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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첫째마당 가재울과 미르 사이 가재울, 벌의 가장자리 청계천의 옛 이름 ‘개천’ 달안, ‘달’이 ‘들’의 뜻으로 바위섬 독섬, 독도 너의 섬, 너나 가질 섬, 너벌섬 여의도 거룩함, 높음, 어짊의 뜻인 ‘용’을 품은 용산 둘째마당 돌모루와 치악산 사이 《춘향전》과 돌모루, 물이 돌아들다 돌고 돌다, 도라산 군사요충지 둔지산, 산이나 언덕의 ‘둔’ 물의 마을, 물가의 마을, 문막 ‘으뜸’의 뜻인 ‘마리’로 불러 달라, 마리산 선바위, 갓바위, 애기빌이 붙임바위, 바위들 들이 길게 뻗어 ‘벋을’, ‘버들’, 버드내 ‘가도 가도 끝없다’는 곧베루, 꽃벼루 가운데 들과 넓은 들, 삽다리와 판교 치악산에 수많은 지명을 남긴 태종 셋째마당 곰달내와 아우라지 사이 ‘큰 들판의 내’, 검달래가 곰달내로 추풍령, ‘서늘함’과 ‘떠남’을 떠올리게 하는 ‘추풍’ 한탄강,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한탄했을까? 어원상으로 통하는 하늘의 달, 지상의 달 노루목은 왜 그토록 많을까? 전국 방방곡곡 많고 많은 ‘새재’들 솔고개, ‘솔’은 소나무가 아니다 둘을 아우르다, 아우내와 아우름 · 부록 1. 서울의 토박이말 땅이름 · 부록 2. 새로 생겨난 우리말 지명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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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에서의 ‘가재’는 보통 ‘가장자리’의 사투리인 ‘가새’나 ‘가쟁이’를 뜻한다. ‘가장자리’란 뜻의 옛말은 원래 ‘ㄱㆍㅅ(ㄱㆍㅿ)’이었다. ‘ㄱㆍㅅ’은 오늘날 ‘물가’, ‘냇가’와 같은 복합어에서 거의 접미사로만 쓰 인다. 오늘날 우리가 표준말로 쓰고 있는 ‘가장자리’란 말도 ‘ㄱㆍㅿ’ 과 ‘자리’가 합쳐진 복합어 형태의 말이다.
--- p.18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부르는 ‘죽도竹島’라는 이름은 ‘대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이름은 ‘산의 섬’을 뜻하는 ‘달섬 山島’이 변한 말을 일본인들이 한자로 옮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는 우리말에서 ‘산山’의 옛말인 ‘닫(달)’이 변한 말이고, 독도의 우리 옛 이름인 ‘우산’이나 ‘삼봉도’도 모두 ‘산’이 들어간 땅이름이므로 이들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닫’이 ‘대’로 변화하는 과정은 ‘받(밝)’이 ‘배’로 변해 ‘밝달’이 ‘배달’이 된 과정과 연관 지어 보면 된다. --- p.43 전국에는 ‘용’ 자가 들어간 지명이 무척 많다. 그 예로 용두산, 용마산, 용문산, 용화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산들은 산세가 용 의 형국이거나 용과 관련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 러나 더러는 ‘영嶺’을 잘못 발음해 나온 것도 있고, ‘물’의 연철인 ‘무르’, ‘꼭대기’라는 뜻인 ‘모루(마루)’가 용의 옛말인 ‘미르’로 오역되어 ‘용’ 자가 취해진 것도 있다. --- p.58 양화진은 양화대교 북단에 있던 나루터이다. 한강도(한강진漢江津)와 아울러 고려 때부터 중요한 도선장의 하나였고, 조선 초에 이미 도승이 배치되었다. 강화가 교통·관방상으로 중요시되던 당시에는 양천陽川을 거쳐 강화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다. --- p.126 ‘베루’는 ‘벼랑’이란 뜻의 강원도 사투리로, 이곳에선 ‘산굽잇길’, ‘산기슭 길’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곧베루’의 ‘곧’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뜻의 강원도 방언이기도 해서 ‘곧베루’는 ‘매우 긴 산 굽잇길’이라는 뜻이 된다. 나졸들은 이 뜻을 잘 모르는 현감에게 일부러 이 말을 써서 변명할 소지를 남겼는지도 모른다. --- p.138 우리 땅이름에는 동물 이름이 들어간 것이 매우 많다. 곰, 노 루, 가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이름의 본래 뜻을 보면 동물 과는 관계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원래는 다른 뜻으로 붙여진 이름 이 세월이 지나면서 발음상 모음이 변하거나 음절의 연결 관계에 서 자음이 동화되어 변화하다 보니, 동물과 관련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 p.164 ‘추풍령’이란 땅이름의 유래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더러는 ‘바람’과 관련해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는데 그 내용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근처에 있던 추풍역秋風驛, 秋豊驛의 이름을 따라 고개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지만, 이 역시 고개 이름이 먼저인지 역 이름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나름대로 이 고개의 이름을 어원적으로 더듬어 볼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지나친 비약이 될 수도 있어 이 글을 쓰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 p.174 여러 날 고민을 거듭해 나온 이름은 ‘한울의집’, ‘사랑마루’, ‘다 솜방’, ‘사랑채’, ‘뜨락채’였다. 얼마 후 청와대 측에서는 이 이름들 중 ‘사랑채’를 택했다. 그동안 청와대에서는 순우리말 이름보다는 한 자어 이름을 선호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채’란 순우리말 이름 의 채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p.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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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을 아는 열쇠
