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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시대의 표류물
2. 간빙기의 지상에서 3. 새벽을 향해 열린 문 |
南眞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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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
대지 밑 죽은 자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내 잠을 깨운다 지하를 흐르는 검은 물줄기가 누워 있는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와 몸 가득히 어두운 말을 풀어놓는 시각 죽은 자의 입에 물린 은전의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 몸 곳곳에 번져나간다 주은 자들로 가득 찬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가보면 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 차가운 달의 심장 대지 저 밑에서 죽은 자들의 손톱과 머리칼이 소리없이 자라듯 나는 이 밤 그들의 말이 두근대는 심장을 지그시 누르고 어둠 저편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의 눈빛을 막막히 마주보고 있다 --- p.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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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의 기록
남진우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몸엔 가시가 돋아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은빛 가시가 돋아나 나를 찌르고 내가 껴안는 사람을 찌른다 가시 돋친 혀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핥고 가시 돋친 손으로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는 것은 그녀의 온몸에 피의 문신을 새기는 일 가시에 둘러싸인 나는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이 다만 죽이며 죽어간다 이 참혹한 사랑 속에서 사랑의 외침 속에서 내 몸의 가시는 단련되고 가시 끝에 맺힌 핏방울은 더욱 선연해진다 무성하게 자라나는 저 반란의 가시들 목마른 입을 기울여 샘을 찾을 때 가시는 더욱 예리해진다 가시가 사랑하는 이의 살찾을 찢고 끝내 그녀의 심장을 꿰뚫을 때 게세게 폭발하는 태양의 흑점들 사랑이 끝나갈 무렵 가시는 조금씩 시들어간다 저무는 몸 저무는 의식 속에 아스라한 흔적만 남긴 채 가시는 사라져 없어진다 가시 하나 없는 몸에 옷을 걸치고 나는 어둠에 잠긴 사원을 향해 떠난다 이제 가시 돋친 말들이 몸 대신 밤거리를 휩쓸 것이다 --- pp.76-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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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제 몸 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 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 p.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