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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서
소년 1부 집 2부 도서관 3부 우주에서 길을 잃다 4부 병동 5부 다시 집으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Ruth Oze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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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미친 짓을 하는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온갖 일상적인 물건과 옷, 심지어 저녁 식사까지 입과 눈, 태도와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치 디즈니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행동한다면 결국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유의지. 물건들은 정확히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돼지갈비와 플란넬 셔츠. 포춘쿠키와 고무 오리. 심지어 젓가락도 뭔가 할 말이 있었다.
--- p.95 책은 첫 문장이 제일 중요하다. 첫 조우의 순간, 독자가 첫 페이지를 펼쳐서 시작하는 문구를 읽을 때, 그건 마치 누군가와 처음 눈이 마주치거나 처음 손을 잡는 것과 같다. 우리도 그것을 느낀다. 책은 눈이나 손이 없다. 사실이다. 그러나 책과 독자가 서로를 위한 존재라면, 둘 다 그것을 안다. 그리고 애너벨이 《정리의 마법》을 펼친 순간,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녀가 첫 문장을 읽었을 때 그녀와 책 모두 등줄기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 p.125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그토록 많은 것을 원하게 하는 걸까? 무엇이 물건들에게 인간을 매혹시키는 힘을 주는 것이며, 더 많이 갖고 싶은 욕망에 한계라는 게 있을까? 애너벨은 이런 질문들을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이가 빠진 접시 더미와 파이렉스 조리기구 사이에서 작은 스노글로브를 본 순간,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저항할 힘을 잃었다. 유리구슬 안에서 마치 살아 있는 듯 빛을 발하는 작은 플라스틱 바다거북이 탈색된 산호 조각 앞에서 헤엄치며 그녀에게 이 중고품들 사이에서 자신을 좀 구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 p.154 “모두 써 내려가게. 사물들이 하는 모든 말들을. 그들의 모든 문제들도…….” “사물들의 문제요?” 베니가 물었다. “그래. 사물들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듣지 않지. 그래서 답답해하는 걸세.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누구도 자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거지 같겠죠.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자기 물건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아요.” (…) “지금 들리는 게 있나?” 베니는 귀 기울였다. 바로 왼쪽 귀 뒤에서 호두알만 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머리 위 스프링클러의 노즐이었다. “예.” 베니가 그것을 가리켰다. “저거요.” “좋아.” 노인이 연필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 연필은 쓰는 걸 잘하지. 이제 자넨 그저 열심히 귀 기울이고 들리는 걸 쓰면 돼.” 베니는 빈 종이를 빤히 쳐다보며 기다렸지만, 노즐은 조용해졌다. “이제는 안 들려요.” 그가 풀이 죽어서 말했다. “음.” 보틀맨이 말했다.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네. 지면의 공백은 불안감을 조성하지. 형상화되지 않은 것의 잠재력은 지나치게 크니까. 가끔 사물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고 입을 꾹 다물곤 한다네. 너무 몰아붙이지 말게. 그냥 다시 시도해봐.” --- pp.355~356 말은 종이에게 특징을 부여할 것이다. 말은 종이에게 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부여할 것이다. 말은 종이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그것을 반은 살아 있는 존재로 변화시킬 테지만, 당장은 아직 각자의 의미가 정해지지 않은 채 침묵 속에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 있었다. 보틀맨은 말했었다. ‘제본실에는 없는 게 없지. 제본실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그리고 이제 베니는 그 말을 이해했다. 제본실은 원초적인 장소, 모든 소리를 담고 있는 광활하고 무한한 정적의 장소이자 모든 형상을 담고 있는 공백의 장소였다. 베니는 그런 정적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절박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p.369 〈베니〉 그 목소리는 너였어. 그렇지? 그것이 네가 내게 처음 말을 건 순간이었어. 나는 종이가 만들어내는 모든 소음 사이에서 네 목소리를 간신히 들을 수 있었지만, 네가 나머지 다른 목소리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어. 사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어. 난 네가 누구인지, 혹은 네가 무엇인지 몰랐어. 그저 네가 나의 것이라는 사실만 알 뿐이었지. 〈책〉 그래, 맞아, 베니. 우리는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했어. (…) 어쨌거나 우린 네가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안도했지. 안도했고 행복하기도 했어. 왜냐하면 책이 그처럼 인간과 접촉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 거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 부르는 것을 알아듣지도 못해. 