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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들
너를 닮아가는 내 모습 지켜봐 줘 _S.E.S.의 〈I’m Your Girl〉 Peace B is my Network ID _보아의 〈ID; Peace B〉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그대 원하고 있죠 _박지윤의 〈성인식〉 저기 하얀 눈이 내려 저 하늘 모두 내려 _핑클FIN.K.L의 〈WHITE〉 진짜 나와 함께 달려보고 싶니 _베이비복스Baby V.O.X의 〈Xcstasy〉 Chapter 2 새천년 코리안 보이후드 내 안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세계 _H.O.T.의 〈We Are The Future〉 Twinkling of paradise one more your life _신화의 〈T.O.P〉 눈물 따위 없어 못써 폼생폼사야 _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_지오디god의 〈어머님께〉 너 한번 부딪혀 봐 이제 세상을 가져 봐 _클릭비Click B의 〈백전무패〉 Chapter 3 넘쳐나는 이별 인구의 스트리밍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_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 한동안 많이 아파 울다 지쳐 그대를 찾겠죠 _이지훈(Duet.신혜성)의 〈인형〉 아직 혼자 남은 추억들만 안고 살아요 _거미의 〈그대 돌아오면〉 마지못해 살아가겠지 너 없이도 _윤미래의 〈시간이 흐른 뒤〉 For the moon by the sea _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Sea Of Love〉 네 손짓 하나 보는 게 난 좋은데 _휘성의 〈With Me〉 Chapter 4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저기 멀리서 들려오는 희망찬 함성 소리 _허니 패밀리의 〈남자 이야기〉 모두 같은 줄에 매달려 춤을 추는 슬픈 삐에로 _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쉬지 않고 뛰는 내 심장이 _원타임의 〈Hot 뜨거〉 그래도 아름다운 그대와 사랑이 _디바의 〈이 겨울에〉 오감 따위는 초월해 버린 기적의 땅 _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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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Rain〉부터 시작해서 활동 곡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4분씩 길어졌던 핑클 타임. 그 당시 노래방 학생 요금 기준, 저렴한 곳은 4천 원인가를 내면 사장님의 후한 인심을 누리며 최소 두 시간, 어떤 곳은 무제한으로 노래를 부르고 놀 수 있었다. 그 가격과 인심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당시 주머니 사정으로는 그 흥에 겨운 시간들을 감당할 수 없었을 거다. 그만큼 나의 학창 시절에, 또래 소녀들의 기억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그룹, 바로 핑클이었다.
---「저기 하얀 눈이 내려 저 하늘 모두 내려: 핑클FIN.K.L의 〈WHITE〉」중에서 “난 내 세상은 내가 스스로 만들 거야/똑같은 삶을 강요하지 마/내 안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세계 난 키워 가겠어” 소년들이 세상에 외친다. 언제까지 우릴 그들만의 틀에 맞춰야만 직성이 풀리느냐고. ‘사춘기’를 떠올리면 우선 어른들의 말에 ‘아닌데’라든가, ‘싫어’가 먼저 튀어나오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쩌면 소년에서 어른으로의 변태를 앞둔 그때의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그저 그런 어른들의 생각이 싫다고. ---「내 안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세계 : H.O.T.의 〈We Are The Future〉」중에서 “나 오늘 담 넘을 거야.” 사뭇 비장한 얼굴로 친구 고라니(젝스키스 짱팬, 최애는 은각하)가 말했다. 순간 싸늘해지는 분위기. 그도 그럴 것이 고라니는… 반장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냥 반장도 아니었고 《빨강머리 앤》의 세계관으로 치면 다이애나 같은 아이. 