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경아의 다른 상품
|
현대 러시아 문단을 대표하는 괴짜 할머니 작가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고골의 후계자이자 “솔제니친 이후 러시아의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가 시공사의 해외문학 시리즈인 NFF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일찍이 극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소설가, 동화작가, 만화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온 페트루솁스카야는 여든을 앞둔 나이임에도 몇 년 전 가수로 데뷔해 러시아 전역을 돌며 노래를 부르고 ‘어느 작가의 카바레’라는 무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혈기 왕성한 괴짜 할머니 작가이다. 페트루솁스카야는 193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서른이 훌쩍 넘은 1972년에 단편소설로 데뷔를 했으나 작품이 ‘현실의 어둡고 음울한 면을 부각시킨다’는 이유로 데뷔하자마자 소련 당국으로부터 10여 년간 작품 게재를 금지당했고, 이에 소설 대신 희곡에 매진해 극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후반 소련에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이 자유로워지자 50세가 되던 해인 1988년에 비로소 그간의 글들을 모은 자신의 첫 작품집을 발표하는데, 이 작품집이 예상치도 못하게 대중과 평단의 커다란 지지를 받으면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음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자신만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화법으로 풀어내는 페트루솁스카야는 이후 푸시킨 문학상(1991)을 비롯해, 러시아 문화 발전에 공헌한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트라이엄프 상(2002), 러시아연방정부 예술공로상(2003), 스타니슬라프 상(2005)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섰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는 이례적으로 자국인 러시아에서보다 영미권에서 먼저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월드판타지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페트루솁스카야의 수많은 단편 중 오싹하고 기묘한 짧은 이야기들을 선별해 엮은 이 작품집에는, 이웃 여자의 아이를 죽이고 싶어 병이 난 여자(〈복수〉), 분홍색 대머리의 남자가 전한 전염병 소식에 각자의 방에 갇혀 죽어가는 가족(〈위생〉),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꿈속에서 사람의 살아 있는 심장 샌드위치를 먹는 아버지(〈분수가 있는 집〉), 늘그막에 찾아온 사랑을 잊지 못해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는 남편(〈새로운 영혼〉), 양배추에서 주운 손톱만 한 아이를 정성껏 키우는 엄마(〈양배추 엄마〉), 마법사의 저주로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아가씨로 합쳐진 아름다운 쌍둥이 자매(〈마릴레나의 비밀〉) 등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애잔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한 독특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페트루솁스카야만이 들려줄 수 있는 포스트모던하고 그로테스크한, 우리 시대의 우화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어떤 여자는 그저 친구에 대한 질투로 몸져눕고, 어떤 아버지는 외동딸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어떤 남편은 사랑하는 이를 따로 두고 구질구질한 가정에 묶여 지루해하며, 어떤 엄마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지만 그 아들은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평생 모은 엄마의 비상금을 훔쳐낸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고단하고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행이지만 페트루솁스카야 주인공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지극히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법으로 결국 스스로 삶의 희망을 찾아낸다. 몇 페이지 안 되는 짧은 이야기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마술처럼 엮어내는 솜씨를 보면 페트루솁스카야가 왜 러시아를 대표하는 ‘이야기의 마녀’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표제작에 해당하는 〈복수〉의 여자 주인공은 공동주택에 사는 이웃 여자가 자신처럼 미혼으로 지내다가 임신을 하자 질투심에 사로잡혀 병이 난다. 결국 공동으로 사용하는 복도와 거실에 바늘통을 떨어뜨리고 양잿물이나 뜨거운 물이 든 양동이를 슬그머니 놓아두는 식으로 이웃의 어린 딸이 사고를 당하기만 기다린다. 그녀의 잔인한 계획은 성공했을까? 만약 성공한다면 그녀는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범죄에서 정의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염병이 도는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위생〉에서는, 치료약도 없고 원인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자 정부가 군대를 이끌고 자신들만 빠져나간 후 시민들을 그 도시에 영원히 격리시킨다. 주민들은 외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기이한 사투를 벌여야만 한다. 그런가 하면 〈분수가 있는 집〉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을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잃은 아버지가 등장한다. 딸의 시신을 품에 안고도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는 결국 영안실에 있는 딸의 시신을 몰래 빼내어 응급실로 데려간다. 그러고는 자신의 전 재산을 뇌물로 주며 딸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과연 딸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오싹하면서도 눈물겹게 그려낸 이 단편은 1990년대 미국 〈뉴요커〉지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사실 페트루솁스카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은 특정 지역의 사람들만이 겪는 특별한 사건들이 아니다. 이따금 모스크바라는 지명이 나오기는 하지만 정확한 시대와 장소를 짐작할 만한 힌트가 없기에 이 독특한 이야기들이 21세기 한국 어느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해도 전혀 괴리감이 들지 않는다. 신비롭고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철저하게 현실에서 읽어날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페트루솁스카야의 작품들이 오늘날 전 세계 30여 개가 넘는 언어로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을 것이다. 서평 안톤 체호프가 러시아식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떨까?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단, 포스트모던하고 그로테스크한 옛날이야기다. '이야기의 마녀'가 있다면 단연 페트루솁스카야다. _이현우(로쟈) 페트루솁스카야의 펜 끝에서 나온 환상적인 우화들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가슴을 울린다. 그녀의 휴머니즘과 슬픔을 이해하는 방식은 눈물 젖은 얼굴만큼이나 현실적이다. _워싱턴포스트 솔제니친이 사망한 지금, 사람들은 페트루솁스카야를 러시아의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에 실린 음울하면서 밀도 높은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_가디언 번뇌를 만들어내는 나약한 인간 본성과 운명이 빚은 사건들을 [……] 놀랍도록 적은 단어만으로 마법처럼 버무려낸, 오싹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_뉴욕타임스 거장의 단순명쾌함과 비정할 정도의 통찰력 [……] 톨스토이의 우화를 읽는 듯하다. _뉴요커 압축적인 언어 사용, 눈앞에 그려 보이듯 디테일하고 강렬한 묘사…… 페트루솁스카야는 확실히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작가다. _타임아웃 뉴욕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이 불타오른다 해도 다음 페이지를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_북슬럿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짧은 이야기에는 러시아 문학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도스토옙스키나 고골의 소설처럼 음울하고 기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이어지나 싶으면 어느 순간 체호프의 유머와 빛나는 반전이 보이고 종국에는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 그렇기에 그녀의 소설은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 _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