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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스마트폰 19 나무의 비밀 20 벽과 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관하여 22 일몰의 공원 벤치에서 24 봄비의 무늬 26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28 오수안개의 나라 30 꽃집 에덴동산 앞에서 32 순리 36 여생인디언 썸머 38 사닥다리 40 4월과 5월 사이 42 해부학개론 44 2부 유효기간 49 구멍과 창문의 함수관계 50 이팝나무꽃 52 마시멜로 53 나이의 무게 54 저녁의 자비복날 57 저녁놀 58 신전의 거리 59 시계 65 SNS 66 시인을 위한 변명 68 정오의 탑 1 70 무경계 72 나무의 생애 73 3부 구름은 나의 슬라임 79 청주거울 앞에서 84 무심천 다리 위에 서면 86 지난밤 꿈속에서 장자를 만났다 88 허튼 다짐 89 미몽의 만트라 90 용담로 93번길 92 낙뢰태양과 맞짱 뜬 날 98 매일 어둠을 복습하는 H씨 100 숙취의 아침 101 시詩를 위한 오마주 102 나의 연대기 103 명암지에서 104 4부 고상 109 삼세번 112 저녁 밥상 114 빈틈 있는 사이 116 가출 118 연민 120 거리에서 사자를 만난다면 122 낙원상가 벽에 붙어 있는 몇 잎의 추억 124 낙엽 소묘 128 갈대 129 저녁 바람의 목소리 130 도긴개긴 132 소양로 그 집 134 정오의 탑 2 136 목련꽃 그늘에서 만난 괴테 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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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어느덧 뭐든지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으나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자위한다. 내가 살아 있다는 부조리한 기쁨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생은 죽음에 저항하는 힘들의 총체로써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을 관통하는 동안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눈물겨운 것이다. 단언컨대 허락된 것은 찰나의 영원뿐이다. 사랑하고 증오하는 동안, 분노하고 용서하는 동안, 성찰하고 참회하는 동안, 창조하고 파괴하는 동안, 존재는 영원불멸이다. 뒤돌아보니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껏 나를 살아 있게 한 분에 넘치는 은총과 축복에 감사한다. 2023년 여름 와유당 황원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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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신을 굼벵이라고 한다. 느리지만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기어가는. 시인은 밥도 제 손으로 먹을 수 없고, 물도 제 손으로 마실 수 없으며, 뒤처리도 제 손으로 할 수가 없다. 사지 마비인 그에겐 말과 생각, 기쁨과 슬픔만이 오롯이 존재한다. 감정과 이성이 너무나도 또렷하다. 이 자각으로 하여 늘 아프다. 시인은 갇힌 방에서 세상 밖을 조용히 응시한다. 그는 분노하고 자책하고 절망하고 슬퍼하며 조용히 울었다. 깊은 내면의 울음이 어디론가 은하수가 되어 흘러갔다.
어느 날, 시인은 입에 막대기를 물고 자판을 하나씩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화면에 글자들이 어지러이 찍혀 나갔다. 모래사장 위에 남겨진 새 발자국처럼. 비록 뒤뚱거리는 걸음마지만 또렷이 자신의 흔적을 찍어놓았다. 그 길이 바로 시인이 걸어야 할 숙명의 길이었다. 시인이 태어난 곳은 안개의 도시 춘천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쓴 시들은 밤새 썼다가 지운 수많은 편지처럼 안개 속에 지워진다. 안개는 감춤이지만 마음의 아늑함이기도 하다. 그는 이 안개가 곧 걷히리라는 걸 알고 있다. 종이학을 타고 아내와 훨훨 날고픈 시인아. - 최돈선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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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도 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순식간이지만 우주의 시간은 상대성 이론에 따라 유연하게 흐르며 가히 천문학적이기도 하다. 눈 한 번 깜빡거리는 데 걸리는 시간인 ‘순瞬’과, 숨 한 번 내쉬는 데 걸리는 시간인 ‘식息’의 순식간 동안에, 그보다도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0.23초 동안의 시간에, 우리는 사랑과 절망을 느끼며, 기쁨과 슬픔을 체험하며, 상상의 구름 세계와 환락적 세속을 들락거리며, 몽실몽실한 꿈을 꾸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며 깨기도 한다. 그렇기도 하지만, 0.23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황원교 시인에게는, 그리고 확장된 그의 시 세계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 최계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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