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Part 1. 국숫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하울링 파 | 호박 | 디포리 | 멸치 | 이상의 소설 〈날개〉의 전반부를 패러디하는 ‘다시마’ | 콩 | 오이 | 사과 | 당근 | 무 | 물 | 밀가루 | 배추 | 쑥 | 양배추 | 소금 | 마늘 | 고추 | 상추 | 양파 | 적채 | 파프리카 | 잔치국수 | 깨 | 얼음 | 간장 | 비빔국수 | 고추장 | 김가루 | 콩국수 | 〈우영우〉를 패러디하는 ‘다시다’ | 열무국수 | 멸치액젓 | 설탕 | 국수가 먹고 싶다 Part 2. 번외편 그게 다 그거더라고 | 출사의 변 | 성수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 성수에게서 받은 문자 메시지 | 가을 문턱에서 | 보리의 꿈 | 붕어빵 추억 | 은재 봉투 | 늙는다는 것은 | 루비의 꿈 | 바람이고 싶다 | 매일 우는 남자 | 태종대 자갈마당 | 된장찌개 Part 3. 국수 기술자의 하울링 패를 접다 | 길에서 놀다 | 화정에서 건진 국수 | 원당에서 건진 국수 | 꽃 핀 자리에 남은 흔적 | 영원한 나의 파트너 | 최고의 국수 | 제8요일(휴일) | 진상(JS)에 대한 보고서 | 뜻밖의 인연 | 유튜브에서 배우다 | ‘국수기술자’의 하울링 | 수구초심首丘初心 평설: 언어의 집 한 채 짓고 삶의 식탁을 마련한 시인을 마중하다 - 이충재 |
|
안타깝게도
모든 것들은 서로 멀어져 간다. 사랑하는 나도 사랑받는 너도 어제보다도 오늘은 이만큼 멀어져 왔다. 인생이 그런 것이라고 끄덕거리며 인정하기 전에 한 번쯤은 배추가 익어가는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 철저하게 껴안고 있는 그 틈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배추」중에서 안녕하세요 이상한 조미료 다시다입니다. 똑바로 읽어도 다시다 거꾸로 읽어도 다시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부대찌개에도 다시다 미역국 된장국 콩나물국 북엇국에도 다시다 어묵탕 갈비탕 매운탕 감자탕에도 다시다 냉면집 김밥집 국숫집 죽집에도 다시다 기사식당 백반식당 중식당 일식당에도 다시다 마트 편의점 슈퍼 재래시장 백화점에도 다시다인데 요리사도 조리사도 주방장도 주부도 손절하는 모순의 가루, 똑바로 읽어도 다시다 거꾸로 읽어도 다시다랍니다. ---「〈우영우〉를 패러디하는 다시다」중에서 눈 한 번 감고 좋아해 보면 그게 다 그거더라고 눈 한번 감고 싫어해 봐도 그게 다 그거더라고 아싸리 싫은 거 그렇게 싫어해 버리고 자유를 잃어버린 거 잃어 찾지 않는 거 자유면 다 자유가 아니고 잃으면 다 잃는 것도 아닌데 눈 한번 다시 감고 떠나 버리는 거 그게 다 그거더라고 ---「그게 다 그거더라고」중에서 학원 강사였다. 과목은 국어였고 논술도 강의했다. 대상은 재학생 및 재수생을 가르쳤다. 언제나 바빴다. 이른 아침에 시작된 수업은 매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명절과 어린이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강단 위에서 학생들과 함께 했다. 힘들거나 하기 싫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쁠수록 눈은 초롱해졌고 자꾸만 술이 땡겼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대학을 나온 선배 강사가 있었다. 자신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이 명예로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술만 마시면 그 자랑스러운 직업에 대하여 언성을 높였다. 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나는 맞장구를 쳤다. 돈 때문이 아니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그래야 술이 깼고 우리는 또 2차를 가서 같은 거짓말을 해댔다. ---「패를 접다」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국수를 먹어 보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거북했지만 그것도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먹을 만했고 나름대로 맛도 음미할 정도는 됐다. 