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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매화 꽃놀이 새를 기다리다 5월 장마 바람을 기다리다 후미즈키 가을바람 국화 고하루 구름을 기다리다 봄을 기다리다 |
Ito Ogawa,おがわ いと,小川 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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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뭔가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기노시타 씨는 기린을 닮았다. 목이 길다든지 눈이 크다든지 눈썹이 구부러졌다든지 그런 부분이 아니라, 분위기라고 할지, 내면에 깃든 정신 같은 것이.
--- p.34 몸속에서 뭔가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조금이라도 뾰족한 것에 닿으면 곧바로 터져 속에서 새콤달콤한 감정이 솟아날 것 같았다. --- p.41 히메마쓰야의 커튼을 닫으려다가 창밖을 보니 날이 저무는 옅은 먹빛 하늘에 초저녁별이 오도카니 빛나고 있었다. 별사탕 같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조금 더 밝아졌다. 이 순간 기노시타 씨도 같은 별을 보고 있다면 좋겠다. --- p.62 기노시타 씨를 만나는 것을 상상만 해도 꽃봉오리가 가슴을 가득 메운 것처럼 숨 쉬기 힘들었다. --- p.78 매화가 질투하는 일이 없도록 장식용 깃에만 눈에 띄지 않게 벚꽃을 넣었다. 기모노의 세계에서는 늘 계절을 앞서는지라 가령 매화 철에 매화 무늬를 맞추는 것은 멋을 모르는 일로 여긴다. 진짜 매화의 아름다움에는 어떻게 해도 이기지 못한다. --- p.79 머리로는 이래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몸은 기노시타 씨가 있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석에 옷을 입힌 것처럼 내 마음은 기노시타 씨를 원하며 똑바로 나아갔다. --- p.79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모든 게 반전된다는 게 기억났다. 영원처럼 느껴졌던 풍경이 허무하게 스러지고, 행복인 줄 알았던 게 슬픔이 된다. 온 세상 만물이 뒤집히고 뒤바뀐 것 같다. --- p.91 내게 하루이치로 씨는 양지바른 곳이다. 다른 곳이 아무리 어둑어둑하고 추워도 그곳만 환한 빛이 가득하고 포근하다. --- p.121 “결혼할 수 없는 상대야?” 또 고개를 까닥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잇세이 씨에게 거짓말할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게 교과서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야. 안 그래, 시오리 씨?”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더니 허리띠에 꽂았던 부채를 펼쳐 부쳤다. 살짝 향냄새가 나는 바람이 내게까지 불어왔다. --- p.192 이렇게 하루이치로 씨와 같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하루이치로 씨의 몸과 내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차츰 같아진다는 게 기뻤다. 같은 세포, 같은 냄새. 하루이치로 씨와 함께한 식사가 나이테처럼 내 몸에 새겨져 간다. 하루이치로 씨 몸에도. --- p.201 바람이 살랑 불어 바닐라 에센스처럼 달콤한 향기가 히메마쓰야 안으로 날아들었다. 근처 절 담장 밑에 치자꽃이 활짝 핀 것이다. 이 시기면 자나 깨나 나는 치자 향기에 아련한 사랑을 하는 기분이 든다. --- p.220 외톨이. 갑자기 그런 단어가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에 휩싸였다. 몇 시간 전 축제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이 생각나 나만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 p.263 “별이 왜 아름다운지 알아?” 유키미치는 한 손으로 자전거를 끌며 느닷없이 물었다. “공기가 맑아서?” 나는 대답했다. “그것도 있겠지만 어둠이 있어서라고 생각하거든.” “어둠이?” “응, 캄캄한 어둠.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별이 아름다워 보여. 그렇잖아, 사실은 낮에도 별은 빛난다고.” --- p.284 나는 이미 오래전에 기노시타 하루이치로 씨라는 배에 올라탄 것이다. 이제 도중에 내리는 것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물결에 실려 바다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 p.337 내가 바라는 게 대체 뭔지 알 수 없어졌다. 망설인 끝에 다다른 곳에 또 망설임의 문이 있었다. 가고 가고 또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았다. --- p.380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다. 마음속에 잔해처럼 무질서하게 쌓인 감정과 감정 사이로, 빛을 구해 지상에 고개를 내미는 꽃처럼 나도 환한 쪽을 향해 살아가고 싶다. --- p.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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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모든 게 반전된다.
