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잘될 때, 잘 나갈 때, 밝을 때 어울리기 좋고 함께하기 좋은 사람들이 있고요. 영혼의 어두운 밤이 임할 때, 삶의 혹독한 겨울이 닥칠 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멘탈이 어느 정도 회복되죠. 불안이 전염된다지만, 감정 이를테면 도전감이라든지 안전감, 회복탄력성과 같은 단단한 내면도 전염이 됩니다. 그러니 타인의 멘탈을 지켜주는 건 멘탈이 튼튼한 내가 그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겁니다.
--- p.34

자존감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잘하는 게 한두 가지 있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제목을 굉장히 많이 아는 사람이 있어요. 그에겐 영화 제목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다는 게 자존감의 커다란 근거예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너희가 아무리 잘났다지만 영화는 내가 가장 잘 알아’라고 생각하는 거죠. 세상이 우리한테 부여한 일반적 개념 ‘이런 사람은 자존감이 높을 거야’와 상관없이 나만의 자존감 계측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누구한테는 영화이고 누구한테는 마라톤이며 누구한테는 책이고요. 그게 이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죠.
--- p.54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의 행운은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갖지 못한 걸 타인이 가졌을 때 부러움을 넘어 고통까지 받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는 소셜 미디어가 수시로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정녕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된 겁니다. 인지행동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영국의 윈디 드라이덴은 이를 두고 ‘비교병’이라고 명명했죠. 특히 한국의 경우 타인과의 비교가 극심한 편인데요. 무차별적 성공주의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낙인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 p.81

반응하는 게 아니라 적절히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간관계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모든 인간관계를 손절한다는 건 좋지 않겠죠. 또 모든 인간관계에서 무조건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모든 인간관계에서 다 되받아치는 것도 좋지 않겠고요. 각각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균형적으로 의도와 맥락에 따라 지속적으로 연습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대에 지나치게 맞춰준다는가 나를 향한 상대의 평가와 생각을 너무 신경 쓴다든가 할 때는 우선 ‘나’부터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 p.112

경청하려 할 땐 내 몸 전체가 상대를 향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시선뿐만 아니라 얼굴도 상대를 향해야 하고 어깨, 몸통, 심지어 발의 방향도 상대를 향해야 한다고요. 그래야 상대는 내가 그의 얘기를 100% 들으려 한다고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이후 저도 대화를 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면 온몸을 이용해 전심전력으로 상대를 향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 p.161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하길 상담 관계의 핵심 조건이 3가지 있다고 했습니다. 공감적 이해,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진실성 내지 일치성인데요. 그중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 최명기 원장님의 사례와 일치합니다. 상대 자체를, 그 존재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존중하는 거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라든지 “당신은 존재 자체가 빛납니다.”라고 말이에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칭찬의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p.174

물건을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택배가 왔다면 받지 말아야 하지 않습니까. 내 것이 아니기도 하고 뭔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받지 않으면 반송이 되어 주인에게 돌아가죠. 무례한 말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나한테 하는 무례를 수용하지 않는 거예요. 무시한다고 봐도 맞을 겁니다. 무례한 말을 하든 말든 받지 않으려니 도로 가져가라는 거죠. 그러면 그 무례는 내 것이 아니고 주인의 것이 되는 겁니다.
--- p.216~217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1950년대 말 ‘애착 이론’을 창시했습니다. 장기적 인간관계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영아의 발달 사례에서 시작해 어른의 사례로 확대되었는데요.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으로 나뉩니다. 안정형은 자기긍정과 타인긍정 유형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관심과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자신과 타인을 동등하게 대하는 편이고요. 한편 불안형은 자기부정과 타인긍정 유형, 회피형은 자기긍정과 타인부정 유형입니다. 불안형과 회피형의 불협화음이 힘겨운 관계를 만들 테고요. 안정형이야말로 화목한 가족 관계를 맺는 비결의 큰 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