독서관에서 음식과 관련된 책자들을 모두 섭렵했고 인터넷과 티비를 통해 제공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끓여보기 실전연습을 거듭했다. 우선 식재료들을 쭉 나열해 놓고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들어 놓고 겹치는 것들을 빼는 형식으로 레시피를 만들어 나갔다. 비빔소스도 같은 방식으로 배합을 해서 숙성을 하고 숙성된 것을 바탕으로 재결합 및 제외시키는 방식을 통해 완성해 갔다. 그 과정은 재밌는 놀이였다. ---「화정에서 건진 국수」중에서 말간 육수는 여기 저기 사용처가 많았다. 가장 먼저 〈잔치국수〉의 국물로 사용이 되었고 그 다음은 〈비빔국수〉를 먹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내놓곤 했다. 그리고 〈굴국밥〉을 끓이는데 요긴하게 쓰였으며 〈굴비빔밥〉을 먹는 손님들에게도 내놓았고 〈열무김치〉를 담는 데도 육수는 필요했다. 육수가 가장 맛있는 때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선에 존재할 때다. 풍미도 최고여서 입 안 가득 꽉 찬 느낌의 향이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선의 이쪽으로 조금만 넘어오면 쉰내가 작열한다. 누군가 국수로 성공을 하고 싶으면 가장 맛있는 그 경계선에 있는 육수를 연구하기 바란다. ---「국수기술자의 하울링」중에서 |
|
국수 기술자 강상덕의 삶을 시로 승화시킨 하울링
시인의 인생 집을 떠나 언어의 입체적 집으로의 이주 강상덕 시인은 ‘국수 기술자’이다. 다시 말하면 오랜 시간을 ‘국수 셰이프’로 삶을 살아온 전업 국수 기술자인 셈이다. 그것이 정확한 현재적 답일 테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이 한 가지의 직업군에 넣고 시인을 호명하는 것은 모순이다. 학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입시를 도와온 선생이요, 그림도 그려보고, 낭독도 하고, 노래도 하고, 단역 배우 생활도 하는 등 나름 인생의 청사진도 그려보는 갖가지 행보에 용기를 내면서 살아온 개척자이며 동시에 삶의 특정한 미션을 수행하는 삶을 살기도 하는 중년 사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상덕 시인은 ‘시를 써야 하는 명백한 이유’를 깨닫고 난 이후로 그가 빚어낸 온갖 것들을 시로 승화시키고, 그 시적 이력과 삶을 다룬 수필을 쓰고 있는 작가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앞의 시를 보면 오랫동안 시인이 국숫집 주방일을 보면서 손수 빚고, 자르고, 끓여서 내놓은 식자재들과의 긴밀한 내적 소통의 결과물로부터 연유된 사유의 산물들이 시의 향기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마치 식자재 하나하나와 말을 걸고, 그들이 전하는 무언의 응답으로 인한 삶의 비결과 탈출구를 물어가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국수는 예로부터 부자들의 식사 대용물로 이용되기보다는, 넉넉지 못한 가난한 백성들의 식사 대용물로 대를 이어온 간단한 식사류이다. 쌀보다는 밀가루가 더 유행하던 시절 집집마다 수제비나 칼국수를 자주 해 먹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시절이 조금 나아져, 가게에 가서 쌀국수라며 원통형의 가락국수를 사다가 삶아서 찬물에 휘저어 한 무대기 씩 사발에 담아 간장 뿌리고, 김치 쓸어 넣고 먹거나, 붉은 고추장 얹어 비빔국수로 먹던 시절이 분명 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별미가 되어 가끔 잔치 국수를 먹기 위해 혹은 초계 국수 등 개량된 다양한 국수를 먹기 위해서 시장에 들르곤 하지만 여전히 국수는 가사재정이 넉넉지 못한 이들의 허기를 달래는 식사류임에는 틀림없다. 이 시집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대부분 주방 식자재 즉 국수를 빚어내는, 혹은 그와 동등하거나 유사한 식사류를 만들어내기 위한 재료들이란 점에서 어려운 부분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각 작품마다 시인의 섬세함과 특성과 건강성이 그대로 투시되어 진설되고 있음에 식자재 백과사전류의 특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들이 이와 유사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그런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