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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말씀이 꽃이 되는 반야에 들다/이근배
시인의 말 돌 첫서리 1 첫서리 2 첫서리 3 그리운 나라 얼음꽃 풀꽃의 꿈 연꽃 자화상 사랑 묻지 못합니다 나는 서 있기 때문입니다 구절초 오고 가지 않는 그림자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1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2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3 시인의 노래 풍경 입춘 바람이 후드득 마른 가지에 내리다 봄비 1 봄비 2 봄 불 그림자 없는 주인 기억이 낳은 알들 속에 길이 있다 바람의 고향 천 개의 달이 뜨는 강 고요는 쉬지 않는다 새들은 강 건너에 가 본적이 없다 꽃 모두가 꽃이네 별 아침 화단 꽃 같은 마음 꿈 1 꿈 2 눈目 1 가을, 눈 어머니 곧, 꽃이 필 텐데 꽃바람 마지막 잎새 오늘은 마음의 불 누구신가요 길가의 해바라기 마음 내가 그 이름을 부를 때 강물 속의 새 눈目 2 은신 포구의 저녁 가을의 맹세 왕벌의 비행 태풍이 자라는 정원 길 붉은 밤 산새 날거라, 새야 산 선인장 꽃 새벽길 햇볕 예감 낮, 꿈길 휘파람새 야생화 법륜의 수레바퀴 붉은 담 위의 작은 꽃 미소 천산만홍 흙수저에 대한 변명 방생 고향 숲 별 꽃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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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대낮에도 어둔 강물을 저어 온다
내가 웃자란 키의 들풀이 되어 꺾이고 싶어질 때 알 수 없는 얼굴의 그림자로 나보다 더욱 커져, 나를 데려가려 한다 나를 잠기도록 깊은 강물이었으면…. --- p.33 「자화상」 중에서 당신도 슬픈 날이 있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당신도 내가 그리운 날이 있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당신도 가슴이 소금기처럼 쓰라린가 묻지 않습니다. 한 마리의 파충류처럼 웅크리고 소리 없이 나의 물기들을 피부 깊숙이 다시 빨아들이며 그런 나를 당신이 알고 있느냐고 묻지 못합니다. 내 안의 당신이 달아날까봐 얼마나 눈뜨고 지새며 나의 성을 지키고 있는지를 나는 결코 말하지 못합니다. --- p.36 「묻지 못합니다」 중에서 돌아가는 길은 참 멀었다 아둔한 기억의 좁은 길의 돌멩이들을 햇살이 징검다리를 삼으며 나는 아팠다 순한 너의 햇살들이 꺾여지는 순간들을 느껴야한다는 것은 숨어있었던 향기들이 그토록 격정에 부비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참 참한 햇살이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내 창문을 비치듯 우리들의 삶 속에, 머물러있다는 것과 길이, 길이 되어 질 수 있다는 것 --- p.40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1」 중에서 이 여름 시든 꽃들보다 피어난 꽃들이 무정하게도 저리 화사할 줄이야. 그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것입니다 나도 저들처럼 한 번 흐드러지게 피어 자지러지게 웃는 날, 기다린다는 것이죠. 내가 알맞다고 느끼는 시간에 시든 잎 뚝뚝 떼어내며, 편안하게 눈자위 닦아내는 시린 가을이, 서럽지 않게 바람에 지는 나뭇잎 따라 길을 덮으리라는. --- p.42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 2」 중에서 길을 가다가 한 번쯤 뒤돌아 볼 때가 있다 더러는 몇 번쯤 늘 걷던 길에서 낯선 길에 들어선 듯 허둥대며 뒤돌아보는 것은 낯익은 것들이 낳은 부화되지 않은 것들 무수한 생명들이 앞 다투어 저와 닮은 것들을 만들어가듯이 익숙한 것들을 붙잡으며 늘 걷던 길을 잃지 않으려 한다 길이 길을 만들 듯이 강이 강을 만든다 숲에선 숲이 하늘이듯 낯익은 것들 속에는 숨겨진 미래가 있다 보여지지 않는 것들 속에 부화되지 않은 옛 기억의 알들이 낮은 잠 속에 귀 기울이고 있다 --- p.60 「기억이 낳은 알들 속에 길이 있다」 중에서 바람은 무엇일까요? 바다에 닿으면 바다소리 나무에 닿으면 나무소리 바위에 닿으면 바위소리 허공엔 무엇이 있어 소리가 날까요? 