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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그러진 미소
2.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3. S802 4. 하나, 둘, 삼, 넷, 당신은 숫자 삼을 따라 깊은 잠에 빠집니다 5. 개가 짖는다 6. 두 번째 알레스 구트 7. 사무관Q 8. 깨어날지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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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된 도로, 군중과 경찰, 기자들에 둘러싸인 건 향년 여든셋의 박련섬 할머니였다. 사체(四體)는 육교 위에서 떨어진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부러져 꺾이고 뒤틀려 있었다. 마치 고문당한 몸뚱이에 온화한 미소를 합성한 것과 같은 이 극명하게 상반된 상황은 고약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건 구경꾼들의 반응이었다. 누구의 표정에서도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자의 참담함을 읽어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섬뜩한 대비는 더 선명해졌다. 무섭다거나 운세 사납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외면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 같은 것이 시선에 녹아 있었다. 구겨진 몸은 철저히 외면당했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은 부정맥처럼 요동쳤다.(...)
어쩌면 현장에는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이 군중을 휘감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분명 올곧은 애도 분위기라기엔 뭔가 낯선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 중년들은 안도감을 감추지 못했고, 초로의 몇몇은 노골적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분명 산뜻한 미소를 머금기까지 했다. 마치 다행이라거나 부럽다는 것처럼. 끝까지 고통스럽게 꺾인 몸 따윈 아무에게도 관심받지 못했다. 그렇게 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멈춰 서서 처음 본 할머니의 마지막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때, 그 묘한 적막을 깨우는 선언과도 같은 외침이 있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 얼마나 훌륭한 알레스 구트입니까!” 절대 흘려들을 수 없는 경찰관의 강건한 목소리였다. 이후 현장은 서서히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T는 경찰관의 외침이나 사람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알레스 구트는 T와 같은 복지·최면술사들에게는 최고의 선(善)이며, 박련섬 할머니는 T가 새로운 부임지에서 만난 첫 번째 피술자였기 때문이다. --- pp.8~10 「일그러진 미소」중에서 새로운 부임지에서 T의 첫 번째 피술자가 박련섬 할머니였다. 박 할머니의 죽음은 T를 크게 흔들고 있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표정은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석연찮은 구석도 존재했다.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건 현장 정황이 말하고 있었고, 자살 또한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최면술사인 T 자신이 보증했다. 피술자의 자살 충동을 억제하는 강력한 항·자살 최면 코드를 걸어두는 건 모든 최면술사의 의무에 해당했다. 더구나 T 레벨의 최면술사가 그런 실수를 할 리 만무했다. 알레스 구트가 복지로 언급됨과 동시에 사람들은 자살 충동을 가장 걱정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과 자살충동은 어쩌면 어느 지점에서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독립기구로서 공리청이 발족한 이래 최면술사들은 피술자들의 자살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 박련섬 할머니에게는 분명 최면이 올바르게 시술된 듯 보였고, T의 실력 역시 누구에게나 충분히 인정받고도 남는 것이었다. T 자신도 박련섬 할머니가 자신의 최면에서 이탈해 자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고사의 가능성도 희박하고, 자연사도 제외하면 타살만이 남을 뿐이다. ‘자살로 위장된 타살?’ 꺼끌꺼끌한 입맛이 육교에서부터 T를 따라왔다. 게다가 자신의 전근에도 어떤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터라 의심은 증폭됐다. 혹시 뭔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T 스스로가 알아내길 공리청이 바라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공론화할 수 없는 문제지만 믿을 만한 최면술사가 맞닥뜨려 자연스럽게 해결했으면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닐까, 말이다. T의 새로운 근무지는 최근 젊은 세대가 연이어 빠져나가고 가난한 노인들만 남겨져 삶의 지표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 pp.43~45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중에서 T는 한 손에는 회중시계를 쥐고, 다른 한 손은 맨손으로 윤환의 두 손에 천천히 포갰다. “손안에 뭔가 만져지죠?” “네.” “어떤 재질인 것 같습니까?” “금속 같습니다.” “느낌이 어떤가요?” “차갑습니다.” “다른 손에 있는 제 손 느낌은 어떤가요?” “따뜻합니다.” “따뜻한 손은 이윤환 씨와 가족이 타고 있는 자동차이고, 차가운 금속은 뺑소니 차량입니다. 차가운 느낌이 사라지면서 서서히 뺑소니 차량이 보이기 시작하고, 따뜻한 느낌이 사라지면서 이윤환 씨가 처한 상황이 보이게 됩니다. 점점 선명해집니다.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하나, 둘, 삼, 넷. 