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들어가며
문화연구자 김선기─“무의미에서 벗어날 공동연구를 하고 싶어요.” 과학기술학 연구자 강연실─“지식, 체험만이 아니라 질문을 맞닥뜨릴 기회를 만듭니다.” 미학 연구자 남수빈─“고갈되지 않는 질문이 있어야 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정치학 연구자 조무원─“연구란 출제범위를 내가 정하고, 구멍을 메우는 과업이에요.”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 김아미─“책을 쓰려면 연구자의 관점을 드러내야만 해요.” 교통·철학 연구자 전현우─“자신의 목소리가 세계에 울려 퍼지는 것이 탐구의 목표입니다.” |
김선기의 다른 상품
강연실의 다른 상품
조무원의 다른 상품
김아미의 다른 상품
전현우의 다른 상품
|
1980년대생 입장에서는 청년세대로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연한이 자꾸 짧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남성에 비해 여성이 그렇듯 젊은 사람들은 사회의 중심에서 멀기 때문에 기성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데요. 나이가 많아지면 실제로 다른 생각을 못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뭔가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더 이상 젊다는 것만으로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라는 낌새를 느껴요. 세대 개념에 대해 전방위로 비판했지만 저 역시 세대 연구자로서는 세대주의자라고 해야겠는데, 세대주의자로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문화연구자 김선기」중에서 제가 막힐 때마다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수다’입니다. 편한 동료와 관심 주제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이죠. 그동안 자료를 많이 보고 고민이 무르익었다면 이제 수다를 떨 시간입니다. 이때의 수다란 서로 주고받는 대화라기보다 일방적으로 제 생각을 내어놓으며 이루어져요. 그러다 보면 상대방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거나 그가 보기에 정리가 덜 된 부분을 짚어 주기도 하고, 저 스스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내 이야기를 동료에게 반사시켜 다시 듣는 이런 방법을 사운딩 보드(sounding board)와 소통한다고도 표현해요. ---「과학기술학 연구자 강연실」중에서 공항이나 미술관의 화장실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동으로 늘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잖아요. 이 쾌적함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만든 것일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함으로써 내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일에 대해 제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태도 같아요. 내 노동의 결과물을 그 화장실의 빛나는 타일에 견줄 수 있는가,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가 자문하고, 그것을 최소한의 직업윤리로 삼으려고 해요. 이 시민적 윤리가 어떠한 소명의식 없이도 성립할 수 있다고요. ---「미학 연구자 남수빈」중에서 요즘 뉴스에서는 이제 AI가 학생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고 있는지 파악해서 학습을 도와준다고 하던데요. 시간은 절약되겠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을 빼앗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합법적인 상태가 되어서 그 시간은 즐거웠거든요. 한국 교육에 그나마 장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입시 앞에 많은 시간을 학생들에게 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걸 제 방식대로 잘 활용한 편이었고요. 물론 지금은 공부 시간이 합법적이라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조금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탐구 시리즈를 쓰는 과정은 오랜만에 합법성이 부여된 시간이었고 그래서 괴로우면서도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정치학 연구자 조무원」중에서 연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논문, 연구 보고서, 책이 있는데요. 사실 앞의 두 가지는 연구의 내적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 무언가에 책임을 지는 문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은 달라요. 이전에 써 온 글에서는 제가 만난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면 책을 쓰는 동안에는 제가 연구한 것들을 어떻게 내 관점으로 녹여서 잘 드러낼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연구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일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죠. 책을 쓰기 전까지 저를 연구자로 살게 한 가장 큰 동력은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의 중요한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작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감이었어요. 이제는 내 관점을 드러내는 일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독자들을 만나서 대화할 생각을 하자면, 이후의 활동 방향도 고민하게 되고요.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 김아미」중에서 한국은 이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못할 것 없죠. 한국인들이 당연히 풍부하고 충분한 지적 작업을 누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여기에서 낯선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무언가를 탐색해서 세상에 던져 볼 권한과 의무가 있을 테고요. 예전부터 저는 번역을 많이 했는데요. 논의를 수입해 오는 방법으로는 최고이긴 하지만 수출은 불가능하죠. 중간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되, 이 목소리가 단지 우리 동질적인 사람들끼리 내부 잔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널리 경청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더 넓은 범위에서 울려 퍼지게 만드는 것이 제가 철학이든 뭐든 새로운 탐구를 계속하는 목표입니다. ---「교통·철학 연구자 전현우」중에서 |
|
공부하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공부하며 서평지, 과학잡지를 만들고 인문 시리즈를 쓰는 사람들 기초 학문은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자들이나 하는 거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일을 해내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다. 『공부하는 일』은 바로 지금 하는 일을 물으면서 시작한다. 공부한 내용을 일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처럼 학문과 노동을 연결시키는 까닭은 삶에서 공부가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를 직접 인터뷰한 이야기, 과학전시관에 ‘질문’을 심은 이야기, 미술 작품을 창작하면서 미학 연구로 접어든 이야기, 한 편의 논문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확장한 이야기, 어른에게 가려진 어린이의 사정을 탐구한 이야기, 과학과 철학의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간 이야기까지……. 여섯 인터뷰이의 진솔한 답변은 콘텐츠 시대 지식 생산의 최전선에서 온 생생한 소식이다. 본문에 언급되는 인명과 지명으로 독자는 한국 인문·과학의 지도의 일부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한편》 창간 3주년 특별 기획 2020년 1월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이 3주년을 맞았다. ‘세대’에서 ‘대학’까지,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은 정기구독자 누적 9000명, 뉴스레터 구독자 1만 7000여 명의 지지를 받아 오고 있다. 『공부하는 일』은 《한편》 10호 ‘대학’과 나란히 기획된 인터뷰집이다. 앞서 5호 ‘일’과 함께 나온 『책 만드는 일: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가 민음사에서 오래 사랑받은 도서 10선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탐구’ 시리즈와 같은 새로운 기획에 빛을 비춘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공부와 잠시 멀어진 독자와, 또 조용한 연구실 속에서 문득 다른 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한 미래의 필자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