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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어떤 애
어떤 애가 없어졌다 어떤 애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반 민진이가 사라졌다 나는 김민진을 모른다 에필로그-우리 반 어떤 애 김민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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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 애가 없어졌다는 걸 몰랐다.
“누가 없어졌다고?” “5반의 어떤 애래.” “며칠 동안 결석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대.” “어떻게 같은 반 친구가 며칠 동안 결석을 했는데, 그걸 모를 수가 있어?” “5반 애들, 인성이 완전 썩었네. 인성 교육 좀 받아야겠어.” “아무리 친하지 않아도 그렇지, 이렇게 친구에게 무관심해도 되는 거야?” “이 정도 무관심이면 거의 학교 폭력 수준이네.” --- p.8 나를 포함해서 우리 반 애들은 좀 억울했다. 우리가 그 애더러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학교에 못 오게 괴롭힌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p.9 사실 그 애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였다. 우리 반 같은 말썽꾸러기 반에서 전혀 말썽을 일으키지 않다 보니 선생님께 이를 일도 없었고,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아서 선생님이 특별히 신경을 쓸 일도 없었다. 심지어 말도 없고 발표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뿐 아니라 우리들이 이 어떤 애의 존재를 잊었다는 건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 p.11 선생님은 형광펜이 꽂힌 부분을 펼쳤다. 잡지를 펼치자마자 선생님의 표정이 대번 흙빛으로 어두워졌다. 누가 봐도 선생님이 놀랐다는 게 확실했다. “어…… 얘들아, 나는 …… 저기…… 교무실 좀 다녀와야겠다. 다들 조용히 책 좀 읽고 있어.” 선생님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뒤 잡지를 들고 허둥지둥 교실을 나갔다. 도대체 잡지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선생님이 저렇게 당황한 것일까? --- p.21 “애들아, 어제랑 오늘 결석한 쟤 말이야…….” 이 말에 각자 떠들고 놀던 아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진철이를 쳐다보았다. 진철이는 잠깐 숨을 고르더니 이렇게 말을 이었다. “걔가 죽었을지도 모른대.” 갑자기 교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 p.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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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인데 이름 몰라?”
“저, 걔랑 안 친한데요?” 단절, 끼리끼리, 소외… 나와 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교실의 풍경 우리는 점점 경쟁적이고 개인적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함께 힘을 모으기보다는 각자도생이 더 익숙한 사회에서 이웃과 공동체는 점점 존재감을 잃어간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점점 필요에 따라 관계를 맺고 타인을 향한 관심 역시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쉽게 폄하된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학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점점 어른들의 인간관계를 닮아가고 있다. 빠듯한 스케줄, 비슷한 가정환경, 유의미한 필요 혹은 이해에 따라 친구를 만나고 사귄다. 이렇다 보니 나와 연결고리가 없는 또래 친구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설령 같은 반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일지라도.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무단결석을 이틀째 하고 있는 ‘우리 반 어떤 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반에서 친한 아이도 하나 없고 존재감도 없는 ‘이 어떤 애’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며 ‘무관심’과 ‘끼리끼리’가 당연해져 버린 교실 속 아이들의 관계에 대해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과연 나와 친하거나 관련 있는 아이가 아니라면 아무 관심이 없는 것이 괜찮은 건지를 물어본다. 이름도, 성별도 모를 만큼 어떤 애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이 기이한 무관심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이 무관심이 ‘괜찮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타인을 향한 관심을 필요로 판단하는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또한 우리 모두 메말라 가는 관계를 ‘쿨함’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이켜보게 해준다. “전 그 아이한테 관심이 없고 친하지 않아서 잘 몰라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무관심이 당연한 사회에서 과연 ‘나’는 괜찮게 살 수 있을까? 학교 안에서는 실종으로 신고된 그 어떤 애를 두고 불길한 소문들이 들려온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어떤 애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렇게 갑자기 사라진 ‘어떤 애’의 흔적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미스터리하게 그려지며 책장을 넘길수록 긴장감을 자아낸다. 가장 긴장감이 증폭되는 순간은 극의 주인공 아영이가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던 그 어떤 애가 실은 ‘자신과 상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각자도생이 익숙한 세상에서 아이들 역시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가 결석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어떤 애를 향한 걱정보다 “우리는 그 애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면모는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을 드러내 준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 그 관계가 쌓이는 사회 속에서 과연 아이들은 괜찮을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과연 ‘나’는 괜찮을지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어떤 애에게 아무 관심이 없던 아영이가 갑자기 ‘실종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처럼 되면서 위기감에 휩싸이는 부분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나’ 역시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저자는 무관심이 만연한 교실에서 과연 ‘아무 말,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다른 친구의 슬픔이나 불행에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정말 맺고 싶은 관계, 보고 싶은 교실 풍경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또한 작더라도 함께 지내는 누군가, 다른 사람을 향한 관심의 힘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랑 친한 몇몇만이 인간관계의 전부가 아니며 단절의 벽을 무너뜨리고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린이 친구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