이윤환 씨는 숫자 삼을 따라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이때 윤환의 고개가 옆으로 꺾여 삐딱해지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최면에 깊이 들어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 p.94 「하나, 둘, 삼, 넷. 당신은 숫자 삼을 따라 깊은 잠에 빠집니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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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를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_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작가 마음이라는 어두운 미로에 빛을 비추는 최면술의 향연! 초고령화가 심화된 가까운 미래에 정부는 병들고 가난한 노인들에게 최면을 걸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최면 복지 제도를 도입한다. 이 최면 복지를 수행하는, 고도로 숙련된 엘리트 최면술사들은 마치 마법사처럼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최상위 엘리트로 분류되는 T 레벨 최면술사는 국가적으로 규모가 크고 중요한 지역에만 부임한다. 이들은 너무 소수여서 이름도, 코드네임도 아닌 대명사 ‘T’로 불린다. 어느 날 주인공 T는 읍 규모의 지역으로 돌발 부임하게 된다. T는 최면술사들을 관리하는 독립기관 공리청의 결정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특유의 금욕과 충성심으로 묵묵히 행정 업무를 수행한다. 첫 번째 복지 피술자로 평소 최면의 기만적 행복을 믿지 않고 최면을 줄곧 거부해온 박련섬 할머니를 만나 함께 폐지를 수거하며 신뢰를 쌓는다. 모두가 이 사건을 자살로 몰아가려 한다! 도시를 뒤덮은 ‘죽음의 흔적’은 무엇인가? 대저택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박련섬 할머니와 신뢰를 쌓고 할머니에게 차차 최면을 시술하던 즈음, 갑자기 할머니가 자살로 의심되는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얼굴에는 복지의 성공인 ‘알레스 구트’를 암시하는 행복한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은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공리청은 T의 복지 성과를 치하하기에 급급하다. T는 할머니에게 은혜를 입고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던 최면술사 지망생 금봉수, 사건에 의혹을 품은 의협심 강한 형사 강창근과 함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두 명, T가 부임하기 전에 박련섬 할머니를 담당했던 S레벨 최면술사 S802와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는 할머니 남편의 배다른 형제 최득구다. 한편 T는 공리청에서 자신을 최면술사의 길로 이끌어준 사무관Q의 소개로 지역 대저택에 사는 함구증에 걸린 소녀 오승애의 치료를 돕는다. 그런데 승애를 둘러싼 승애의 외할머니, 아버지이자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가인 오승택, 승애의 친척들이 T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대저택과 승애의 가족들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걸까? 또 박련섬 할머니 사건의 혐의가 짙은 S802나 최득구, 그리고 공리청과는 어떤 관계일까? “최면술사라는 신선한 소재에 고령화 시대에서 촉발되는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더해진 SF 수사극. 죽음이라는 단어가 스릴러적 긴장감을 주며, 그에 얽힌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 _쇼박스 우리는 어떤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초고령화 시대 대중들의 추악한 욕망을 비추는 소설! 이 소설이 가까운 미래를 다루고 있으나, 장면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고령화 시대의 단면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생산·소비자로서 효용 가치가 떨어진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복지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정치인들은 최면이라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젊은이들은 불우한 노년을 비탄할 노년층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어서, 노인들은 손쉽게 행복한 마지막을 누릴 수 있어서 복지 최면을 공약한 정치인들에게 표를 던진다. 이 소설은 그렇게 초고령화 시대 대중들의 은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라는 의미의 ‘알레스 구트’는 소설에 등장하는 최면술사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다. 그런데 과연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게 맞는 걸까? 삶이라는 인생의 여정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야 하는 걸까? 우리는 ‘노인들의 행복한 죽음’이라는 대의 뒤에 드리운 어두운 이면에 대해 고민하는 T의 모습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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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숙련된 최면술사는 마치 마법사처럼 전능한 능력을 가졌다. 전개를 한껏 기대하게 만든다.”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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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라는 신선한 소재에 고령화 시대에서 촉발되는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더해진 SF 수사극, 죽음이라는 단어가 스릴러적 긴장감을 주며, 그에 얽힌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 -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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