우리말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땅이름 땅이름에는 무엇이 많다고 해서 ‘~골’, ‘~울’, ‘~말’ 등이 붙은 것이 많다. 돌이 많다고 돌골, 모래가 많다고 모랫골, 갈나무가 많다고 갈골, 밤나무가 많다고 밤골, 뱀이 많다고 뱀골……. 그러나 그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도 무척 많다. 땅이름에서의 ‘가재’는 보통 ‘가장자리’의 사투리인 ‘가새’나 ‘가쟁이’를 뜻한다. ‘가장자리’란 뜻의 옛말은 원래 ‘ㄱㆍㅅ(ㄱㆍㅿ)’이었다. ‘ㄱㆍㅅ’은 오늘날 ‘물가’, ‘냇가’와 같은 복합어에서 거의 접미사로만 쓰인다. 오늘날 우리가 표준말로 쓰고 있는 ‘가장자리’란 말도 ‘ㄱㆍㅿ’과 ‘자리’가 합쳐진 복합어 형태의 말이다. _ㄱㆍㅿ과 ‘자리’가 합쳐진 과정 ㄱㆍㅿ+자리 = ㄱㆍㅿㅇㆍ자리(ㄱㆍㅿ의 자리) ㄱㆍㅿㅇㆍ자리 〉 ㄱㆍㅿㆍ자리 〉 가사자리 〉 가상자리 〉 가장자리 땅이름은 각 지방마다 다른 발음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노루목이 대표적이다. ‘노루’는 ‘넓다’라는 우리말과 관련이 있다. ‘넓다’는 말을 전라도 지방에서는 ‘너룹다’, ‘널룹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느릅다’, 경상도나 강원도 지방에서는 ‘널따’라고 한다. 땅이름에서도 ‘넓다’는 뜻이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넓다’는 뜻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쪽으로 옮겨간 것이 많다. 이것을 지방별로 크게 나누어 보면 ‘어’ 모음 발음권인 경상도 지방에서는 ‘너러목’, ‘널목’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고, ‘오·이’ 모음 방언권인 전라도 지방에서는 ‘노리목’, ‘놀목’으로, ‘으’ 모음 방언권인 충청도 지방에서는 ‘느르목’, ‘늘목’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이 책은 땅이름 연구자인 저자가 땅이름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열쇠를 군데군데 제시하고 있다. 땅속에 묻힌 우리말의 역사, 우리 삶과 문화의 역사 발로 쓴 땅이름 연구가의 또 하나의 역사 땅이름으로 보는 역사도 재미있다. 태종이 원천석을 찾아왔던 치악산 일대에는 태종에 얽힌 땅이름이 무척 많다. 치악산 동쪽 골짜기인 지금의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강림리의 ‘태종대’는 태종이 스승을 찾다가 지쳐 쉬었다는 일화에서 나온 이름이다. 태종이 여기서 쉬며 바위 밑 웅덩이에서 빨래하는 노파를 보고 원천석의 행방을 물었다. 그러나 미리 원천석의 부탁을 받은 노파가 엉뚱한 곳을 가리켜 태종이 헛수고를 했다. 그 옆의 ‘할미소’는 그 할머니가 빠져 죽었다는 곳이다. 엉뚱한 길을 알려줘 태종이 헛수고를 하고 돌아오자, 할머니는 여인의 몸으로 임금을 속인 죄는 죽어 마땅하다며 웅덩이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또 임금 앞에서 딴 곳을 가리켰다 하여 ‘횡가리치재’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지금의 횡성군 강림면 가마골의 횡지암이 그곳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동쪽에 있는 섬인 독도는 토박이말로 부르던 이름이 따로 있었다. 바로 ‘바위섬’이라는 뜻의 ‘독섬’이었다. ‘독도’라는 이름은 ‘독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지금도 울릉도 일부 주민들은 이 섬을 ‘독섬’이라고 부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바위섬’이라는 뜻을 가진 ‘독섬’이 30여 개가 있다. 이 섬들은 대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이어서 주민들이 항상 거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이 비바람을 만나면 이곳에 배를 정박시키고 잠시 위험을 피해 가곤 했다. 평소에는 척박하기만 한 쓸모없는 섬이지만, 풍랑을 만난 이들에게 말없이 품을 내어주는 곳이었다. 어부들은 이런 바위섬을 대개 ‘독섬’이라고 불러왔다. 지금도 울릉도 주민을 비롯한 동해안 지방의 어부들은 이 섬을 ‘독섬’이라고 부르고 있다. 바로 이 사실에서도 우리 땅임을 잘 알 수 있다. 강화도 마니산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이 찡하다. ‘마리산’이 ‘마니산’으로 불리게 된 데는 일제의 계략도 한몫했다. 일제는 이 산이 ‘으뜸산’의 뜻인 ‘마리산’으로 불리는 것이 못마땅했던지 ‘두산頭山’, ‘종산宗山’, ‘마리산摩利山’, ‘마니산摩尼山’ 등으로 표기된 여러 이름 중 ‘마니산摩尼山’을 택해 일본어로 ‘마리상’이라고 적고는, 이 이름으로 정착시켰다. 광복 후에 우리는 ‘마리산’이란 이름을 지우고 ‘마니산’이라고 불렀으며,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교육자들에게 계속 그렇게 배워 왔다. 이처럼 땅이름 속에는 역사의 본류도 역사의 이면도 담겨 있다. 그 ‘어떤 곳’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땅이름 제 본래 모습을 지키고 있는 또 하나의 역사, 생활문화 지도 사람들이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살면 자리 잡은 때와 거의 동시에 그 일대에 땅이름이 생겨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나타내는 이름이 생기는 것이다. 