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키 큰 여자 키 작은 남자 14
오래된 스마트폰이 울린다 22 얌전한 스테이크 28 등갈비 김치찜 34 기념일 40 눈썹 문신을 했다 44 딸기 쇼트케이크 54 모태솔로 60 땅콩 수확 66 걱정마 우리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70 바람 피다 걸리면 무슨 벌을 받을 거야 78 전설의 시작 84 |
수박와구와구의 다른 상품
|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못생겼다'라는 단어를 문득 떠올렸다.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어디서 들었을까. 누구도 나에게 그런 말을 대놓고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유난히 민감한 시기였는지, 하지 않은 말도 듣고, 보내지 않은 눈빛도 견뎌냈다. 못.생.겼.다. 겨우 네 글자가 코끼리처럼 나를 짓밟았다. 그 무게 아래에서 발버둥 치다 학창시절을 다 보냈다. 졸업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 p.16 오직 단단한 사람만이 오래된 핸드폰처럼 느긋할 수 있다. 코밑수염 짙은 일본 순사도 씨를 말려버리는 고문도 필요없다. 느려터진 핸드폰 하나만 갖다주면, 우리가 얼마나 무르고 약한 사람인지 밝혀낼 수 있다. --- p.23 실제로 나는 여자친구와 세 번의 데이트를 하면서 다음 데이트를 제안하지 않았다. 당연히 사귀자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참을성이 없고 성격이 불같은 여자친구는 길길이 날뛰면서 왜 집으로 초대하지 않느냐고 왜 고백하지 않느냐고 난동을 피웠다. 간신히 진압한 후에 집으로 초대했고, 오래 숙성해놓은 소고기를 꺼냈다. --- p.32 아이고 잘 한다. 요리도 너무 잘하네. 엉덩이를 토닥이며 칭찬하니, 여자친구가 훽, 돌아본다. 길다란 팔을 휘저으며 달려들어, 목을 물어 뜯으며 포효한다. 나 요리 시키려고 하는 거지!! --- p.35 행복해야 하는 날은 없어. 행복할 거라는 기대는 불행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가지고, 나도 모르게 입을 놀렸다. 원래 행복해야 하는 날은 없으니까. 얼마나 기대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우리의 행복을 결정한다. --- p.41 연애를 하다보면, 격렬하게 버텨도 어쩔 수 없이 양보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계속해서 포기하고 양보하고도 마지막에 남은 게 있을 거다. 그게 내 본 모습이다. --- p.51 나는 여자친구에게 종종 거짓말을 한다. 조미료를 뿌리면 더 맛있어 지는 요리처럼, 거짓말은 연애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물론 남발하면 안된다. 라면 스프도 넣는 순서와 방법이 있듯이, 거짓말도 나름의 원칙과 변칙을 지켜서 뿌려야한다. --- p.61 거짓말은 별처럼 스스로 빛나야 한다. '방금 한 말은 거짓말이야. 헤헤.' 궁색하게 변명한다면, 신뢰만 잃어버릴 뿐이다.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어야, 비로소 무해한 거짓말이 된다. --- p.61 나는 공식적으로 모태솔로다.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알 거 다 알지만, 그래도 그냥 모태솔로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묻더라도, 나는 막무가내로 모태솔로다. 모태솔로에는 이유가 없다. --- p.63 내가 죽으면 다른 여자 꼬실거야 태연하게 물어보는 여자친구를 안아주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재난과 질병의 평등함 앞에서 우리만 예외일 수 없다. 다만 열심히 운동하고 더 열심히 쉬면서, 무탈을 기원하는 수밖에. 그래도 고통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함께 버텨낼 것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걱정 마. 우리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 p.76 연애는 시대를 반영한다. 개인이 사회의 지배적 관념을 내재화하기 때문이다. 이제 연애는 스펙이 되었다. 많이 하는 것도 능력이다. 나는 취업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에 연애 이야기를 썼다. 이렇게 생겨먹은 놈에게 연애 경험이 많을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면접관들은 취조를 시작했고 짓말 탐지기가 동원되었다. --- p.95 연애는 나의 발견이고 너의 발견이다. 나의 확장이고 우리의 완성이다. 세계의 균열이고 세계의 재구성이다. --- p.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