모두에게 상냥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포지션은 모범생이지만 성적은 그렇게까지 상위권은 아니었던 나와는 달리 고라니는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점심시간에 월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젝키 앨범 꼭 1등으로 살 거야.” ---「눈물 따위 없어 못써 폼생폼사야: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중에서 때때로 도입부의 가사부터 ‘아, 찢었다!’ 하는 느낌을 주는 곡들이 있는데, 이 곡도 그랬다. 내가 가사를 쓸 때 좀 어려워하는 유형이 이렇게 ‘말하듯이’ 쓰는 방식이다. (…) 적어도 일상의 언어가 무려 ‘도입부’의 가사로 들어오려면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정도의,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이 있어야 했다. 들으면 누구라도 ‘아!’ 하고 공감이 가는데 내용이 너무 튀지는 않는.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선명한데 거창하지 않은. 그리고 또 중요한 공감대.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 년〉」중에서 급식은 참 신기한 것이, 주재료들은 매일 바뀌는 것 같은데 신기할 정도로 모든 메뉴가 비슷한 맛을 냈다. (…)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애들의 표정 역시 대체로 비슷했다. 아. 내일은 맛있는 거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고 있던 그때,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참새가 갑자기 귓가로 훅 찾아 들어왔다. 그러더니. “주는 대로 받아먹는 건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해.” 갑자기 내 뒤에 찰진 힙합 비트를 ‘소근소근’ 때려 넣는 것이었다. 까르르대며 둘이서 팔짱 끼고 매점으로 달려가던 그 날의 장면. 힙합은, 생각보다 어둡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모두 같은 줄에 매달려 춤을 추는 슬픈 삐에로: 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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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났다. 지금은 우리의 추억을 기록할 때다.”
읽기만 해도 목청이 터질 듯한 세기말 클래식 K-POP 차트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눈으로 읽으면 입으로 재생되는 문장들이 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자동으로 멜로디가 튀어나오고, 브라운관 속 파워풀한 안무가 눈에 선한 ‘나인틴 나인티나인’ 노래들. 수요일 저녁의 가요톱텐, 가방 속의 워크맨, 도토리로 사서 듣던 싸이월드 BGM. 아직도 그때 그 노래들을 스트리밍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교복 차림으로 노래방을 휩쓸던 세기말로 함께 타임워프해 보자.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는 ‘Y2K’로 불렸던 90년대 말~2000년대 초 시기의 ‘클래식 K-POP’ 이야기를, 노랫말과 시대 배경으로 엮고 꿴 에세이다. 보아의 〈Listen To My Heart〉로 데뷔해 샤이니의 〈셜록〉, 엑소의 〈너의 세상으로〉,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 〈루키〉 등 오랜 시간 수많은 K-POP 아이돌 명곡에 글을 지어온 작사가 조윤경은, 학창 시절 수없이 듣고 따라 불렀던 노랫말들을 페이지마다 소환하며 지극히 사적이지만 모두가 열광했던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읽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맴도는 노랫말, 귀에 선한 멜로디, 몸이 기억하는 안무가 내 안에 되살아난다. K-POP으로 20년을 촘촘히 채워온 사람이라면 손뼉 치며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와 이와 꼭 닮은 일러스트까지, 페이지를 채운 모든 요소가 20세기 틴에이저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수요일 저녁의 가요톱텐 : 브라운관 속 모든 패션이 부러울 나이 정수리엔 밍크 방울 머리끈 필수! 무릎 아래 루즈 삭스와 짧은 치마 차림의 세일러복은 세트. 귀밑 3센티미터 상고머리와 얼굴에 피어나는 화농성 여드름으로 무얼 입고 발라도 못나 보였던 학창 시절. TV에 나오는 언니들 차림새를 지체하지 않고 따라 했던 소녀라면, 책을 펼치자마자 시작되는 수요일 저녁의 풍경에 옛 정취를 느낄 것이다. 