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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8
1장. 책이 집을 파괴한다 17 분명 어딘가 있는 책을 사는 처지에 | 완벽한 장서 공간이 되리라 믿었는데 | ‘바닥을 뚫은 남자’ 사건 | 장서로 바닥을 뚫은 저명인사 | 종이봉투의 무게를 못 견디고, 쾅! | 일주일 만에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2장. 장서는 건전하고 현명하게 28 버릴 것인가, 팔 것인가 | ‘이사’야말로 책을 처분할 최적의 기회 | 2천 권을 줄여도 꿈쩍도 안 해 | 원하는 책은 전부 가지고 가세요 | 팔아버린 다음 날, 또 샀다 3장. 장서 매입의 이면 38 책은 순환하고 재생한다 | 아픔의 보상은 40만 엔 | ‘양질’의 문고가 줄고 있다 | 두 상자에 1만 엔, 열 상자에 5천 엔? | 헌책방 주인은 장사에 서툴다 | 헌책을 사고파는 행위에는 드라마가 있다 4장. 책장이 서재를 타락시킨다 51 장서량은 주거환경의 넓이에 비례한다 | 햇빛 잘 드는 창 아래 깨끗한 책 상 | 이상적인 서재는 교도소? | 서재의 타락은 책장에서 | 책상 주변에 쌓인 책이야말로 쓸모 있다 | 부동산에는 나쁜 조건, 장서에는 좋은 조건 | 멀쩡한 인생을 내팽개친 사람 5장. 책장 없는 장서 풍경66 책 주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책장 | ‘조제’에게 책장이 필요 없던 이유 | 생활공간은 밤낮으로 깔린 이부자리뿐 | ‘장서가 즐거운’ 시절 | 2년에 걸친 장서 ‘다이어트’ 6장. 다니자와 에이치의 서재 편력 77 시작은 다시 읽은 책 한 권 | 초등학생 때부터 헌책방을 들락날락 | 다니자와 에이치의 ‘전설’의 서재 | 오래된 복도는 장서 공간 | 철제 책장은 지진에 약하다 | 장서의 생명은 ‘분류’에 있다 | 헌책방 주인은 어떤 생각을 하며 책을 묶을까? | 이류를 찾아 읽는 보람 7장. 장서가 불타버린 사람들 99 사카자키 시게모리의 숨겨진 서재 | 불타면 후련해진다 | 나가이 가후의 책 말리는 날 | 공습으로 장서가 하룻밤 새 잿더미로 | 집에 불이 날까 늘 노심초사 | 종이는 탔는데 활자는 그대로 남았다고? | 돌고 돌아 다시 내 손에 | 책이 타는 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운명 8장. 책이 사는 집을 짓다 120 책장은 ‘벽 먹는 벌레’ | 〈마이 페어 레이디〉 속 서재 같아 | 어머니 왈 “책이 날 죽이겠어!” | SF와 추리물을 좋아하던 소년 | 건축가를 찾아라 | 나무 바닥은 약하고 책은 무겁고 | 이런 집을 지어서는 안 돼 | 책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생긴 실패 9장. 트렁크 룸은 도움이 될까?136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 ‘읽다’에서 ‘사다’로의 변신 | 순식간에 트렁크 룸이 꽉 차 | 연간 20만 엔이 책 보관료로 10장.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 145 다다미 넉 장 반짜리 방 한 칸이 그리워 | 〈애처이야기〉 속 책 상자 두 개 | ‘올바른 독서가’란? | 단 한 권부터 장서를 꿈꾼다 | 한 권의 책도 없던 이나가키 다루호 | 〈언젠가 책 읽는 날〉 속 그녀 | 미나코의 장서는 5천 권? | ‘노란 책’ 버전 ≪티보 가의 사람들≫ 11장. 남자는 수집하는 동물 162 목표가 있기에 수집한다 | 양식 있는 독서가에서 밀려나는 순간 | 남자는 왜 물건을 모으는가 | 진정한 수집가 정신 |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12장. ‘자취’는 장서 문제를 해결할까? 174 ‘쇼와’는 상투다 | ‘자취’가 뭐야? | 곤란한 건 비행기 이착륙 때뿐? | ‘전자서적’이라 불리는 한 널리 보급되진 않아요 | ‘자취’ 추진파 시인 | 책의 무게로 집이 기운다 | 부인이 보기에 그럴듯한 책만 꽂아두다 13장. 도서관이 있으면 장서는 필요 없다?c190 도서관이 있어 다행이야 | 도서관에 잘 갖춰진 책은 도서관 관련 책 | 정보 수집의 장 | ‘폐가’ 서고에 매력적인 책이 있으니 14장. 장서를 처분하는 최후 수단199 책 찾기에 속을 태운 나머지 | 장서 1만 권을 한꺼번에 방출하다 | 싼 가격으로 단기간에 팔려나가 | 처분율 95퍼센트라는 경이로운 수치 | 마음속에 구멍이 뻥 뚫린 듯했다 | 오카자키 다케시의 1인 헌책시장 | 책을 처분하는 데 꼭 필요한 건 ‘에잇!’ | 특명, 상자를 확보하라 | 5백 엔 이하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 | 5~7퍼센트는 줄었겠지 | 헌책 애호가가 혹할 만한 책을 대량 투입하기 | 도와준 사람은 다 장서의 고수 | 자택 헌책시장을 추천합니다 | 헌책방 수익이 줄었다? 저자 후기 234 역자 후기 238 |
