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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05
제1부 1940년생 영애씨 1940년생 영애씨 13 망초꽃 연가 15 춘몽, 오늘은 17 고향 만추 19 바람이 키워낸 텃밭 앞에서 20 성소聖所 22 3월에 피는 꽃은 23 먼 길 24 숲 25 목욕탕 여자들 26 뜸灸과 침針 28 결혼의 말들 29 내가 아는 것, 도토리 한 알 30 내 편 32 나의 뮤지엄 산 33 저 꽃이 피기까지 34 소나기 36 내 안의 말 37 제2부 환環 칠월의 품에서 41 만조의 밤, 남해 43 감자 심는 부부 45 환環 1 46 환環 2 47 환環 3 48 환環 4 49 환環 5 50 시 읽는 사람들 51 예민한 감수성 53 꽃의 위로 55 비 갠 아침 56 민들레 꽃차를 만들며 57 세상을 흔드는 힘 58 숲, 자작나무 59 구름 산책 61 여름이 가을에게 62 가을 숲으로 63 제3부 묘비명 나무 명상 67 봄 까치 꽃 69 꽃의 당부 70 2월 향 71 1959년생 명경明經 72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73 사모의 노래 75 인생 암호 밑줄 긋다 76 기분 좋은 이름 부르며 78 군사우편 80 봄 편지 82 느티나무 83 더운 세상 84 바비의 눈 85 바다가 부르는 86 내 이름 부르는 일 87 공존의 그늘 88 묘비명 89 시 = 90 만나라 사랑하라 웃어라 91 제4부 소금꽃 매미, 한 시절 95 모과나무 앞에서 96 시 수업 가는 날이면 97 시가 뭐꼬 99 시를 쓰는 일 100 차 한 잔의 약속 101 아들에게 103 번짐 104 처음처럼 105 큰비 올 무렵 107 가을 들길에 서서 108 수류헌 110 소금꽃 112 밥 약속 114 그대여서 참 고맙습니다 115 생일을 맞은 그대에게 117 여행길에서 만난 청년에게 119 내 옆에 있는 문장들 121 꽃잎 번호 0521 122 가끔은 123 해설_상처 입은 치유자가 완성한 손길, 마음의 숲을 돌보다/정유지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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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흐드러지면
울 엄마 생일이다 미역국 한 그릇 제대로 못 드시고 찬물 한 사발 쑥에 보리 몇 알 섞어 허기를 채우던 시절 미군들이 뿌리고 간 삐라를 보며 부지깽이로 글씨를 흉내 내어 기역 니은 디귿 할아버지 몰래 야간학당 문 뒤에 숨어 글 읽는 소리 훔쳐 들으며 가 나 다 라 글 배운 열아홉 울 엄마 시집오자 아버지 군에 보내고 뱃속 아이 홀로 키우며 그리운 마음 편지 써 보내고 싶어 혼자 익힌 가이가 거이거 너 아부지 보내놓고 얼매나 보고 싶든지 편지 한 줄 쓰는 데 열 다포나 걸렸네 써보고 지우고 또 쓰고 복사꽃 흐드러진 길 끝 빛바랜 얼굴 스무 살 아버지 손잡고 나온 영애씨 두 눈가엔 복사꽃이 날린다 ---「1940년생 영애씨」중에서 외로운 오르막도 주저앉았던 내리막도 옷소매 훔치며 빌어주시고 문밖을 서성이며 기다린 밤 그렇게 늙어 오신 발자국 따라 불혹을 넘기던 회색빛 기척 피로 새긴 서약 먹물로 부수고 돌아선 날 밤새워 뒤척이며 가슴에 숨겨놓은 울음 우시며 잘했다 잘했다 맘 편한 게 제일인거라 속 파먹지 말고 가슴 펴고 살거라이 느닷없던 소낙비 젖은 옷 벗기시며 끌어안던 마음자리 70년을 길어 올린 당신의 기도 어둠에서 꽃은 피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이어주는데 ---「성소聖所」중에서 푸름에 취한 새들 졸고 있는 사이 버마재비 재빨리 지나갑니다 완강하던 봄의 함성은 꽃집 진열장에서 쉬고 수국은 고개 내민 방울뱀처럼 여름의 혀를 날름거리는데 내 마음 훔쳐본 나비가 손짓하며 나를 부릅니다 나비에 눈이 팔려 돌부리에 넘어진 칠월을 보니 내 평생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날 하얀 코끼리 둥둥 떠가며 저 혼자 출렁이고 싱그러움 가득한 전시회장에서 고른 이 드러낸 마가렛처럼 하얗게 웃고 선 당신 별이 꽃이 되어 반기는 한낮 초록이 흐르는 품 넓은 칠월 두 팔 벌려 당신을 안아봅니다 ---「칠월의 품에서」중에서 꽃비가 다녀간 울타리 밑 양지에 모과나무 심은 지 어언 칠 년 쉴 새 없이 빠져나간 시간 앞 달리던 걸음 멈춰 모과꽃 눈 맞추며 살고픈 마음에 한 뼘 키를 키운 수관마다 모과 향기 시詩 향을 닮았습니다 모과 키운 농심 볕과 바람 잘 드는 양지에서 살아갈 날은 시심詩心 돌보며 살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물도 당신의 상처도 어루만지며 함께 있어 주는 힘으로 천천히 나이 들고 싶습니다 ---「모과나무 앞에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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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시인의 영원한 내 편, 어머니에 대한 헌사를 담고 있다. 영애씨는 시인에게 성소聖所이고 숲이고 나무이며 “미지근한 물 한 바가지에 트이던 숨”이고 절대자의 하늘이다. 지순하고 순수하고 아름답다. 시인은 건들바람이 몰고 온 도토리 한 알의 소중함에 주목하기도 하고 소나기를 “결핍이 만든 나의 감옥”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자전거 페달 위에서 우주를 발견하기도 하고(「환環 2」), 이상향 “아르키디아”(「환環 4」)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참취꽃에서 만나는 “민낯의 고독”(「예민한 감수성」)을 통해 새로운 감성의 에스프리를 만나보길 바란다. - 이지엽 (경기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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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 시인은 상처의 시학을 노래하고 있다. 시집 『목욕탕 여자들』을 관통하고 있는 시의 큰 흐름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다.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내적 존재에 대한 시적 성찰을 드러낸다. 이 시적 몸부림을 통해 삶의 슬픔을 극복하고 그 울음의 증폭을 서정적 결로 표출시킨다. 더구나 시인은 일상의 시적 소재들을 통해 시적 깨달음으로 치환한다. 작품 「소금꽃」, 「시 읽는 사람들」, 「환」, 「목욕탕 여자들」은 한결같이 시의 촉수를 뻗어 울림과 여운이 있는 삶의 시로 다가오게끔 한다. 시인은 현실 세계를 자신의 삶에 대한 시적 사유로 심화되어 사뭇 우리에게 그리움을 구체화시킨다. - 박현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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