없어.” --- p.147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싸워나가야만 한다. 아아, 어머니처럼 남들과 다투지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고, 아름답고 슬프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어머니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죽어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아주 추하고 피비린내 나는, 역겨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 p.147~148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면, 이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생을 이어가는 모습도 증오해선 안 된다. 살아 있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이 얼마나 힘들고 숨 가쁘게 이어지는 큰 사업이란 말인가. --- p.169 살고 싶은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씩씩하게 살아내야 해요. 그건 멋진 일입니다. 인간의 영예라는 것도 분명 가까이 있을 테지만, 죽는 것 또한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나라는 풀은 이 세상의 공기와 햇빛 속에서 살기 힘들어요. 살아가기에는 어딘가 하나 결여되어 있어요. 모자라요. 지금껏 살아온 것도 나로선 최선을 다한 거였어요. --- p.181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린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거예요. --- p.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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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 생전에 가장 압도적 사랑을 받았던 작품 천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 일본 젊은이들의 우상,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 그의 작품 못지않게 사람들은 그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독한 생애를 살다 갔기 때문이다. 그는 일생 동안 네 번 자살을 시도했고, 다섯 번째 자살 시도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에는 사후 출간된 그의 최후의 작품 『인간 실격』이 더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일본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사양』이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47년 출간된 『사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마지막 귀부인’인 어머니, 민중의 벗이 되기엔 나약해 마약중독자가 되어버린 남동생, 술에 빠져 사는 괴팍한 소설가, 그리고 그 소설가에게 마음을 주게 된 ‘나’…… 서로 다른 네 인물의 고뇌 가득한 삶 이야기는 패전 후 불안과 허무가 가득한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 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일본 사회에서 몰락하는 사람을 일컫는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여성의 심리묘사를 가장 탁월하게 그려낸 역작! ―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가 그려낸 여성의 절망, 그 속의 굳센 희망은 이 시대에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양』은 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주인공 ‘가즈코’이다. 당당하고 꿋꿋한 이 여성 캐릭터를 통해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의 페미니즘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가즈코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여성의 심리묘사를 가장 탁월하게 그려낸 역작!”라고 평가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즈코는 전쟁을 진부하고 따분하다고 말하면서, 작업화를 신고 달구질했던 때만은 그리 진부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고되기는 했지만 그 달구질 덕분에 몸이 꽤 튼튼해져서, 앞으로 생활이 더 궁핍해지면 달구질을 해서 살아가야겠다고 할 정도다. 술과 약물에 의지하는 소설가나 남동생에 비하면, “나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거예요.”라고 하는 그녀의 씩씩함은 어찌나 멋져 보이는지! 다자이 오사무의 손끝에서 탄생한 당시 여성의 이야기, 사랑과 혁명을 위해 살아가는 그 모습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양』은 얼마 전 출간한 『인간 실격』에 이어 ‘일본문학 베스트’ 시리즈 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현대적인 감각의 번역으로 읽기 쉽게 탄생한 이 책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매력에 새롭게 빠져보기를 추천한다. 젊은 눈높이에 맞춰 강렬한 일러스트로 표지 작업을 한 것이 돋보인다. 일본에서 수천 회 연극으로 공연된 표제작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하여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모은 『달려라 메로스』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