Okazaki Takeshi,おかざき たけし,岡崎 武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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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나, 마음이 아프다고 느끼면서도.” 요시다 다쿠로의 노래 한 소절이 지금 내 마음에 절절히 와 닿는다. 마음이 아픈 것은 나의 장서 상태 때문이다. 책이 늘어도 너무 늘었다. 책장에 꽂아둔 책과 거의 같은 양의 책이 계단에서 복도, 책장 앞, 책상 주변까지 쏟아져 쌓일 대로 쌓였다. 덕분에 몸을 슬쩍 움직이는 일조차 여간 고역이 아니다. 바닥에 흐트러진 책과 책 사이 좁다란 공간에 한 발을 비집고 들어서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겨우 앞으로 나간다 해도 쌓아올린 책의 탑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
발 디딜 공간을 찾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못 찾으면 책을 밟고 넘어 다녀야 한다. 신성한 책을 밟다니, 서평 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막돼먹은 행동이리라.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책을 밟고 다닌다. 벌을 받는 건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밟은 책 표지가 찢어져서 “윽!”, 본체를 빼낸 책갑이 밟혀 뭉개져서 “으악!”, 펼쳐진 책장이 휙 접히고 구겨져서 “어이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요사이 찾는 책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낮아져 분명 집에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서점에서 다시 사오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위험한 것은 다시 사오거나 빌려온 책마저 장서의 파도에 떠밀려 ‘해저 깊은 곳’에 잠겨버리는 일이다. 언제 도서관에서 독촉장이 날아올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1장. 책이 집을 파괴한다 ≪서재-창조공간의 설계≫는 학자나 작가처럼 원고를 집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서재론’을 모은 책이다. 공감이 갔던 부분은 서양 사상사와 경제사 평론가 세키 히로노 편이었다. 그는 ≪방장기≫를 염두에 두고 일본 옛 문필가들의 서재가 “다다미 넉 장 반쯤 될까 말까 한 허름한 초막인 경우가 많다”면서 “일본 고전문학이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대단히 민감한 이유는, 일본 민족 고유의 감수성이라기보단 글을 쓰는 사람 상당수가 비바람을 그대로 맞는 바깥이나 다를 바 없는 초가에 살던 건축학적 조건과 관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정곡을 찌르는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세키가 생각하는 지상 최대의 이상적인 서재는 교도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옥중에 역작을 써내거나 전 생애를 결정짓는 독서체험을 한 예가 적지 않다”고. 교도소를 ‘서재’로 삼은 대표적인 사람은 아라하타 간손이다. 메이지·다이쇼·쇼와시대를 살아낸 이 확고한 신념의 사회주의 활동가는 1908년에 ‘붉은 깃발 사건’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다. 교도소에 있던 덕분에 ‘대역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감옥에서는 보유할 수 있는 책을 세 권 이하로 제한했지만 그는 권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한 달에 아홉 권까지 볼 수 있었다. 