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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김혜순
문학과지성사 199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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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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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비/너와 함께 쓴 시/참 오래 된 호텔/여자들/날개/낮잠/벼랑에서/눈동자 속/캄캄/기다림에 관하여/신파로 가는 길 5/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하섬/서울 3느 9916/블라인드 쳐진 방 1/블라인드 쳐진 방 2/블라인드 쳐진 방 3/블라인드 쳐진 방 4/타클라마칸/아직도 서 있는 죽은 나무/월악산/어쩌면 좋아, 이 무거운 아버지를/출구를 찾아라/자동 인화기/대관령/저 새/숨은 감자/땀/저녁 달/희디흰 편지지

2.
서울의 밤/서울의 새벽/사월 초파일/서울의 흥부/서울의 방주/비 오는 날, 남산1호 터널 들어가는 길/슬픈 서커스/서울 길/벤야민의 테트리스/이제 마악 잠이 깬 서울의 공주/동방거울상회/서울/고향/붉은 수은 십자가 공장/비/피 흘리는 집/신파로 가는길 1/신파로 가는길 2/신파로 가는길 3/신파로 가는길 4/황학동 벼룩시장/강변 포장마차/목림방/황학동 재생고무호스공업사/사색과 슬픔의 빛, 울트라마린 블루/부여 박물관 어린이용 이음독무덤/베어스타운 스키장/나의 우파니샤드, 서울/레인 피플/불쌍히 여기소서

저자 소개 1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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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7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06895

책 속으로

아아 너는 너무 가벼워 껴안을 수가 없어

육십억 인구를 담은 무거운 지구가
저 암흑 천지 속
스쳐가는 행성을 향하여 가볍게 손짓하듯
이별의 가장 무거운 슬픔 속에서 끄집어올린 가장 가벼운 손짓
내장을 가득 담은 내 무거운 슬픔이
널 만나 눈빛만은 그래도 가볍게 흔들어주듯
파르르 떠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깃털 한 닢
못 떠나 못 떠나 바람 공중에 떠오르다
다시 내려앉고 다시 떠오르는
한없는 숨막힘의 머리카락
억울하게 뿌리쳐져 가장 땅 깊은 곳
그곳, 암장의 지옥에 묻힌 내 혼령이
서늘하게 피워올린 헐떡이는 목울대
숨막힌 내 가슴 밖에서 저 혼자 휘날리는 옷고름
팽팽한 밧줄에 묶은 검푸른 죽지

아아, 너는 너무 가벼워 껴안을 수가 없어

--- p.19

구름이 카악 카악
태양의 면상을 향하여
가래침을 뱉고 지나가고

공중에서 압핀이 쏟아진다
아파 아파 아파 비가 쏟아진다
비의 방은 압핀으로 붙여놓았나
담배잎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속옷이 주욱주욱 찢어지고
얼굴에 두 눈에 침이 튄다

(이럴 때 심장은 말짱해요 말할 수 있나
아직도 엽연초 뿌리는 땅속에 있어요 말할 수 있나)

비 갠 후 환하게 트인
하나님의 목울대 사이로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
물방울 터지는 소리로 지저귀며 날아간다

--- p.97

1
아침 일고여덟시경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지금
일천이백만 개의 숟가락이 밥을 푸고 있겠구나

동그랗구나
숟가락들엔 모두 손잡이가 달렸다
시끄러운 아스팔트 옆
저 늙은 나무엔 일천이백만 개의 손잡이가 달린 이파리들이 달렸다

2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환하게 내다 걸면 태양이 일천이백만 쌍
우리들 눈 속으로 떠오른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 두 귀를
가죽배의 방향타처럼 쫑긋거리며
이불을 털고 일어난다

바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대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대 숨이 내 숨으로
들어오면 머리 위에서 신나는 풀들이
파랗게 또는 새카맣게 일어선다 오오

그러다 밤이 오면 죽음이 오백 년 육백 년 전 할아버지의
배꼽을 지나 내 배꼽으로
들어오고 일천이백만 개의 달이
우리의 가슴속을 넘나들며 마음 갈피갈피
두루두루 적셔준다

한밤중 서울의 일천이백만 개의 무덤은 인중 아래
모두 봉긋하고 오오오
또 한강은 일천이백만의 썩은 무덤 속을 헤엄쳐나온
일천이백만 드럼의 정액을 싣고 조용히 내일로 떠난다

다시 하늘이 빛의 발을 서울의 동서남북 내다 걸면
일천이백만 쌍의 태양이 눈을 번쩍 뜨고
저 내장들의 땅속 지하 삼천 미터 속까지
빛살무늬 거룩하게 새겨진다

--- pp.12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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