그 ‘어떤 곳’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땅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훗날 여러 사람의 입에서 굳어지면, 여간해서는 다시 바뀌지 않는 불변성을 지닌다. 다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편한 발음으로 바뀌어 갈 수는 있다. 따라서 땅이름을 조사하다 보면 그 본디꼴(원형)인 옛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이미 한자로 바뀌어 버린 것도 많지만, 한자식 땅이름도 잘 캐보면 그 속에서 조상들이 쓰던 말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용산의 ‘용’자를 한번 보자. 우리의 낱말 중에도 ‘거룩함’, ‘높음’, ‘어짊’의 뜻으로 ‘용’이라는 글자를 취한 것이 많다. 특히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을 대신해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天子에 관한 용어에 ‘용’이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임금의 얼굴을 ‘용안’, 임금의 눈물을 ‘용루’, 임금이 앉는 평상을 ‘용상’, 임금의 덕을 ‘용덕’, 그 지위를 ‘용위’, 임금의 은혜나 덕을 ‘용광’이라고 한다.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미르’이다. 그래서 용이 사는 냇물이라는 뜻의 ‘용천龍川’을 ‘미리내(은하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은 우연이 아닌가? 물의 마을인 문막은 어떤 뜻을 지니고 있을까? 물말이나 물골은 한자로 대개 ‘수촌水村’이나 ‘수곡水谷’이 되었다. ‘무수막’, ‘무시막’, ‘무쇠막’, ‘뭇막’ 등의 이름은 ‘물’의 옛말인 ‘뭇’이 바탕이 된 이름이다. 그러므로 원주의 문막은 원래 ‘뭇막’, ‘무수막(뭇으막)’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이것은 ‘물의 마을’, ‘물가의 마을’이란 뜻을 갖고 있다. _‘뭇’에서 ‘무수막’으로 변화 뭇(물)+(의)+막(마을) 〉 뭇으막 〉무스막 〉 무수막(뭇막, 문막) 오랜 세월 동안 제 본래 모습을 지녀 온 것이 땅이름이다. 군현과 같은 행정 단위는 많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그 아랫길의 동네, 마을, 뜸, 산, 내 같은 이름은 시골 벽촌, 서울 등의 문화 중심지에도 옛날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이 많다. 특히 작은 땅이름은 그 고장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땅이름은 그 ‘옛날’이 묻혀 있는 ‘우리말의 화석’이다. 토박이말 땅이름에는 그 지역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훌륭한 지역과 지역문화 연구서이자 기록서이다. 역사, 생활, 문화, 사람, 전설 등 참으로 많은 것이 나온다. 우리의 본류에서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이 비켜왔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토박이말 땅이름을 통해 찾아보는 작업도 의미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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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땅이름 연구에 매달려 온 배우리 회장님의 땅이름 이야기가 우리말글문화 총서로 새롭게 독자들을 만난다고 하니 무척 기쁘다. 땅은 모든 생명을 품은 우리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며, 땅이름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배우리 회장님의 땅이름 이야기는 단순한 어원 연구가 아니다. 그야말로 땅이름에 담긴 온갖 이야기가 살아 있는 인문지리책과 같다. -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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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리 선생님이 오랜 세월 연구하고 쌓아 온 보물, 우리 땅이름 이야기를 이렇게 멋진 책으로 만나니 마음이 설렌다. 동화를 들려주듯 조곤조곤, 맛깔스러운 땅이름 이야기 속 재미에 쏙 빠져든다. 땅이름에 담긴 다양한 삶의 무늬와 거대한 역사가 눈앞에 우뚝 서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우리 토박이말 땅이름의 소중한 가치와 지혜를 알고, 그 향기에 흠뻑 빠졌으면 한다. - 강순예 (동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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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리 스승님의 땅이름 이야기는 이 땅에서 살아오신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얼이 오롯이 깃든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토박이말에는 우리 겨레의 오랜 삶의 발자취와 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맡음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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