영어를 독파하려고 가넷이 번역한 투르게네프 전집을 받아서 영일사전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달리 할 일도 없고, 정신을 혼란하게 할 것도 없으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할 장서도 없다. 집중하기 좋다는 의미에서 ‘명창정궤’의 실례로 교도소를 들 수도 있겠다. 하긴 초막 같은 곳에 실용품 따위는 없는 셈이니 감금되지 않은 ‘교도소’나 다를 바 없으리라.---4장. 책장이 서재를 타락시킨다 작가 사카자키 시게모리는 수집가로도 유명한데, 수집품은 자택에 두지 않고 일부러 방을 빌려 보관한다. 그 방은 목조건물에 책, 목제 지팡이, 표주박 같은 작은 물건만 모아놓아 딱 봐도 불에 잘 타게 생겼다. 어느 날, 취재를 온 기자는 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불이 나면 큰일이겠네요, 라는 말을 내뱉었다. 사카자키의 대답이 걸작이다. “어쩌면 그것대로 마음은 후련하지 않을까?” 아마 그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집가 가운데는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푹 빠지는’ 타입이 있다. 가족도 돌보지 않은 채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인생의 모든 것을 오직 ‘수집’에 내던진다. 수집하는 대상이 삶의 전부여서 수집품 말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행여 불이라도 나서 모든 수집품이 불타버린다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리라. 광적인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모으면 모을수록 수집품이 공간을 압박하고,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번민’이 싹튼다. 커다란 개를 산책시키는 키 작고 힘없는 남자처럼 수집품이 힘을 얻는 순간부터 수집가는 거기에 휘둘린다. 하지만 사카자키는 다르다. 그의 목적은 ‘은거’다. 수집품은 거기에 따라오는 부록 같은 것으로 그에게 ‘장서의 괴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굶주린 사람인 양 맹렬히 사들이는 수집가가 아니다. 언제든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담담함이 사카자키의 매력이며, 그 모습은 그의 글에도 드러난다. “불타면 불탄 만큼 후련해지고, 장서의 괴로움에서 해방된다.” 짐짓 과격한 듯하지만, 장서가로서 각오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7장. 장서가 불타버린 사람들 작가이자 평론가인 요시다 겐이치는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원서를 보지 않고도 셰익스피어나 보들레르를 외웠다는 교양인 요시다의 책장에 책이 5백 권뿐이었다니! 다소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는 정말로 필요한 5백 권, 피와 살이 되는 5백 권만 지니고 있었다. ‘5백 권의 가치’는 이랬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요시다야말로 그런 사람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열어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백, 6백 권 있으면 충분하고, 그 내역이 조금씩 바뀌어야 이른바 진정한 독서가다. 5백, 6백 권이라면 5단 철제 책장 세 개 남짓한 분량이다. 앞뒤 두 줄로 꼽지 않고 모든 책등이 보이도록 꼽았을 경우다. 도서관 대출을 염두에 두면 분명 이상적인 권수이며 언제든 필요한 책을 찾아낼 수 있는 수치다. 그 책 어디 갔더라, 분명 갖고 있을 텐데, 찾으려 들면 하루가 다 간다니까, 차라리 그냥 새 책 사는 게 빠르지, 하는 웃지 못할 희비극은 연출되지 않는다.---10장.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 굳이 이래저래 말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전자서적’에 대한 나의 곱지 않은 시선을, 여태껏 이 책을 읽어주신 분이라면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모양과 감각을 종합해 ‘책’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1979년에 오자와쇼텐이 출간한 요시다 겐이치의 번역 시집 ≪포도주의 색≫을 예로 들어보자. 