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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이 책의 이탈리아어 초판에 대하여 이 책의 독일어 판본에 대하여 서문 꿈― “매일 밤 나는 투쟁한다” 잠, 깨어남 그리고 꿈에 관하여 꿈과 백일몽 예술이 된 꿈 주해 후기 약어 옮긴이의 글 프란츠 카프카 연보 |
Franz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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裵琇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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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없는 밤. 벌써 사흘째나 이어지는 중이다. 잠이 쉽게 들지만, 한 시간 후쯤, 마치 머리를 잘못된 구멍에 갖다 뉜 것처럼 잠이 깨버린다. (…) 이제부터 대략 새벽 5시까지, 밤새도록, 비록 잠이 든다 해도 너무나 강력한 꿈에 사로잡힌 나머지 동시에 의식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가 계속된다. 형식적으로야 내 육신과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그동안 꿈으로 나 자신을 쉴 새 없이 두들겨대야만 하는 것이다. 5시 무렵, 최후의 잠 한 조각까지도 모두 소진되어 버리고 나면, 그때부터는 오직 꿈을 꿀 뿐이다. 그것은 깨어 있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 나는 밤새도록, 건강한 사람이라면 잠들기 직전에 잠시 느끼는 그런 혼몽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꿈들이 내 주변에 모여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꿈들을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쓴다.---일기, 1911. 10. 2.
문학적으로 보자면 내 생은 지극히 단순하다.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건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일기, 1914. 8. 6. 매우 늦은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이제 잠자리에 들겠지만, 잠을 자지는 못할 겁니다.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꿈을 꾸게 되겠지요. 예를 들자면 어젯밤처럼, 어젯밤 꿈에서 어느 다리를, 혹은 부둣가 난간을 향해 달려갔듯이 말이죠. 거기 우연히 난간 위에 놓여 있던 두 개의 전화 수화기를 집어 양쪽 귀에 갖다 대고는, ‘폰투스’로부터의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줄곧 오직 그 하나만을 간절히 소망했지만, 전화기로부터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구슬프면서도 힘찬, 무언의 노래와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죠. 그제야 나는 알아차립니다, 인간의 목소리는 이런 소리를 뚫고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고, 자리를 뜨지도 않았습니다.---펠리체 바우어에게, 1913. 1. 22/23. 당신이 우리의 베를린 생활에 대해서 써 보내자마자, 나는 그에 관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많은 꿈을 꾸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꿈은 이제 단지 슬픔과 행복감이 뒤섞인 그런 감정으로 변하여 내 안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 ---펠리체 바우어에게, 1913. 2. 11/12. |
잠 없는 꿈 ? “매일 밤 나는 투쟁한다”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오직 꿈을 꿀 뿐입니다. 잠 없는 꿈을.’ 일기와 편지, 그리고 메모의 형태로 카프카는 그 공포심을 기록했다. 그런 기록들만을 원문에서 따로 떼어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으면, 비록 처음부터 꿈을 주제 삼아 작업한 글은 아니지만, 아주 매혹적인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책의 첫 번째 특징은 다양한 사건과 변화가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면서 일렁이는 데다가 비록 종종 현실과 모순적인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카프카의 실제 주변 인물들 혹은 작중 인물들이 실제의 장소에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카프카는 꿈을 꾸고 난 다음 날 그 꿈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해 놓아서, 독자들은 마치 영화의 에피소드를 관람하듯 그 꿈들을 따라가면서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소규모 문헌 자료이기도 하다. 꿈에 관한 카프카의 모든 기록을 연도별로 정리했고 카프카 자신이 꿈과 꿈꾸기의 현상에 대해 언급한 주석들도 모았다.” (「이 책의 이탈리아어 초판에 대하여」 중에서, 본문 11쪽) 글을 쓰는 이들에게 언젠가 필히 내밀한 원형이 되고야 마는 작가, 카프카. 1990년, 이탈리아의 셀레리오 출판사에서, 편집인 가스파르 주디체가 카프카의 글 중 꿈의 내용을 기록한 대목과 카프카가 자신의 꿈꾸기를 설명한 부분들을 모은 한 권의 책을 펴냈다. 3년 후, 독일의 피셔 출판사에서, 편집인 미하엘 뮐러가 이 특별한 판본을 일부 다듬어 출간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카프카의 새로운 작품이 아니다. 그러나 카프카에 정통한 편집자가 카프카 작품의 정수를 ‘꿈’이라는 단어로 엮음으로써 글들은 재편성되었고, 그 결과물은 자연히 독자적 작품이 탄생한 셈이 됐다. “관련이 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정도로 카프카의 글은 꿈과 긴밀하다. 카프카의 신비하고 은밀한 창작의 비밀, 그 원천은 ‘꿈’에 있다. 책상과 소파 사이. 잠과 불면 사이. 몽롱함과 명징한 각성 사이. 카프카의 일기와 편지와 메모와 소설을 혼곤히 떠도는, 잠 없는 꿈들. 그는 꿈의 작가였다. 예술이 된 꿈 그러나 카프카가 꿈을 재료 삼아 작품을 썼다고 해서 그가 꿈을 단순히 기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프카는 일생을 밤낮없이 꿈에 시달렸다. “비록 잠이 든다 해도 너무나 강력한 꿈에 사로잡힌 나머지 동시에 의식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에 카프카는 무섭도록 압박당했고, “절대 기세가 누그러지는 법이 없었”던 그 꿈들은 종내 카프카 작품 도처에 여러 형태로 떠돈다. 카프카는 주로 가수면 상태에서 꾸었던 꿈들, 그 환상 내지 몽상을 글로써 직조해나갔다. 이 꿈들은 분명 꿈은 꿈이되 철저히 리얼리즘적이다. 그리하여 이 꿈들은 자연히 꿈이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분명 일상 가운데서 일어날 만한 일들은 아니며, 여기에서 카프카의 신비가 비롯된다. 일상도 아니고 꿈도 아닌, 꿈과 일상 사이에 떠도는, 꿈과 일상 사이에서 빚어진 무엇. 이 책은 이에 매혹된 여러 편집자와 옮긴이의 산물이다. “카프카는 지워지지 않는 꿈들을 소설에, 편지에, 일기에 기록했다. 그 기록을 발췌해 모은 이 책은, 꿈들에 홀린 자들이 잠 없는 밤 벌인 투쟁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하여」 중에서, 본문 9쪽) ‘꿈’에 관한 또 한 편의 단편소설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은 탁월한 번역 후기를 싣고자 한다. ‘제안들’ 1권 『꿈』의 경우, ‘꿈’에 관한 번역가의 단편소설을 책 말미에 함께 실었다. 번역가이기 이전에 이미 작가인 배수아의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가 그것으로, 독일의 환상 동화 장르 ‘메르헨’을 연상케 하는 이 신비한 소설 속에는 카프카의 꿈에서 비롯된 듯한 단어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 또한, 결국, 카프카의 ‘꿈들’이 낳은 또 다른 작품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