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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스미는, 깊고 깊게 빠져드는
그들의 ‘어제저녁’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제저녁 6시 정각, 501호 얼룩말이 외출 준비를 하고, 402호 개 부부는 털양말을 신고 노래 연습을 할 참이다. 그때, 참새가 파드닥 날아오르자 402호 빨랫줄에 걸려 있던 양말 한 짝이 집으로 돌아가던 202호 양 아줌마를 향해 떨어졌다. 101호의 굶주린 사냥꾼 여우는 때마침 산양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다. 301호에서는 오리 유모가 아기 토끼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고, 402-1호 생쥐 부인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하러 집을 나섰다. 한편, 은쟁반 찻집의 까망고양이가 301호 흰토끼 씨 앞을 지나갔다. 6시 5분, 양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개 부부가 큰 소리로 짖어 댔다. 그 소리에 아기 토끼들이 날뛰었고, 양 아줌마의 열쇠는 깊고 깊은 털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때, 밝고 친절한 얼룩말이 양 아줌마 집 앞에 나타나는데…. 그 겨울 저녁, 유쾌한 아파트의 이들은 서로 얼마나 알게 모르게 얽히고 이어져 있는 걸까. 소소한 각자의 일상과 미묘한 그들의 이야기가 초콜릿 시럽처럼 잔잔하게 스며든다, 양 아줌마의 털 속처럼 깊고 깊게 빠져든다. “어찌 됐든 ‘같이’ 살아간다.” - 백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