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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4
제1부 안개 낀 청보리밭 같은 생각 13 동강東江 14 무소유 15 설중매도雪中梅圖 16 안개 낀 청보리밭 17 손사래 18 물오른 해질녘 19 마다가스카르의 개미 20 테왁 앞에서 21 녹슨 화로 22 노인과 비석碑石 23 꽃구경 24 수평선 25 노도怒濤 26 새벽을 깨우는 소리 27 제2부 비 갠 날 아침에 유달산을 보다 해넘이 31 거적때기 사랑 32 남방갯바닥 33 다순구미 겨울 34 사라진 동목포역 36 용천사龍泉寺 꽃무릇 37 비 갠 날 아침에 유달산을 보다 38 퍼플다리 39 수선화 다방 40 솜꽃 핀 고하도 42 새벽안개 44 섬의 사계四季 45 어느 봄날 46 들녘 표정 47 가을 서정抒情 48 겨울 여행 49 제3부 얼굴 생각에게 바랍니다 53 달이 지구에게 물으니 54 딸가닥 소리 55 가마솥 56 잡념 58 설날 풍경 60 개오동나무가 사는 마을 62 얼굴 63 멍든 사과 64 저어새 사랑 65 길을 찾는다 66 어느 해 첫눈 67 제4부 내 삶의 가을에는 침묵 소리 71 아버지와 아들 72 어머니와 아들 73 수석壽石 74 맘녜 75 하얀 손수건 76 흰 고무신 78 붉은 우체통 79 검버섯 80 비 온 날 2 82 이웃사촌 84 기氣 쌈 85 마지막 당골 86 옴서 감서 88 옛 생각 89 잘 했어요 90 내 삶의 가을에는 92 제5부 마음을 포개다 코라도 골지 95 보고 싶다 96 백조白鳥의 눈 97 그녀의 낮잠 98 예! 어머니 99 아기 보기 100 아침에 수련을 바라보며 101 둔산리에서 102 끈 103 마음을 포개다 104 해설_시인을 보고 있는, 노스탤지어와 공동체라는 시적 공간/ 김남규 105 |
尹奉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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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혼자 걷다가 발끝에
동그마니 서 있는 멧비둘기 한 마리를 당신은 어찌합니까? 풀썩 주저앉듯 한 발짝만 옮기고 찬찬히 올려다보면 당신은 어찌합니까? 걸음을 멈추고 숨소리까지 죽이니 입안의 사탕처럼 눈망울 굴려 갸우뚱 눈 맞추면 당신은 어찌합니까? 슬그머니 내민 손 옆으로 날 잡아 보란 듯이 훌쩍 뛰어 비켜선 가던 길을 가려는데 무슨 말인 듯 그렁그렁한 저 눈길을 당신은 정녕 어찌합니까? --- 「같은 생각」중에서 돌밭에 뻗어 내린 솔뿌리 같은 손은 무릎 위에서 말이 없다가 난리통에 흘러 내려와 팔 남매의 장남으로 허겁지겁 살다 보니 팔십이 넘었다고 손사래 칠 때는 구불구불 구부러진 손가락들이 굼벵이 기듯 꼼지락거렸다 그에게서 석탄 캐는 화약 냄새가 나고 생선 비린내가 나고 짭조름한 소금 맛이다 그렇게 살다가 돌부리에 받혀 불거진 손마디의 혹들이 눈길 돌려 이제는 다 잊힌 오랜 진원을 찾는다 --- 「손사래」중에서 참 오랜만에 지분脂粉까지 찍어 바르고 나갈 때는 쥘부채처럼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맨 첨에는 옥양목 천을 끊어 수壽나 복福 자를 색색으로 수놓아 쓰다가 가재 수건으로 바뀌었다 한 시오리나 큰 일 치룰 때는 근 삼 십리 길을 장場보고 한걸음에 다녀올 때 움켜쥔 손안에서 터줏대감처럼 버텨 땀이 촉촉이 배어 있었다 딴 아짐들은 속곳에다 남들이 못 보게 주머니 만들어 옷핀으로 잠근다는데 내 눈앞에 보여야만 안심된다고 쌀로 돈 사온 날, 두툼하게 질끈 묶여 있던 손수건은 당신의 손지갑이었다 그 안에 설탕 가루 하얗게 뒤집어 쓴 커다란 눈깔사탕 하나가 숨어 있었다 --- 「하얀 손수건」중에서 시간이 스칩니다 스쳐 지나간 얼굴에는 미세한 자국이 남습니다 하루, 이틀이 그어지고 또 그어지면 어느새 골이 집니다, 골은 무심히 지나는 바람을 불러댑니다 바람은 골 숲에 머문 기억처럼 깃들고 시간과 함께 숭어알에 참기름 덧칠하듯 세월을 키웁니다 얼굴은 세월을 가꾸는 텃밭이지요 그래서 오래된 얼굴에는 골과 두둑이 이마 너머 볼까지 이어집니다 때로는 인정사정없는 폭풍이 와서 골을 아주 깊게 파 생채기를 내기도 합니다 지금도 시간과 바람은 텃밭에 또 한 금을 긋고 세월은 군데군데 까만 점 같은 열매를 남깁니다 --- 「얼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