행복인 줄 알았던 게 슬픔이 된다. 온 세상 만물이 뒤집히고 뒤바뀐 것 같다.” 한차례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찾아온 애절한 사랑 이야기 아빠는 외따로, 엄마는 여동생 둘과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장녀 시오리는 일찍 독립해 앤티크 기모노 가게를 차렸다. 시오리에게 매년 전 남자 친구로부터 연하장이 온다. 어딘지 모르지만 전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한 사진 속의 그는 환하게 웃고 있다. 헤어지고 나서 시간을 다시 되돌려 달라고 신에게 여러 차례 빌었지만 시오리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리의 담담한 일상 속에도 다소간 북적거림이 있다. 엉뚱하고 발랄한 여동생 하나코는 종종 기모노를 빌려 달라며 찾아오고, 귀여운 할머니 마도카 씨는 매번 다른 디저트 가게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사 와 “시오리가 큰 걸로 먹어. 난 할머니니까 작은 거면 돼.”라며 시오리와 함께 나눠 먹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게 교과서대로 되지 않으니 말이야. 안 그래, 시오리 씨?” 하며 손녀처럼 시오리를 아껴 주는 잇세이 할아버지, 언제나 약간 화나 있는 듯한 이멜다 여사, 아버지가 직접 기른 먹거리를 도쿄까지 가져다주며 “시오리는 억지로 날 엄마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라고 하는 두 번째 엄마 스즈노 씨까지, 시오리는 스스로 외톨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이웃들과 가족들의 담백한 교류 속에서 가끔은 든든한 마음의 지원을 받으며 이럭저럭 가게를 해 나간다. 그런 가운데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하루이치로 씨가 있다. 그와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 그저 마음이 몽실몽실 따뜻해진다. “이렇게 하루이치로 씨와 같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그의 몸과 내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차츰 같아진다는 게 기뻤다.” 사랑이란 결국 같은 음식을 먹으며 성분이 같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시오리는 생각한다. 봄의 꽃구경으로 시작된 둘만의 약속은 한여름 불꽃놀이를 지나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이하며 다시 지독한 겨울 감기와 함께 사계절의 한 바퀴를 돈다.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인 줄 알았는데 나선처럼 조금씩 위치를 바꿔 간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오가와 이토는 그저 일상의 빛나는 아름다움과 함께 둘을 아련하게 스케치해 간다. “시대착오일진 모르지만 어쩐지 내 손으로 직접 주면 그 사람이 더 소중히 다뤄 줄 것 같아요.” 느려서 더 아름다운 오가와 이토식 오래된 세계 가게를 운영 중이지만 인터넷 판매도 안 하고 컴퓨터는 아예 없다. “메일을 보내는 법도 모르고 마우스가 뭔지 최근 들어 겨우 알았다.” 지은 지 육십 년 가까이 된 집에서 화로로 물을 끓이며 실제로 앤티크 기모노를 입고 생활하는 시오리의 삶은 한층 느리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도쿄의 시타마치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야나카를 무대로 펼쳐지는 『초초난난』은 일본인이 보아도 낯설 정도로 고유 일본의 매력을 속속들이 담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신사들, 식당, 계절마다 찾아오는 전통 축제 등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여 계절별 도쿄의 아름다움을 소설을 통해 누릴 수 있다. 아사쿠사만 해도 도리노이치 날이 되면 ‘운을 긁어모으는’ 즉 ‘복을 입기’ 위한 복갈퀴를 산다든가, 오랜 간논 온천에서 몸을 녹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여행만으로는 채 알지 못한 이야기가 담뿍 담겨 있다. 또한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일본 전통 설음식에 대한 유래, 사계절의 디테일한 아름다움과 배 속이 든든해지는 각 지방의 제철 먹거리, 오래된 마을에서 엿볼 수 있는 반짝이는 지혜와 각양각색의 문화를 만나는 풍부한 묘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다.” 이십 대의 오가와 이토가 그려 낸 어떤 삶의 용기 누적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달팽이 식당』, 2020년 서점대상 2위의 화제작 『라이온의 간식』 등 작가로서 저력을 끊임없이 갱신해 가는 오가와 이토는 전 세계 팬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내재하고 있다. 『초초난난』 속 시오리 또한 언뜻 약하고 여린 여자애 같지만, 가까운 이의 배신과 일찍 깨어진 부모 사이에서 받은 상처를 감당하고도 여력을 내어 가족들을 연결하는 장녀로서 묵묵히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선택하며 어른이 되는 것이 정답일까.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 처음 마주하는 삶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진지하게 헤쳐나가는 시오리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선택이 무엇이든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십 대의 오가와 이토가 바라본 삶의 용기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새로운 계절, 무게 있는 어른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 보자. 조마조마한 설렘, 닿을 수 없는 애절함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할 소설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의 찬사 - 다 읽어 버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멋진 소설이었다. - 오감을 자극하는 섬세한 필력. 오가와 이토에게 또 반했다. - 마치 알찬 잡화점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각으로 즐겼다. - 사람의 마음은 법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다양한 모양이 있다. - 소중한 사람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