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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자이언트북스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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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말_전건우(소설가) 6쪽
지은의 방_9쪽
강과 구슬_75쪽
이설의 목야_133쪽
작가의 말_180쪽

저자 소개 1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세상을 다 녹일 만큼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책에도 온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오래오래 들려줄 수 있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2014년 장편소설 『헤어살롱 그 남자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다마논드호』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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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20*188*20mm
ISBN13
9791191824438

책 속으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잘 모르겠다. 무서운 귀신이 나를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내가 얼마만큼 악한 존재인지 알아보고 싶은 걸까. 엄마와 아빠가 그만 싸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은 걸까. 좋아하는 친구의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웠던 걸까. 아니다. 나는 내가 더 악해지는 꼴을 두고볼 수가 없었던 거다. 귀신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었다. 내 분노가 사그라지게 해달라고. 내가 그만 악해지게 해달라고. 집이 좀 조용해졌으면 좋겠다고.
--- p.18

그것이 나를 위로 끌어당겼다. 나는 허공으로 떠오르며 발을 굴렀다. 발버둥칠수록 목이 점점 더 졸렸다. 미우가 걱정되었다. 괜히 불렀나. 내 방에 들어왔다 같은 꼴을 당하면 어쩌지. 이 집에 우리를 구해줄 어른이 없는데. 머리가 뿌옇게 흐려졌다. 그것이 나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눈앞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이렇게 죽는 건가. 부모와 같이 사는 집에서 홀로. 슬프고 후련했다.
--- p.26

학교에서 강령술을 시도해본 애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것은 굳이 나를 골랐다. 기다렸다는 듯. 아주 오래도록 나 같은 애를 찾아 헤맸다는 듯. 나의 안은 그것의 머리카락처럼 검고 축축하고 악취가 풍긴다.
--- p.55

없는 사람들. 참 이상한 말이다. 한때는 있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없다는 것. 이상하지만 당연한 것이다. 죽는다. 죽어 없어진다. 없어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좀체 이해할 수가 없다.
--- p.82

귀신은 사람의 몸을 빌리지 않고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단다. 그래서인지 목야에는 귀신에 씐 사람이 많았다. 귀신이 사람에게 자꾸 들러붙는 이유가 섬을 탈출하기 위함인지, 좁은 섬에서의 무료한 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덕에 목야의 무당들은 바빴다.
--- p.84

생긴 것부터가 끔찍했다. 물에 퉁퉁 불은 형상 그대로인 것도 있고 썩은 살점을 덜렁덜렁 달고 다니는 것들도 있었다. 대체로 머리카락이 아주 길어서 성별은 구분되지 않았다. 부표 같은 게 떠다닌다 싶어 유심히 보면 귀신 머리였고, 파도가 좀 이상하게 친다 싶어 보면 허우적거리는 귀신이 있다. 영안이 트이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물가는 위험하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수사귀는 사람을 물가로 유인해 빠뜨려 죽인다.
--- pp.107~108

남자의 시커먼 눈동자가 내 얼굴에 한참 머물렀다. 섬뜩한 안광에 혼을 다 빼앗길 것 같았다. 남자의 눈동자가 닿은 부분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박구슬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나는 반쯤 가려졌다. 지켜주려는 건가. 자기도 한이 못지않게 겁쟁이면서. 남자의 눈동자가 박구슬에게로 옮겨갔다. 남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찰나였다. 남자의 입에서 뱀처럼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얇고 긴 혓바닥이 나왔다 들어갔다. 꼭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초원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저 남자의 안에 뭐가 있다.
--- p. 113

때마침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머리 위에서 불꽃이 펑펑 터지며 별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바다가 번쩍하고 밝아졌다. 악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수백 개의 머리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머리들이 입을 쩍 벌리고 알 수 없는 소리로 웅얼거렸다.
--- p.124

