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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은 그들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작은 작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구로서는 이제까지 일어난 어떤 사건보다도 가장 중대한 큰 사건이었다. 저 거대한 한 무리의 우주선이 알 수 없는 우주의 심연 저쪽에서 밀어닥쳤을 때, 지구인들은 아무런 예고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은 SF에서는 수도 없이 씌어진 것이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내 동이 텄다. 모든 땅 위에 희미한 빛을 발하며, 조용히 떠 있는 우주선은 인류가 수백 년을 쫓아가도 따라잡을 가망이 없는 고도의 과학을 상징하고 있었다. 우주선들은 엿새 동안 지구의 큰 도시들 상공에 꼼짝도 않고 떠 있었으며, 그들이 인간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어떤 암시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기미도 필요없었다. 그 거대한 우주선들은 뉴욕, 런던, 파리, 모스크바, 로마, 케이프타운, 도쿄, 캔버라 등의 도시 위에 정확히 멈추어 있다는 것은 절대 우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없었다.
--- pp.2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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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심판의 날, 차이코프스키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티베트인과 외계인, 미국인, 아틀란티스인, 다른 희귀하고 괴상한 생물 일동의 코러스를 배경에 깔고, 멋진 자동차 한 대가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달려간다. 천사와 악마가 아마겟돈을 막으러 가는 중이다.
『요한계시록』에 적힌 대로 종말의 날이 찾아왔다. 종말 후에는 천년왕국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 세상에 물든 천사 아지라파엘과 악마 크롤리는 음악도 못 듣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없는, ‘그런’세상이 오는 것이 싫다. 크롤리가 말했듯이, “베토벤과 바흐 집안 사람들, 그리고 심지어 모차르트”까지 모두가 지옥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급기야 이 둘은 상부 몰래 협정을 맺고 훼방을 놓으려 하지만, 저마다 승리를 확신하는 천국과 지옥의 인물, 재수 없게 말려든 인간, 11살짜리 적그리스도 ‘아담’까지 얽히면서 예언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유머러스하고 날카로운 풍자와 패러디를 구사하는 영국 최고의 판타지 작가 테리 프래쳇과, 코믹스, 아동서, 그래픽노블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닐 게이먼은 유명해지기 전에 ‘장난 삼아’이 책을 함께 썼다. 하지만 ‘장난’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출간되자마자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끊임없이 재판을 거듭, 강산이 바뀌는 동안 이 책은 어느새 판타지와 풍자문학의 정전이 되었다. 게다가 단순히 ‘재미있는 심심풀이 책’ 수준을 넘어서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는 열정적인 독자들이 지금도 많다고 하니, 따지고 보면 지금의 두 유명 작가를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작가답게 이 책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유머와 풍자로 가득하다. 브리짓존스 같은 코믹함과는 또 다른 영국식 블랙유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초반부터 천국을 ‘지루한 곳’으로 묘사함으로써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고, “악마들이야말로 인간에게 배워야 한다”는 둥, 악마 크롤리의 입을 통해 현대 사회의 온갖 악습에 대한 풍자를 쏟아 낸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네 기수’ 중 ‘기아’를 미국식 패스트푸드 산업에 빗댄 부분은 가히 압권이다. 그러나 의외로 시니컬하지만은 않다. 이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유머와, 각종 영화와 팝뮤직, 문학 등 광범위한 장르에서 뽑아 내는 패러디가 여기저기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씩 등장하는 저자 주석과 독특한 약력까지, 하나도 빠트리기 아까울 정도로 매우 기발하다. 또한 날카로운 풍자 밑에 숨어 있는 따뜻한 인간애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다. 조지 오웰이 상상했던 우울한 미래상 (‘미래를 그려 보고 싶다면, 영원히 인간의 얼굴을 짓뭉개는 부츠를 생각하라.”)을 패러디한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 어느새 입가에 걸려 있는 흐뭇한 웃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자 후기에서는 뒷이야기를 조목조목 적어 놓아 더 풍요롭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희소식 하나. 이 책을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감독 선정 문제로 한동안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브라질”, “시간 도둑들” 등 언제나 독특한 작품들을 발표해 온 테리 길리엄이 연출을 맡으면서 영화 계획이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아직 구체적인 캐스팅 내역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IMDB 게시판은 팬들의 기대로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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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뷸러, 휴고 수상 작가의 주옥같은 이야기들판타지문학 거장의 초기 명작 단편집
장르의 특성을 벗어난 정통 문학의 기법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철학적인 주제를 실현하는 작가 르귄은 장르 문단 내외에서 폭 넓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에 대해 언급할 때는 언제나 ‘SF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1순위’라는 말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이면서도 뛰어난 문학적 소양을 인정받는 작가는 드물다. 《바람~》은 르귄의 첫 번째 단편집이며 지금까지도 그녀의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데, 1975년 초판이 출간된 후 2004년까지 끊임없이 개장판을 거듭하며 사랑받고 있다. 르귄이 평생 동안 탐구하는 인류학, 심리학, 철학,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성공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30년 전에 발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제는 원로가 된 르귄이 데뷔 이후 걸어가게 될 여러 방향을 이 도톰한 단편집에서 능히 짐작 가능한 것도 재미있다. 작가의 가장 유명한 단편인 <아홉 생명>은 인간 복제 테마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클론으로 태어난 한 ‘인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설득력과 감동을 담아 담담히 서술한다. <제국보다 강대하고 더욱 느리게> 역시 ‘낯선 것과의 조우’라는 주제를 놓고 상처 입는 군상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명인들> <땅속의 별들> 그리고 <파리의 4월>은 지식인이 외부 권력 혹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고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데뷔작인 <파리의 4월>은 상당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명인들>은 17세기 유럽의 상황을 연상케 하는 전개를, <땅속의 별들>은 마치 설화처럼 환상적인 스타일의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미개 문명에서는 판타지로 여겨진다는 말이 있다. 르귄은 그 개념을 이용하며 판타지와 SF를 적절히 혼합해 낸다. <샘레이의 목걸이>는 SF라고도, 신화의 한 토막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묘한 느낌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와 <겨울의 왕>은 작가가 SF에서 명성을 얻게 된 《헤인》 시리즈에 속하는 이야기이다. 《헤인》 시리즈에서는 네뷸러와 휴고를 동시에 받은 《어둠의 왼손》과 《빼앗긴 사람들》이 유명하지만 기본 발상은 이 단편들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시리즈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꼽히는 고전 명작인 ‘땅바다’ 시리즈(어스시 시리즈)는 르귄에게 판타지 작가로서 부동의 권위를 선사해 준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땅바다’에 속하는 두 가지 감각적인 단편 <해제의 주문>과 <이름의 법칙>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읽든 안 읽든 재미있게 읽는 완결성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 단편들이다. 또 하나 정통 판타지 작품 <어둠상자>에서는 환상적이면서도 기묘한 느낌, 초조한 분위기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책의 표지는 이 작품을 테마로 했다. 작가에게 네뷸러 트로피를 안겨준 것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혁명전야> 두 편이다. 앞 작품은 이상적인 도시 오멜라스를 배경으로 ‘희생양’ 테마를 담담하게 그렸고 후자는 작가 스스로 말하길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둘 다 특정 장르의 소설이라기보단 일반 문예지에 실릴 듯한 작품들이다. 판타지문학에 대한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에서도 르귄은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작가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그녀 특유의 통찰과 독특한 유머 감각을 이 단편집을 통해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