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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서문
하리 할러의 수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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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란 독립이다. 오랜 세월 동안 그것을 소망했고 또 이룩했다. 고독은 차가웠다. 그래, 그러나 고요하기도 했다. 별들이 운행하는 차갑고 고요한 공간처럼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고 거대했다.
--- p.56 옛날에 황야의 이리라고 불리던 하리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옷도 입은 인간이긴 했으나, 사실 그는 한 마리 황야의 이리였다. 사람들이 이성을 가지고 배울 수 있는 것을 그 역시 많이 배웠고 상당히 영리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과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 것은 배우지 못했다. 이 일만은 배울 수가 없었으니, 그는 만족을 모르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가 마음속 깊이에서 언제나 자기는 본래 인간이 아니라 황야에서 굴러 들어온 이리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아니면 그렇다고 믿고 있거나). --- pp.61~62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나의 개체는 소금이 물에 녹아 버리듯, 축제의 도취 속에 해체되고 말았다. 나는 이 여인, 저 여인과 춤을 추었다. 그러나 내가 품에 안고 머리를 스치면서 냄새를 맡고 있는 여인은 단지 한 여인만이 아니라 모든 여자, 즉 나와 같은 홀에서 같은 춤을 추고 같은 음악 속을 헤엄치며, 광채로 빛나는 얼굴을 하고 내 곁에 붕붕 떠다니는 다른 모든 여인들을 함께 의미했다. 모든 여인이 내 것이었고, 나는 모든 여인의 것이었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함께 속했다. 그들 속에 내가 존재했고, 그들 역시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들의 미소는 나의 것, 그들의 구애는 나의 것이었고, 내 것은 모두 그들의 것이었다. --- pp.274~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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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이리’ 사이의 양극단에서 찾아 헤매는 불멸인(不滅人)의 길
하리 할러는 세상에서 소외된 외로운 ‘이리?인간’이다. 겉으로는 깨끗하게 갖추어진 소시민적 집에 세 들어 살며 극도로 예의를 갖추지만, 내면에서는 스스로의 야수성을 자각하며 끊임없는 불안과 공포를 겪는다. 그는 이처럼 자기 자신 안에 존재하는 화해할 수 없는 이중성 사이에서 피나는 투쟁을 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 할러는 자신의 운명적 존재인 ‘이리’에 대해 꿰뚫어 보듯 서술한 <황야의 이리에 관한 논문>을 입수한다. 이를 통해 자기 안에 인간과 동물의 두 개의 영혼만이 아니라 수천의 상호대립적인 영혼이 살고 있음을 인식한 할러는 자살로써 탈출을 꿈꾼다. 거리를 헤매던 할러는 재즈 음악이 흐르는 한 술집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헤르미네를 만난다.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할러는 개체로서의 자아가 용해되는 경험을 한다. ‘히피들의 성(聖) 헤세’ 20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물질문명에 물들어 가고, 급격히 늘어난 힘의 역(逆)분출로 인해 결국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는다. 무질서와 혼돈의 ‘병든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헤세는 ‘내면으로의 길(Weg nach innen)’을 통해 자기 자신을 다시 찾을 것을 호소한다. 자아와 인간성의 재발견, 동양의 지혜와 초월주의와 같은 헤세 철학의 정수가 실린 책이 바로 『황야의 이리』다. 이 책은 1927년에 처음 발표되었으나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1950년에 비트족과 히피족에 의해 재발견되며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헤세는 ‘히피들 사이의 성 헤세’로까지 추앙받으며 일종의 운동까지 전개되어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한 이가 있는 모든 곳에서 이 책이 읽히기에 이른다. 오늘날까지 헤세는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사부’로 일컬어진다. 헤세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 히피와 비트족의 ‘성경’으로 불리는 이 책은 헤세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이번 책은 헤세의 실제 삶과 연관된 부분에 옮긴이 이인웅이 각주를 달아 상세히 설명했다. 『황야의 이리』에 담긴 자아로의 여정을 독자들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해설도 함께 덧붙였다. 독일정부초청 장학생으로서 국내 헤세 연구자 1호인 이인웅 역자의 전문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가면무도회는 1926년 2월 헤세가 참석했던 호텔 보라크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투영한 것으로서, 이 책에는 당시 호텔의 메뉴판에 그려졌던 가면무도회의 그림이 실렸다. 그 밖에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 <가면 무도회>와 축음기를 사러 간 주인공 할러와 헤르미네의 모습을 묘사한 초판본 삽화, 그리고 귄터 뵈머가 그린 헤세의 초상화도 함께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