그냥 빌었다. 아이를 구해달라고 아이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렇게 차가운 물속에서 혼자 죽지 않게 해달라고. 고통 속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고. 할 수 있는 게 기도뿐이라니. 겨우 기도뿐이라니. 눈물이 흘렀다. 눈앞이 뿌예졌다. 바닷물을 눈물로 착각한 걸까. 내 정신도 아득히 멀어져갔다. 물속에서 더듬더듬 아이의 손을 찾아냈다. 우리는 서로 손을 꽉 붙잡았다. 그렇게 우리 셋은 바다 아래로 조금씩 가라앉았다.
--- p.127

남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아온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자기 자신을 잘 보살피며 살아온 사람들. 남편은 그 무엇에도 해당되지 않지만 자신보다 남을 더 챙기며 살았다.
--- p.164

가족들이 하나둘 떠날 때도 언니는 이 집을 지켰다고 했다. 혼자 남은 집에서 매일 반복되는 사루를 보냈다고 했다. 행복했단다. 그런데 왜 죽었을까. 왜 행복을 더 누리지 못하고 떠나버렸을까.
--- p.169

집안이 고요했다. 이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거면 될 것이다. 다른 건 필요 없었다. 더는 알고 싶지 않았다.

--- p.179

출판사 리뷰

“강령술의 방법은 언급하지 않겠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무심코 따라 할까봐 겁이 난다.”
섬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 드러나는 관계 속 숨겨진 진실!

세심한 시선으로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호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정지혜 작가의 연작소설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는 해안선 곳곳이 바위와 절벽으로 절경을 이루는 경이로운 섬 ‘목야’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을 담은 소설이다. 잔잔해 보이지만 거센 파도를 품고 있는 바다를 닮은 세 편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기이한 일 속에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내민 목적 없는 손길과 향하는 마음이 서로를 살리고 구한다.

이야기의 문을 여는 「지은의 방」은 인물들의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강령술을 담은 이야기로 첫 장부터 독자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전학생이 퍼트린 강령술이 으스댈 수 있는 자랑거리이자 하나의 놀이가 된 학교에서 지은의 하나뿐인 친구 미우는 강령술을 하겠다고 나서더니 지은에게 함께하자고 한다. 부모님의 잦은 다툼 속에 하루하루 부모를 향한 분노를 키워가고 있는 지은은 자신의 부모가 진짜로 서로를 죽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자신의 상상이 언제고 반드시 일어날 것 같았고, 역겨운 내면을 생각하면 무서운 귀신이 찾아올까 두려웠지만, 그만 악해지고 싶었던 지은은 귀신에게 부탁하고자 강령술을 준비한다. 강령술을 하기로 약속한 날, 목야에 태풍이 몰아치게 되고, 둘은 서로 전화를 연결한 채 강령술을 진행한다. ‘내 사랑은 참을성이 없어서 내일까지 못 기다릴 거 같’(19쪽) 다며 강령술을 꼭 해야겠다 채근했던 미우는 결전의 순간 두려움에 한 발 빼고, 그러한 태도가 어이없었던 지은이 먼저 강령술을 시도하고 그것을 불러내는 데 성공한다.

그것은 굳이 나를 골랐다. 기다렸다는 듯. 아주 오래도록 나 같은 애를 찾아 헤맸다는 듯. 나의 안은 그것의 머리카락처럼 검고 축축하고 악취가 풍긴다. 그것은 나와 꼭 닮았다. _본문 속에서

「강과 구슬」은 학교에 강령술을 퍼트린 전학생 초원과 그의 친구 강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강이는 영안이 트인 아이로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 동네에 초원을 제외한 친구라고는 무당 구슬 할머니와 귀신 박구슬뿐이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많아 수사귀가 많은 곳인 목야는 지천으로 널린 혼을 달래고 위로하는 ‘목야제’가 매년 열린다. 초원과 함께 목야제를 찾았던 강이는 그곳에서 초원이 가끔 풍겼던 영혼이 썩은 냄새의 근원과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수사귀들의 추악함을 알게 되고, 갯바위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를 지나칠 수 없었던 강은 망설임 없이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이게 웬 횡재야. 영가 하나에 사람 하나, 더 들어갑니다. 많이 드십시오!_본문 속에서