다들 휴대전화를 확인하느라 바쁘지. --- pp.371~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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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뮤지션이었던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열네 살 소년 베니는 주변 사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다그치고 공격적인 목소리도 있다. 베니는 목소리들을 애써 무시하지만, 엄마 애너벨의 저장강박증이 심해질수록 커져가는 소음을 견딜 수 없게 된다. 학교에서 도망친 베니는 ‘모든 소리를 담고 있는 광활하고 무한한 정적의 장소’ 도서관에서, 어떤 목소리와도 다른 특별한 책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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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상추의 한숨, 유리창의 비명, 가위의 빈정거림
온갖 사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소년 베니 소음에 갇혀버린 여름, 도서관에서 만난 작은 기적! * 2022년 여성문학상 최종 수상작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작가, 〈우리들〉 윤가은 감독 추천! 2022년 여성문학상 수상작 『우주를 듣는 소년』은, 폭넓은 주제를 통합하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글쓰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소설가 루스 오제키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쉬잇…… 귀 기울여보라”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불의의 트럭 사고로 아빠를 잃은 후 온갖 물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 열네 살 소년 베니와 엄마 애너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소리’는 시든 상추의 한숨, 유리구슬의 윙크처럼 누군가를 겨냥하지 않는 모호한 속삭임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유리창의 비명, 야구방망이의 위험한 도발과 같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바뀌며 베니를 주위로부터 고립시킨다. 베니의 세계가 소음과 혼란에 빠져가는 사이, 엄마 애너벨은 차마 버리지 못한 남편의 유품, 회사가 재택 근무자에게 떠안긴 자료, 포장음식과 묶음 상품, 각종 소품과 취미 공예 재료들로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수업 중에 빈정대는 가위로 자신의 다리를 찌른 사건 후 ‘사이코’로 낙인 찍힌 베니는, 학교에서 도망쳐 공공도서관에 숨어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무한한 정적’을 마주하고, 지금까지 듣던 어떤 목소리와도 다른 ‘책’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부랑자 시인, 쓰레기를 줍는 소녀 예술가 등 도서관의 괴짜들과 함께, 진정한 자기 목소리를 찾는 소년 베니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건 한 젊은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소리야. 그리고 책의 세계에서 이건 기적과 다름없지. 소년이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찾거나 소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처음 말하는 순간. _p.280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복잡한 세계의 진실에 관한 방대한 통찰 『우주를 듣는 소년』은 한국과 일본, 미국인 혼혈아인 사춘기 소년이 가족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상실과 슬픔을 건너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성장소설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시급하고 복잡다단한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철학적인 질문들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서술자인 ‘책’은 소년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인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소년 그 자신이기도 하며, 지금껏 인간이 활자를 통해 쌓아올린 지식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책’은 소년의 스토리를 솜씨 좋게 이끌어나가는 의무를 다하는 한편 너무나도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인 현대 소비문화에 경종을 울린다. 또 나아가 마르크스, 벤야민, 불교 철학 등 지적이고 방대한 철학과 예술 세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매력적인 메타픽션의 세계로 이끈다. 독자들은 두꺼운 책장을 술술 넘기는 동안 어느새 책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이를테면, “진짜란 무엇인가”, “인간의 욕망에 한계라는 게 있을까?”)과 함께 철학과 예술 비평을 종횡무진하는 지적 탐구에 참여하게 된다. 책은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하고, 이 책은 여기서 시작한다. _p.11 “말하자면 이야기는 거꾸로 사는 삶이지” 공(空)과 색(色)의 경계를 넘나드는 ‘루스 오제키’식 메타픽션 『우주를 듣는 소년』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소설가이자, 영화 제작자, 문예창작과 교수인 루스 오제키가 8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이다. 2022년 여성문학상 수상 발표 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실제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환청을 경험한 바 있다”고 밝히며, “물건들이 우리에게 현실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물론 대답은 ‘그렇다’입니다”라고 언급했다. 