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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치트키의 탄생 - 당근 케이크 그만한 이유 - 컵케이크 취향 존중 - 베이글 내 모습 그대로 - 스콘 성공할 수밖에 없는 - 초콜릿 칩 쿠키 사랑 앞에 취향 따위 - 소시지 빵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 소보로빵 완벽한 이해 - 초콜릿 케이크 그 가게, 그 빵 - 캄파뉴 오해해서 미안해요 - 마카롱 선물 - 카늘레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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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인정해야겠다. 나는 손바닥만 한 ‘빵’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다. 소확행 리스트를 몇 개 적지 못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을까. 내가 알고 있는 빵 종류만큼, 아니 아직 맛보지 못한 세상의 모든 빵만큼이나 행복해질 기회가 있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빵은 어디에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빵이라서 하찮다는 말은 취소다. 좋아하는 빵은 아무래도 많을수록 좋겠다. ‘빵빵익선’이란 소리다.
--- p.9 스콘을 좋아하는 이유가 겉과 속이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콘처럼 모양이 제각각인 빵도 없다. 도톰한 피자 조각을 연상시키는 세모 모양의 스콘, 아이스크림 스쿠프로 반죽을 가득 떠서 만들었을 법한 동그란 스콘,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뚝 떼어 만든 듯한 못난이 스콘까지 같은 반죽으로도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변화무쌍함. 어떤 모양이든 스콘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좋다. 김 박사든, 엄마든, 김 작가든 어떤 모습이든 간에 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는다. --- p.41 오랜 시간 빵을 좋아하며 얻은 능력이라면, 과장을 조금 보태 간판만 슬쩍 보기만 해도 내 입에 맞는 빵집인지 아닌지를 높은 확률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헐크]에서 감마 폭탄을 연구하던 브루스 배너가 감마선에 노출되며 초록색 괴물로 변하는 괴력을 얻게 되었던 것처럼 빵 향기에 너무 많이 노출된 덕분인지 모르겠다. 맛집일 거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베이커리계의 히어로가 된 것만 같아 어깨가 빵빵해진다. --- p.80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하면 밤에 자려고 누워도 그 가방이 아른거린다던 친구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가방 대신 빵을 대입했더니 그게 꼭 내 얘기다. 고백하자면, 밤까지 아른거리는 음식은 없었다. 무슨 맛일까, 식감은 어떨까, 어떻게 포장되어 올까 하는 호기심과 욕망이 밤이 되기도 전에 이미 클릭을 부른 덕분이다. 빵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은 사양하고 싶다. 흔하디흔한 소보로빵만 해도 그 달콤하고 고소한 윗부분이 빵을 얼마나 덮고 있느냐에 따라 내겐 전혀 다른 빵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어쨌든 아른거리는 그것이 명품 가방이 아닌 것은 천만다행이다. 빵은 비싸봤자다. --- p.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