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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와 함께 쓴 시/참 오래 된 호텔/여자들/날개/낮잠/벼랑에서/눈동자 속/캄캄/기다림에 관하여/신파로 가는 길 5/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하섬/서울 3느 9916/블라인드 쳐진 방 1/블라인드 쳐진 방 2/블라인드 쳐진 방 3/블라인드 쳐진 방 4/타클라마칸/아직도 서 있는 죽은 나무/월악산/어쩌면 좋아, 이 무거운 아버지를/출구를 찾아라/자동 인화기/대관령/저 새/숨은 감자/땀/저녁 달/희디흰 편지지 2. 서울의 밤/서울의 새벽/사월 초파일/서울의 흥부/서울의 방주/비 오는 날, 남산1호 터널 들어가는 길/슬픈 서커스/서울 길/벤야민의 테트리스/이제 마악 잠이 깬 서울의 공주/동방거울상회/서울/고향/붉은 수은 십자가 공장/비/피 흘리는 집/신파로 가는길 1/신파로 가는길 2/신파로 가는길 3/신파로 가는길 4/황학동 벼룩시장/강변 포장마차/목림방/황학동 재생고무호스공업사/사색과 슬픔의 빛, 울트라마린 블루/부여 박물관 어린이용 이음독무덤/베어스타운 스키장/나의 우파니샤드, 서울/레인 피플/불쌍히 여기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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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는 너무 가벼워 껴안을 수가 없어
육십억 인구를 담은 무거운 지구가 저 암흑 천지 속 스쳐가는 행성을 향하여 가볍게 손짓하듯 이별의 가장 무거운 슬픔 속에서 끄집어올린 가장 가벼운 손짓 내장을 가득 담은 내 무거운 슬픔이 널 만나 눈빛만은 그래도 가볍게 흔들어주듯 파르르 떠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깃털 한 닢 못 떠나 못 떠나 바람 공중에 떠오르다 다시 내려앉고 다시 떠오르는 한없는 숨막힘의 머리카락 억울하게 뿌리쳐져 가장 땅 깊은 곳 그곳, 암장의 지옥에 묻힌 내 혼령이 서늘하게 피워올린 헐떡이는 목울대 숨막힌 내 가슴 밖에서 저 혼자 휘날리는 옷고름 팽팽한 밧줄에 묶은 검푸른 죽지 아아, 너는 너무 가벼워 껴안을 수가 없어 --- 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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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카악 카악
태양의 면상을 향하여 가래침을 뱉고 지나가고 공중에서 압핀이 쏟아진다 아파 아파 아파 비가 쏟아진다 비의 방은 압핀으로 붙여놓았나 담배잎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속옷이 주욱주욱 찢어지고 얼굴에 두 눈에 침이 튄다 (이럴 때 심장은 말짱해요 말할 수 있나 아직도 엽연초 뿌리는 땅속에 있어요 말할 수 있나) 비 갠 후 환하게 트인 하나님의 목울대 사이로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 물방울 터지는 소리로 지저귀며 날아간다 --- 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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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고여덟시경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지금 일천이백만 개의 숟가락이 밥을 푸고 있겠구나 동그랗구나 숟가락들엔 모두 손잡이가 달렸다 시끄러운 아스팔트 옆 저 늙은 나무엔 일천이백만 개의 손잡이가 달린 이파리들이 달렸다 2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환하게 내다 걸면 태양이 일천이백만 쌍 우리들 눈 속으로 떠오른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 두 귀를 가죽배의 방향타처럼 쫑긋거리며 이불을 털고 일어난다 바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대 숨이 내 숨으로 들어오면 머리 위에서 신나는 풀들이 파랗게 또는 새카맣게 일어선다 오오 그러다 밤이 오면 죽음이 오백 년 육백 년 전 할아버지의 배꼽을 지나 내 배꼽으로 들어오고 일천이백만 개의 달이 우리의 가슴속을 넘나들며 마음 갈피갈피 두루두루 적셔준다 한밤중 서울의 일천이백만 개의 무덤은 인중 아래 모두 봉긋하고 오오오 또 한강은 일천이백만의 썩은 무덤 속을 헤엄쳐나온 일천이백만 드럼의 정액을 싣고 조용히 내일로 떠난다 다시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내다 걸면 일천이백만 쌍의 태양이 눈을 번쩍 뜨고 저 내장들의 땅속 지하 삼천 미터 속까지 빛살무늬 거룩하게 새겨진다 --- pp.125-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