태양의 등 뒤에서 구름이 닿는 소리 --- p.62 「바람의 고향」 중에서 어떤 한 사람은 눈으로 말한다 하고 어떤 한 사람은 가슴으로 울었다 하고 또 어떤 한 사람은 손으로 손으로 끌을 잡으며 오래된 과거를 말하려 하네 누군가 오지 않는 숲에도 언 땅 밑에선 여전히 물이 흐르고 나무들은 시린 발을 움직인다 이 겨울 나는 잠들지 않은 채로 서성이는 것은 --- p.66 「고요는 쉬지 않는다」 중에서 이 세상에 그들보다 먼저 온 것은 모두가 그들의 어버이였고 나중 태어나는 것들은 숲의 형제가 되어 나무와 풀과 꽃들은 날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슬퍼하지 않았다 나무와 풀과 꽃들과 온갖 이끼들의 마음이 새의 날개가 되었다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새들은 --- p.68 「새들은 강 건너에 가 본 적이 없다」 중에서 다하는 마음이면 꽃 되고 더없는 마음이면 꽃 중의 꽃 되고 더없이 높은 마음이면 지지 않는 꽃 되네 다하는 마음이면 사랑이 되고 더없는 마음이면 사랑 중의 사랑이 되고 더없이 높은 마음이면 끝없는 사랑이네 --- p.71 「모두가 꽃이네」 중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에 내 무슨 꽃으로 피어날까 피어도 다시 피는 꽃으로 태양처럼 붉고 싶어라 사랑하여도 마르지 않는 마음의 꽃밭에 오늘, 처음 흙 묻은 손으로 흙을 고르는 것처럼 꽃씨를 뿌린다 --- p.73 「아침 화단」 중에서 숨 한 번 들고나면 한 찰나도 이미 전생이네 허공이 바람을 지나가듯이 흔적 없는 이 마음의 참된 주인 그 주인은 모습이 없네 산이 무너져도 바닷바람이 밀려와도 모습 없는 모습으로 --- p.78 「꿈 2」 중에서 가을엔, 이별하지 말자 쓸쓸한 마음 스미어 더욱 슬퍼지지 말도록. 미움이 있으면 조금씩 덜어내고 그 속에 고운 마음 담아주자 가을엔, 이별하지 말자 아무리 세상이 곱다한들 우리들의 그대들과 바꿀 수 있을까 사랑은 만들어 가는 것 사랑은 지켜 가는 것 그리고, 함께 바라보는 것 --- p. 101 「가을의 맹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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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이근배 시인 강추!
연엽산 연주암에서 홀로 수행중인 비구니 시인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오시는 것이라’고 믿는 원임덕 시인은 2000년 계간 ‘한국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하여 문학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첫 시집 『벌레가 만난 목화 속의 바다』를 출간했고, 2002년에는 문학신문사가 주관하는 ‘월인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원임덕 스님은 경상북도 문경 연엽산 연주암에서 수행중에도 틈틈이 시와 수필을 만나고 있다. 이근배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한 편 한 편의 시가 어디서 오고 어떻게 말씀의 꽃으로 피어나는가를 여기서 보겠구나’ 하셨다. “나라 안팎에 때아닌 역질이 돌아 마음 둘 곳 없다가 원임덕 시인의 『꽃이 되는 시간을 위하여』의 시를 읽는다. 이는 저 경상도 문경 고을 연엽산 깊은 곳에 암자 하나 짓고, 하늘의 해와 달, 별들과 눈 맞추며 오는 봄, 가는 겨울 피는 꽃, 내리는 눈, 새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것들이 들려주는 말씀, 아니 숨겨진 말씀을 캐내어 적어낸 불립문자(不立文字)들이다. 아하, 한 편 한 편의 시가 어디서 오고 어떻게 말씀의 꽃으로 피어나는가를 여기서 보겠구나. 원임덕 시인의 다향반초(茶香半草)에 면벽참선하며 한 올씩 뽑아내는 반야(般若)의 득음(得音)을 듣게 되니 이 공허한 시간에 마음을 채우는 홍복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납자(衲子)로 스스로를 낮추고 있으나 반야가 어디 그렇게 쉬운 길이런가. 그러나 원임덕 시인이 일찍이 저 공초(空超)나 만해(萬海)가 해냈던 내 나라 말씀의 지혜를 이만큼 깨우치고 있음에 저윽히 고개가 숙여진다. 저 청청한 산문(山門)의 바람소리, 물소리에 실려 오래 잎 지지 않는 말씀의 꽃을 피우기를 빈다. -이근배(시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