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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을, 에스프레소 마더랜드 은유를 벗기다 민들레 홀씨를 타고 장미 진 자리 바닷가의 그 집 안개, 추상 꽃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몽당 꿈 설국을 기다리며 새가 되고 싶다 민석씨의 카페 봄의 교향악 갈대의 말 젤소바 2부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일출 흑백사진 서글픈 나이테 고백 장안평을 가다 도산공원 앞의 그 카페 꽃과 빛, 도연이 부치지 못한 편지 내 기억의 원류 믿음의 유산 큰 소리로 불러봐 부레옥잠 수덕사 그녀들의 꿈은 어디로 갔을까 3부 사상누각沙上樓閣 오계절 어처구니 없다 부추꽃에서 큰 희망을 시와 나무들 나 없는 사이 겨울 강은 꿈이 시리다 폐선 지구 바다 꿈 반전反戰 나는 소리 죽이는 법을 안다 지구의 독백 2023 난초 빙하氷河, 그 소멸에 대하여 빙하氷河, 그 아름다운 얼음 장벽 4부 서오릉에서 대가야大伽倻의 노래 엉겅퀴 회화나무 화전花煎 연천, 평화의 길에서 창의문 길을 걷는 날은 광화문 광장 삼청동 거리 세월 그리움은 섬이 되고 여름, 꿈이 지다 망우리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내 영혼의 둥지 해설 초춘호(初春號)의 시간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
조정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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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고행이고 고난일지라도
인류평화의 길잡이라 시의 끝자리에 있는 순결한 종교는 지치고 힘든 만물의 뿌리에서 다시 깨끗하게 태어나지 사랑을 위해 가시로 길을 내는 저 붉은 장미 한 송이처럼 시는 영원한 구원의 빛이어라 육신에서 영혼으로 손 닿지 않는 세상 어둠속까지 시는 샘솟는 기쁨이고 기도며 감사이어라. ---「믿음의 유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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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애 시인의 시집 『화산석』에서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다음과 같이 썼다.
조정애 시인은 4살 때 아버지를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초춘호라는 여수와 부산을 오가던 여객선 침몰 사고였다. 성장한 후 시인은 결혼하지만 행복은 잠시. 남편은 정치병에 빠졌다가 경제적으로 현명하지 못해 4번의 부도를 낸다. 1남 2녀의 아이를 키우면서 같은 남자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하지만 조정애를 삶의 긍정으로 이끈 것은 시에 대한 열정이다. 조정애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유복하지 못하고 불우했으며 희망보다는 대개 절망 쪽에 서 있었다. 그러나 나는 끝내 시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쳇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빈 상자 같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빛나는 보석을 꺼낼 수 있게 됐다. 세상에 한 줌의 빛을 보탤 만한 시를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 시집은 ‘실패자의 부활’을 위해 태어난 셈이다. 내가 비틀거릴 때 나를 부축해 준 건 시작(詩作)에 대한 뜨거운 욕망과 열정이었다. 나는 증류수처럼 내 삶에 맺혀 있는 아름다운 ‘시 떨기’를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다. 시인은 삶의 곤궁함을 인내하는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시를 택했다. 시인의 운명적인 트라우마는 ‘시 떨기’로 승화되어, 삶을 살아가는 동력으로 변신했다. 그 찬란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시집 『믿음의 유산』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전 시집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매우 짙게 나타난다면, 이번 시집은 그 그리움마저 시적으로 승화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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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애 시인은 초춘호(初春號) 침몰 사고라는 역사적인 시간을 현재의 시간과 연결하는 시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시는 음악과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주로 다룬다. 따라서 그림, 조각, 건축 등은 본질적으로 공간예술에 속하는 주제를 나타내는데 비해, 시는 조정애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예술에 존재하는 주제를 추구한다.
조정애 시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제시한 대뇌반구(大腦半球)의 환상선(loop-line)을 참고할 수 있다. 시가 일반적 혹은 보편적 능력을 획득하게 되는 것은 바로 먼 기억과 생각의 환상선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곧 이성적인 삶이 감각적인 삶으로 편입되면서 신경의 보고가 일관성 있고 보편적이며 인간적인 의미를 지닌 사상과 사고로 변형되는 것이다. 이미지스트들이 입증하듯 환상선을 활용하지 않고도 특정한 유형의 시를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시각, 청각 또는 촉각 이미지의 보고일 뿐이다. 이미지스트들은 기억이라는 낡은 문을 닫음으로써 감각 경험의 새로운 문들을 열어주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했지만, 근본적인 결함은 보편적인 사상이 결핍된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현재의 감각적 충동으로부터 행동하는 저급한 신경중추만이 아니라 숙고를 통해 행동하는 인간 두뇌의 반구들을 재현하기 위해 활용했다. 숙고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구성된 이미지들이며, 느끼고 목격한 바 있는 것들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 맹문재 (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