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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남자]
에노크 솜즈 힐러리 몰트비와 스티븐 브랙스턴 제임스 페텔 A. V. 레이더 ‘사보나롤라’ 브라운 [다른 두 남자] 펠릭스 아르갈로와 월터 레제트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
Max Beerbo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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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백 년이라! 생각을 해 봐요! 단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그때 다시 살아나서 독서실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그보다 내가, 지금, 바로 이 순간, 그 미래로, 그 독서실로, 오늘 오후 한 번만이라도 투사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내 몸과 영혼을 모두 악마에게 팔겠어요!” 하지만 이 순간 바로 옆 테이블에서 돌연 시끄럽게 의자를 끽끽거리는 소리가 나서 그는 말을 멈추었다. 우리 옆자리 손님이 반쯤 일어서 있었다. 그는 실례를 구하면서도 공격적으로 우리 쪽으로 바짝 몸을 들이대고 있었다.
(…) “영국인은 아니지만,” 하고 그가 설명했다. “저는 제가 사는 런던을 꽤 잘 압니다, 솜즈 씨. 선생님의 이름과 명성은 ? 비어봄 선생님도 물론이고요 ? 익히 들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컨대 ‘대체 당신은 누구냐?’ 이거죠?” 그는 어깨 너머로 휙 눈길을 돌렸다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나는 악마입니다.” ---「에노크 솜즈」 중에서 저는 브랙스턴을 쳐다보았고, 브랙스턴은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브랙스턴은 몸을 반쯤 세운 채, 한쪽 팔꿈치를 베개에 기대고, 턱을 가슴에 꾹 누르고서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눈썹 아래 두 눈은 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 금세 사라지는 착시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존재였습니다. 거기 브랙스턴이 와 있었던 겁니다. 그와 제가 밝고 고요한 방 안에 함께 있었습니다. (…) 브랙스턴은 저처럼 꼼짝 않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잠옷 아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으로 보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불현듯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서히 한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곤 턱을 쓰다듬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리고 저를 쳐다보면서, 입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씩 웃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웃어 보이는 표정은 찡그린 표정보다 더 으스스하고, 더 사악한 것이었습니다. - --「힐러리 몰트비와 스티븐 브랙스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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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영국 문단을 풍미했던 위트와 풍자의 대가 맥스 비어봄!
맥스 비어봄.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근대 영국의 문학계와 예술계에서 그는 이름난 재사(才士)이자 댄디였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연극 평론가, 캐리커처 화가로, 후에는 방송에서도 활약했던 이 유머러스한 작가의 작품들은 위트로 점철된 촌철살인의 묘사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빛난다. 영국 최고의 호황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와 에드워드 시대를 거쳐 양차 대전을 통한 제국의 몰락까지를 지켜본 한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비어봄은, 이 격랑의 시대에 관용과 위트와 유머의 힘으로 동시대인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주었다. 그는 옥스퍼드에 재학 중이던 젊은 시절부터 호인다운 성품과 도드라지는 재기로 당대의 많은 문인, 예술가들과 우정을 나누었다. 그중에는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 같은 작가들, 윌리엄 로선스타인, 오브리 비어즐리 같은 화가들을 비롯해 다양한 면면의 인물들을 포괄했다. 비어봄은 이들과 꾸준히 교유하면서도 자기만의 관조적 시선을 유지했으며, 아이러니와 패러디에서 빛을 발하는 특유의 풍자와 세련된 위트로 당대뿐 아니라 후대의 문인,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의 글과 그림은 그 자체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영국의 문화 예술계에 대한 매혹적인 초상이다. ‘마이너’ 작가들을 향한 따뜻한 찬가, 『일곱 명의 남자』 『일곱 명의 남자』는 비어봄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이자 그 누구보다도 작가들을 깊이 이해한 작가인 비어봄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일종의 회고록 또는 에세이의 형식을 취한 단편 소설 6편을 모아 놓은 이 작품집은, 1919년 5편이 실린 『일곱 명의 남자』로 발표되었다가 1950년 1편이 추가되어 『일곱 명의 남자와 다른 두 남자』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본서에는 이 6편의 작품을 모두 실었다. 사실 이 ‘일곱 명의 남자’(그중 한 명은 작가 자신이다)와 ‘다른 두 남자’ 이야기는 한 명을 제외한다면 모두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그중에는 다소간의 명성을 얻은 이도 있지만 대개는 이류 작가, 소위 ‘마이너’ 작가들이다. 특히 가장 유명한 작품인 「에노크 솜즈」의 주인공은 당대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나 후대에는 자신이 높이 평가받으리라 기대하고 이를 확인하고자 백 년 후의 미래로 가 보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기까지 한다.(여담이지만, 그가 대영박물관 독서실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고된’ 1997년 6월 3일에 실제로 주인공과 똑같은 복장을 한 남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어봄은 이들을 그저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연민을 넘어 진심 어린 애정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자신, 문학에 깊이 매혹된 한 명의 작가로서, 바로 그 문학에 목매단 작가들을 아이러니와 풍자의 형식으로 따뜻하게 보듬고 있는 것이다. 촌철살인의 풍자와 신랄함 속에 깃든 이런 따뜻한 이해야말로 비어봄 글쓰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이자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기말 영국의 ‘실존’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가운데 비어봄이 창조해낸 ‘허구’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마치 우디 알렌의 최근 영화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