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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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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면 늘 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다. 식은땀이다 차츰 퇴화 증세를 보이는 거예요. 한 마디로 아내는 나를 꼼짝 못하게 한다. 그럼 나는 보링을 할 때가 돼간다는 얘기렷다. 내 방에서 콤마와 같은 문장부호를 찍듯이 쉬엄쉬엄 시간을 보낸다. 여긴 내 집이다. 누가 쫓아올 사람도 없다. 긴 말없음표를 찍는다. 침묵, 고독, 고독의 파편, 고독의 전리품. 나는 고독의 상습범이거나 전과자이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시간도둑들 때문이다. 다시 말없음표. 그리고는 우리가 아까 마셨던 소주잔의 투명함과 맥주 거품의 순간적인 흰꽃을 생각해낸다. 술자리에서는 모두 무정부주의자들처럼 떠들어댄다. 술을 마시면 모두 의적 일지매나 로빈후드가 된다. 오늘은 여기서 끝이다. 마침표를 찍어야지. 이 연극을 끝내야 한다. 판토마임처럼 밤으로의 긴 여행을 떠난다. 생의 마지막 하루처럼 유서를 닮은 일기나 쓰고.
---「서른일곱살 때 쓴 일기」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