「이설의 목야」에서는 어릴 적 목야에서 아빠를 잃은 설과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 엄마를 찾아갔지만 버려진 은위의 현재를 보여준다. 둘은 섬이 아닌 육지에서 한식뷔페의 직원과 손님으로 만나 부부가 됐다. 결혼식은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한 후에 은위가 살던 집에서 신혼생활을 이어가던 중누수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편, 설은 매일 밤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끙끙 앓으며 잠을 자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몰래 용한 무당이 있다는 목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무당은 그가 모시는 할머니와 자신이 인연이 깊다 이야기하더니, 남편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설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곤 낯선 골목의 폐가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설은 ‘언니’를 만나게 된다.

나한테 언니가 있었나. 언니. 언니. 자꾸 부르다보면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이 툭 하고 떠오를까. _본문 속에서

‘목야’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어진 인물들은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위해 마음 쓰고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다른 호러 소설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쫓다보면 감정의 끝에 상처를 품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왜 아직 여기 있어요? 왜 아직 못 가고 있느냐는 말이에요.”
죽은 영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감상적 호러의 시작!

‘삶과 죽음에 대해 혹은 이별과 만남에 대해 이토록 서늘하면서 아름답게 파고드는 작품을 나는 이제껏 보지 못했다’는 전건우 작가의 추천사로 기대감이 솟는 작품,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쓰였다. 소설 속에서 ‘귀신’은 섬뜩한 존재가 아닌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는 영혼으로 그려진다. 그들이 이곳을 떠날 수 없게 된 사연과 이유에 대해 정지혜 작가는 자신만의 감상적인 시선으로 떠나지 못한 이들의 마음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강령술’은 과거 유행했던 괴담 ‘분신사바’를 떠오르게 한다. 친구들과 교실에 모여 손을 모아 종이 위로 원을 그리며 귀신을 부르는 분신사바는 귀신과의 소통이 목적이지만 소설 속의 강령술은 귀신이 소원을 이루어주는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 만약 귀신을 불러내 소원을 빈다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가정의 불화를 끊임없이 목격하고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자란 지은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한 사람에게 가지는 애처로운 마음과 따스한 손길과 눈길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느끼는 감정을 짓누르기만 했던 ‘지은’은 강령술에 성공하고 증오와 분노로 점철된 마음으로 그것과 하나가 되지만 그런 지은에게도 마음이 쓰이는 존재가 있었다. 자신의 집 앞에서 엄마에게 내쳐지는 모습을 목격했던, 그 아이가 떨어트린 눈물 자국이 마르지 않는 기억. 수년의 시간이 지나 그 아이, 은위와 마주한다. 은위는 왜 지은을 찾아온 걸까? 그 순간 이야기에 숨겨진 반전에 한 번 놀라고, 끝에 다다라 작가가 숨겨둔 관계의 퍼즐 조각을 찾아내고 맞추며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인물 사이 숨겨진 인연을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숨겨둔 퍼즐 조각을 찾아 하나하나 맞춰가는 재미와 읽는 기쁨을 느껴보길 바란다.

추천평

바야흐로 ‘호러’의 계절이다. 이 무더운 여름을 맞이해 ‘기담’이라는 이름을 달고 수많은 호러 작품이 대중과 만난다. 이 작품은 그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리라 단언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극만을 추구하는 호러·미스터리 소설과는 결을 달리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혹은 이별과 만남에 대해 이토록 서늘하면서도 아름답게 파고든 작품을 나는 이제껏 보지 못했다.

기이한 섬 ‘목야’를 배경으로 하는 세 개의 이야기는 각각 관련이 없는 듯하다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접점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이야기 모두 완성도 높지만, 연작으로 생각하며 읽었을 때, 작가가 숨겨놓은 또 하나의 기승전결 구조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호러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아름다운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전건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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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한 물귀신과 상처를 가진 사람이 만나면?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한 물귀신과 상처를 가진 사람이 만나면?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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