하얀 인공 눈을 흩뿌리며 “우리 서로 닿은 마음 위로 사랑이 내”린다는 핑클의 〈WHITE〉 무대를 보며, 있지도 않은 첫사랑에 설렜을 테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기 내고 싶은 마음에 “너를 닮아가는 내 모습 지켜봐” 달라는 S.E.S.의 〈I’m Your Girl〉을, 크게 따라 불렀을 테니까. 브라운관 속 가요톱텐 요정들에게 심히 과몰입한 소녀팬이었던 작가는 팬들의 주접에 불을 지핀 90년대 걸그룹의 독보적인 콘셉트와 당찬 소녀의 모습이 담긴 가사들을 직접 소개한다. 책가방 속 워크맨과 노래방 선곡표 : 아직도 그때 그 노래를 열창하고 역대 최다 음반 판매량의 주인공, 방송 3사 가요대상 그랜드 슬램의 주인공이 매년 엎치락뒤치락하던 시기였다.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는 수식어답게 대중가요는 명동의 ‘길보드’ 차트와 가게 스피커들을 싹쓸이하고도 모자라 야간 자율학습에 시달리는 고교생의 책가방 속으로도 침투했다. 긴 방황 끝에 마침내 ‘신화창조’라는 팬 정체성을 찾은 작가는 워크맨과 앨범을 가방에 싸 들고 OPPA의 사진을 학용품 곳곳에 도배하며 문제집 대신 가사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작가는 20세기 아이들이 국민 아이돌, 10대들의 우상을 노래방으로 시시각각 소환하던 시기를 회상한다. 그들은 드라마 스케일과 맞먹는 뮤직비디오 위로 스치는 가사를 떼창하며 21세기에 대한 불안을 잠재웠다. 신혜성이 듀엣으로 참여한 이지훈의 〈인형〉은 입이 꼭 두 개여야 부를 수 있었고, 지오디의 〈어머님께〉를 누군가 부를 때면 나머지 친구들은 장혁이 등장하는 신파극 뮤직비디오를 열심히 시청했다는 그 시절.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가능한 지금과 달리, 일상을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로 채우려던 틴에이저들의 피나는 노력들은, 귀여운 일러스트와 카툰으로 책에 담겼다. 도토리로 재생되던 미니홈피 BGM : 감성이 자아를 지배하던 시절 카세트테이프가 CD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CD가 MP3에 밀려 한 발짝 물러나던 시기. 불현듯 우리의 일상에 미니홈피라는 거대한 메타버스가 등장한다. 도토리라는 가상화폐로 감성을 구매하던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BGM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인기가 많았던 곡은 이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노래들이었는데…. 책의 후반부는 또르르 눈물 한 방울 사진이 걸려 있을 법한 미니홈피 BGM 목록들을 가져와, 이별 노래가 주를 이루던 2000년대 초반 R&B와 HIPHOP의 세상을 기록한다. 작가는 휘성의 호일파마를 따라 하던 헤어 유랑기 시절, 〈With Me〉의 가사가 주었던 소울을 슬며시 내민다. 독보적인 사기 캐릭터 윤미래의 랩과 보컬을 추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절절히 고백하는 한편, 1세대 아이돌 판에 힙합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원타임의 성공엔 그들만의 넘치는 자부심과 자유로움이 한몫했다고 속사포 랩처럼 칭찬을 쏟아낸다. 이처럼 그때 감성으로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노랫말들을 해석하며, 작가는 시대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버튼은 바로 가사에서 있다고 강조한다. Again Y2K : 클래식은 영원하다 우리는 대중가요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K-POP 연대기를 훑고 있는 기분에 젖어든다. 작가는 그 시절 노랫말들을 읽어내려가며 문득 깨달았다고 말한다.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성실히 귀에 찔러넣었던 그 노래들이 지금의 삶과 생각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그 노래들 덕분에 우리는 그다음 시대의 취향과 유행과 가치관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음을. 우리는 이 책에서 2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틴에이저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지금의 우리, 지금의 K-POP을 만든 자양분이 바로 그때 그 노래, 클래식 K-POP이기 때문일 것이다. SKIP, 건너뛰기 버튼에 익숙해져 버린 스마트폰 시대. 모처럼 만난 클래식 K-POP 플레이리스트에 빨리감기는 지양하길 바란다. 흘러온 20년을 되감듯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추억의 노랫말을 무한 반복 재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