대리석 무늬의 마블지로 만든 책갑에서 꺼낸 책은 기름종이에 싸인 새하얀 프랑스장정이다.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기면 세이코샤의 옛날 한자와 옛날 가나 활자가 날아든다. 책갑에서 책을 꺼내, 읽기 전에 먼저 만지고, 책장을 펼치는 동작에 ‘독서’의 자세가 있다. 그에 수반하는 소유의 고통이 싫지 않기에 ‘장서의 괴로움’은 ‘장서의 즐거움’이다. 제 생각이 고리타분한가요? 정말 그런가요? 전 이것이 결정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자서적’은 ‘책’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완전히 새로운 미디어다. 종이책을 그대로 전자화한다고 새로운 미디어가 되는 건 아니므로, 그 나름대로 친숙해지기 쉬운 명칭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전자서적’으로의 흐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방법에 따라서는 타 장르와의 합작을 통해 독서를 보다 활성화하는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지금은 그것을 시도해보고 싶지 않다. 아무개 씨가 말한 것처럼 장서가 전부 사라졌습니다, 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마치 나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기분이 들어서다. 종이책을 향한 못 말리는 나의 애착을 ‘패배자의 투정’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12장. ‘자취’는 장서 문제를 해결할까? 장서를 처분하려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제안한다. 나처럼 어딘가 장소를 빌리지 말고 차라리 자택을 이용해 ‘1인 헌책시장’을 열어보라. 헌책시장을 열고 싶은데 적당한 장소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어 좀처럼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딱 알맞은 방식이다. 기한은 하루, 일요일이 좋다. 장소는 자택 거실. 단독주택이면 봄이나 가을 어느 맑은 날에 뜰에서 현관까지 혹은 차고를 추천하다. 친구나 친구의 친구, 이웃 사람에게 소식을 알리고 사람들이 모이면 책을 판다. 무엇부터 준비하면 될까. 우선 처분하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꺼내 한 장소에 모은다. 부인 혹은 남편 그리고 아이에게도 도움을 청해 안 읽는 책을 모아보자. 잡지나 만화, 그림책도 좋다. 프리마켓처럼 의류나 장난감 같은 물건을 함께 내놓아도 좋다. 책이 생각만큼 모이지 않으면 비슷한 ‘괴로움’을 지닌 친구나 지인에게 함께 하자고 말해본다. 책이 모이면 가격을 매긴다. 나중에 합산할 때를 고려해 네모로 자른 종이에 가격을 적어 책에 끼워 넣는 방식을 추천한다. 가격은 알기 쉽도록 크고 정확하게 적는다. 빼내기 쉽도록 제일 마지막 책장에 끼운다. 그냥 끼우면 그걸로 족하다. 여러 집이 합동으로 여는 경우는 누구 물건인지 알 수 있도록 가격표에 반드시 이름이나 기호를 적는다. 그 전에 표지가 더럽거나 먼지가 쌓인 책은 깨끗이 닦아둔다. 자국을 지울 때는 지우개를 쓰거나 연하게 중성세제를 묻힌 헝겊으로 닦아내면 좋다. 손님이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책을 사도록 하기 위한 준비다. 이제 제일 중요한 가격 매기기다. 다 팔고 싶다면 되도록 싸게! 만약 신간이 많다면 오히려 헌책방에 처분하는 편이 값을 잘 받는다. 하지만 오래된 단행본이나 문고본이라면 눈 딱 감고 싼 가격을 붙이도록 하자. 책은 50엔, 100엔, 150엔, 200엔과 같이 가격대로 나눈다. 과감히 다 100엔으로 해도 좋다. 북오프에 책을 처분하면 신간이라도 대부분 50엔 정도밖에 쳐주지 않는다. 단행본도 100엔 이상 쳐주지 않고 잡지는 대부분 50엔이다. 오래된 만화는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값을 싸게 해서 아는 사람에게 파는 편이 낫지 않은가. ---14장. 장서를 처분하는 최후 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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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시무시하다. ‘장서의 즐거움’도 아니고 ‘장서의 괴로움’이라니.
