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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라 「아이엠」
정진영 「눈먼 자들의 우주」 이종관 「구독과 공감을 눌러주세요」 이상민 「반격의 로딩」 이진환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실래요」 강린 「4코스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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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당신은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10억 명만 서로 사랑할 수 있다고 증명하면, 그 10억 명을 위해 나머지 70억 명의 미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는 힘을 합쳐 목표의 두 배인 20억 명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제 당신, 아니 깐따삐야가 약속을 지킬 때입니다!”
중국 대표의 발언에 많은 나라가 동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우너는 침통한 표정으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여러분은 만약 지구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전장에서 어떤 무기가 쓰일 거로 생각하십니까?” 도우너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회의장이 웅성거렸다. 도우너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가 쓰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4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가 쓰일지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도우너는 도우너 지수를 올려다보며 무겁게 말했다. “돌멩이와 나무 몽둥이입니다. 저는 제 예상이 틀리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지구에 부디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약속대로 저는 지구에서 떠나겠습니다.” ---「눈먼 자들의 우주」중에서 “내가 말하는 동안 진단하겠다, 이거죠? 좋아요. 어쨌든, 심혜연은 그렇게 매번 이기고 지는 짓에 진절머리가 났어요. 걔가 좀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데, 그런 성향 가지면 인생 살기 피곤하죠. 질 사건은 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심혜연은 전부 자기 탓으로 생각하고는 괴로워하면서 잠도 못 잤죠. 승소율 1위였는데도 말이에요. 자기의 부족한 점에만 돋보기 들이대면서 살았던 거예요. 그러면서 더욱더 이기는 것에 매달렸죠. 근데 어떻게 변호사가 매번 이겨요? 한 번 질 때마다 심혜연은 자기를 더 괴롭혔고, 그러다 보니 살면서 처음으로 전부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해를 하기도 했고, 자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죠. 타고난 성실함과 책임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는 못했고요. 자기만을 바라보던 부모님, 아닌 척하지만 질투하는 동료들, 그 무엇보다 심혜연 자신에게 부끄러워서 그러지 못했죠. 그렇게 하는 건 지는 거라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심혜연은 짧은 기간 자기를 포기했어요.” “자기를 포기했다니요?” “당신도 그랬잖아요?” 명진은 입을 다물었다. 아까부터 정보를 좀 얻을라치면 이상한 질문으로 맥이 끊어졌다. 게다가 지금 이 환자는 자기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망상. 그런데 그 말을 듣자 무언가 익숙한 종류의 감정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 이상했다. 혜연은 명진의 기색을 살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실래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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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 장르소설의 혁신
다채로운 여섯 가지 이야기를 만난다 회를 거듭할수록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져가는 『이달의 장르소설』 시리즈. 여름의 중간, 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철에 내린 『이달의 장르소설 10』은 도심 한가운데 나타난 UFO처럼 독자들을 놀랍고도 흥미로운 세계로 데려갈 여섯 가지 작품을 수록했다. 「아이엠」은 사이버 바이러스 테러로 정체성을 잃은 세상, 아이엠의 ‘정체성 회복 시스템’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아정체성 회복 100% 달성을 코앞에 앞에 두고 있던 서진은 어느 날 자신이 지금껏 받아들인 데이터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정보였으며 자신의 세계관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진단을 받는다. 서진은 과연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눈먼 자들의 우주」는 깐따삐야 출신 외계인 도우너로 인해 인류의 존폐가 달리게 된 세상을 그린다. 도우너는 인간의 폭력성에 실망해, 1년간 10억 명의 인구가 사랑을 느끼지 않으면 모든 인류의 생식능력을 제거해버리겠다 엄포를 놓는다. 전 세계는 아비규환에 빠지고, 인류는 필사적으로 서로 사랑하려 한다. 생식능력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구독과 공감을 눌러주세요」의 주인공 지안은 가상 현실로 이야기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오늘도 방송 시간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던 지안은 한 등장 인물에게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다. 젊은 부부 중 남편이 갑자기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유리 조각으로 자신을 찌르며 이 모든 게 거짓임을 알고, 당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겠다 소리치기 시작한다. 「반격의 로딩」의 주인공 태호는 AI 개발팀 소속 연구원이다. 어느 날 경쟁 업체의 도발에 화가 난 대표는 경쟁 업체를 이길 결과를 내놓으라며 태호와 직원들을 감금하고, 그 과정에서 태호는 개인적으로 개발하던 ‘AI 개발용 AI’ 드라코를 들키게 된다. 대표는 경쟁 업체를 이기기 위해 드라코의 모든 리미터를 해제하고, 짧은 시간 동안 인류의 모든 정보를 취합한 드라코는 세상을 위해 인류를 철저히 통제하기로 마음먹는다. 「다른 이름으로 살아보실래요」의 명진은 정신과 2년차 레지던트다. 그가 있는 정신과에 어느 날 도무지 병명을 알 수 없는 환자가 입원한다. 특이한 행동, 특이한 말투 그러나 무엇보다 특이한 건 환자가 명진을 찾는다는 것과 그녀가 꾸는 꿈이 명진의 꿈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얼떨결에 환자의 담당의가 된 명진은 조심스레 그녀와 대화를 시도하는데……. 「4코스 요리」는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을 파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레스토랑 노에에 관한 이야기이다. 간신히 레스토랑을 예약한 남자 친구를 따라 노에를 방문한 마야는 기묘한 레스토랑의 외관에 정신이 팔린 것도 잠시, 노에의 음식을 먹고는 할 말을 잃는다. 테이블에 차려진 요리들은 바로 이제는 만나지 못할 이들이 자신에게 만들어주던 요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장르소설이라니! 독자들이 매달 기다리게 될 또 하나의 즐거움 ‘이달에 선정되면 다음 달에 출간된다’는 전무후무한 장르소설 공모전이 발표되자, 반신반의하는 시선들이 많았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고, 괜히 서두르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할 거라며 혀를 차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공모전은 꾸준히 순항했고,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길이기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집이 탄생했다. 빠른 출간 루틴은 단순히 많이 출간하기 위함이 아니다. 고즈넉이엔티는 『이달의 장르소설』 시리즈가 작가에게는 보다 쉽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 독자들에게는 장르적 재미를 해갈하며 장르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모두가 어우러져 장르라는 이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