그 밖에도 일본계 혼혈로서 성장하며 받은 차별, 우울증으로 정신과 병동에서 몇 주를 보낸 경험 등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작품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또한 선불교 승려이기도 한 루스 오제키는 책의 다양한 장치와 구성, 내용을 통해 작가와 등장인물, 존재와 비움, 안과 밖, 공과 색(Form and Emptiness)의 경계를 끊임없이 무너뜨리고 연결시키며, 세상 모든 것은 혼자서 존재할 수 없으며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불교 철학을 녹여냈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쓰레기를 사랑하고, 쓰레기 속에서 시를 찾는 법을 배우는 것만이 세상 전체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인간과 ‘인연’으로 연결된 모든 세계를 감싸 안는다. 『우주를 듣는 소년』을 향한 추천의 말 반짝이는 문체, 따뜻함, 지성, 유머, 신랄한 풍자가 쟁쟁한 후보작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였다. 책과 독서의 힘을 예찬하는 이 책은 삶과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루스 오제키는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_2022년 여성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심사평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영혼을 불어넣는 강력한 마법을 지닌 작품. _[뉴욕타임스] 상실의 슬픔, 소비와 애착, 성장에 관한 재기발랄한 메타픽션. _[가디언] 이 소설은 모든 아웃사이더들과, 생산하고 소비되는 물건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심오하면서도 유쾌하며 애정 어린 고발이다. _[USA투데이] 기후 변화, 자본주의, 예술의 기능 등 시급한 현재적 이슈를 담아내는 한편 선불교 철학을 이야기에 녹여냈다. 독창적이고 생생하며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_[타임] 환상적이다. 오제키는 발터 벤야민, 선불교, 마르크스 철학과 성장소설을 놀랍도록 조화롭게 엮어간다. 청소년과 문학 독자, 학계 모두를 만족시킬 보기 드문 작품. _[퍼블리셔스위클리] 사물의 본질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책. 무생물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까? 사춘기 감수성은 정신질환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성장 스토리와 인쇄된 세계에 관한 찬사를 결합한 탐구적인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_[스타트리뷴] 소년이 책을 사랑하고 책과 교감하는 과정을 탁월하고 완벽하게 포착한다. 책이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고 말을 건네는지 탐구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_[북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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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비극을 정면으로 부딪치며 관통해내는 위대한 모험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이 기적의 여정을 가능케 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비호감과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지독한 아웃사이더들이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들과 한 몸이 되어 세상을 감각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야기한 심각한 소비문화와 사회적 고립, 여러 정신질환 문제들부터 청소년 주체와 성장, 예술의 본질적 의미와 선불교 철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제를 거침없이 오가는 그들의 진실되고 용감무쌍한 여정에 깊이 동참하게 된다. 그토록 분열적이고 모순적인 세계의 불협화음 속에서 매일 부서져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이 책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허무와 부조리, 상실과 고통을 믿을 수 없는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또 하루를 살아내는 지금,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다. 지극히 사실적이고도 마법적인 진짜 사랑이 여기 있다. - 윤가은 (<우리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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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무너뜨리고 치유하는 책. 깊이 몰입될 뿐 아니라 사랑하고, 살아가고, 귀 기울이게 한다. 루스 오제키처럼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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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 상실에 관한 이 따뜻한 소설은 어둠 속에서도 빛난다. 기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만일 당신이 길을 잃었다면 이 책은 집으로 가는 길을 밝혀줄 것이다. - 데이비드 미첼 (『클라우드 아틀라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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