그것도 책이 절멸 위기종에 처한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오늘날에 말이다. ▶ 건전한 서재 만들기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 자신처럼 장서로 괴로워한 유명 작가나 일반인의 경우를 살펴보며 고통을 치유해가는 생활 공감기다. 무언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을까 했지만, 결론은 나쁜 여자한테 걸렸다고 뽐내며 살아가는 길밖에 없는 듯하다. 만약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는 책을 처분하지 않을 테고, 결국 그 사람도 책 한 권이 더 늘어버리는 셈이니까. ▶ 이렇게 귀찮은 것에 홀린 책 수집가는 도대체 어떤 인종인가? 수집가가 그리 긍정적인 인물형은 아니다. 어떻게 보자면 수집이란 가장 어이없는 퇴행 중 하나일 수 있다. 책 수집가도 아마도 남다르게 집념이 깊고 인색하며 괴팍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한 책을 자랑한다.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책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때론 처자를 저당 잡혀서라도 원하는 책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 가운데 어떤 이는 장서의 대부분은 읽지 않는데, 이런 책 수집가를 보면 같은 장서가로서 자기혐오에 빠진다. 책더미에 눌리는 삶이 바람직하겠는가. ▲ 과연 장서가를 고칠 약은 존재하는가? 이 책에는 저자처럼 “그래, 이제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는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천천히 책더미와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부터 손을 놓기 시작하면서 헌책방에 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과연 나는 올바른 독서가인지 반성하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을 찾아내며, 도서관에서 위로를 받으며 결국 나의 책을 처분하기까지. 장서가라면 맞아, 맞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눈물겨운 이별과정이 그대로 펼쳐진다. 추천의 글 괴롭다고? 그런데 너 당뇨나 결핵이나 치질 같은 게 아니잖아? 치질이야 매운 음식을 너무 먹었다든지 방탕한 생활을 했다든지 하는 경우에 생기지만, 장서의 괴로움은 스스로 좋아서 사들인 나머지 생기는 결과나 다름없다. 케이크를 너무 먹어 뚱뚱해지는 것만큼 보기 흉한 일인데, 이것이 책이 되면 뭔가 문화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지 ‘괴롭다 괴로워’하면서 자랑해대는 것일까? 이렇게 나는 죽 장서의 괴로움을 득의양양하게 개탄하는 사람을 비판해왔다. 오카자키 타케시는 유명한 서평가다. 처음 책을 보고 ‘뭐야, 그도 또 자랑질이군’ 했지만, 이 책은 조금 톤이 다르다. 유명한 장서가, 장서로 곤란을 겪은 사람을 비롯해 그들의 장서 처리 방식, 왜 장서가 방대해버렸는지를 등을 찬찬히 적고 있다. 장서를 위해 집을 세운 사람도 등장하는데, 평소라면 내 원망의 대상이 되겠지만 벽을 가지런히 가득 메운 집 사진을 보니 부러운 마음까지 싹텄다. 아마 이 사람도, 오카자키 다케시도 장서로 꽤나 절실히 괴로운 모양이다. 그래도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경제상황에서는 책 따위는 사지 않기에 어쩌면 착해빠진 고민일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책은 읽지 않아요” 하는 사람도 은근히 많으니 장서의 괴로움이라고 해봤자 그 뜻조차 모를 수 있다. 이때 잘 일어나는 비극이 ‘남편의 만화 컬렉션을 아내가 쓰레기로 버리는 일’이다. 책 속에도 언뜻 나온다. 이때 “팔면 매우 고가라는 사실을 아내가 나중에 알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는 웃지 못할 후일담이 따라 붙는다. 나도 책을 좋아해 자주 사지만, 남의 책은 버리는 게 좋다고 항상 생각하기에 아내의 편에 속한다. 어쨌거나 책이 안 팔린다고 탄식하는 목소리와 책 따위는 없어도 그만이라는 목소리가 충돌하는, 이상한 느낌의 책이었다. - 아사히 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