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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그 소란한 밤들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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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4 0 프롤로그 성영주

12 1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 정은영


15 들어가며
18 미련 남길 바엔 서둘러 아픈 게 나아
27 각성의 새벽
31 슬픔을 구경하던 슬픔
38 다 잊었다(아주 사적인 고백)
41 떠날 리(離), 떠나고 떼어내고 끊어내는 고통
48 새겨둔 말들
52 그러니까, 영화
57 자기소개서
61 날마다 앞만 보고 달렸다. 지나가던 날들
70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다시 서쪽 끝으로
78 나의 털 식구들
86 오늘도 손등에 머무는 햇살이 고마워

90 2 멀리 가는 삶 생경


93 겨울나무
95 자리
99 바다
106 싱크대
109 시골
114 처음부터 사랑이 없었을 리 없다
120 기회
123 이기고 지는 싸움
126 검열
130 검은 봉지
134 결혼에 이르게 했던 힘
138 나라고 뭐 그렇게
141 둘이서 셋의 자리를 채우며
144 혼자
152 존엄과 복수
164 멀리 가는 삶

166 3 그 소란한 밤을 지나 성영주


169 들어가며
172 대낮에 한 가출
181 헤아림이라는 것
185 가장 슬픈 어버이날
193 그 밤, 그 밤들
199 끝없이 미끄러지는 세계
202 나의 마흔은 다를 것이다
205 단 한 번의 홀로서기
212 끝나지 못한 이야기
217 ○○○님 사.건.방
222 소송장이라는 불씨
227 이혼, 그 소란한 밤을 지나

저자 소개 3

1972년생. 본업은 영화 미술감독. 어릴 적 꿈은 탐험가. 대학 시절, 전공보다 영화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스물일곱, 장편 상업영화 미술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미술의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사람과 생의 이면을 헤아리는 일이었다. 한창 이름값 하던 때,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고 3년 동거 후 결혼했다. 가족의 탄생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입장하는 일이었고 ‘인간탐구’의 심화 과정이었다. 수료에 13년 걸렸고 이혼했다. 다시, 원래대로 혼자다. 영화 외에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병행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획자, 작가, 연출가 등으로도 활동 중이
1972년생. 본업은 영화 미술감독. 어릴 적 꿈은 탐험가. 대학 시절, 전공보다 영화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스물일곱, 장편 상업영화 미술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미술의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사람과 생의 이면을 헤아리는 일이었다. 한창 이름값 하던 때,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고 3년 동거 후 결혼했다. 가족의 탄생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입장하는 일이었고 ‘인간탐구’의 심화 과정이었다. 수료에 13년 걸렸고 이혼했다. 다시, 원래대로 혼자다. 영화 외에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병행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획자, 작가, 연출가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 〈처녀들의 저녁식사〉, 〈소름〉, 〈4인용 식탁〉,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이 있다.
1981년생. 상담자. 고통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의 내면에 있는 힘에 언제나 경외감을 느낀다. 그 강인함을 믿고, 발견하고, 응원하고, 목격하고 싶어서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귀담아듣는다. 시인의 산문집과 포크 음악, 만화책과 그림책, 아몬드 빼빼로, 해먹, 노을의 시간을 좋아한다. 트위터 중독. 세계 일주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체력이 한심한 수준이 되어 의욕이 떨어졌다. 대신 마음이 새로운 영역으로 경계를 넘어가는 경험도 근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하게 솔직한 어린이와 살고 있다.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답답한 잔소리나 하는
1981년생. 상담자. 고통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의 내면에 있는 힘에 언제나 경외감을 느낀다. 그 강인함을 믿고, 발견하고, 응원하고, 목격하고 싶어서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귀담아듣는다. 시인의 산문집과 포크 음악, 만화책과 그림책, 아몬드 빼빼로, 해먹, 노을의 시간을 좋아한다. 트위터 중독. 세계 일주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체력이 한심한 수준이 되어 의욕이 떨어졌다. 대신 마음이 새로운 영역으로 경계를 넘어가는 경험도 근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하게 솔직한 어린이와 살고 있다.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답답한 잔소리나 하는 구식 엄마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숨 쉬기, 밥 먹기 다음으로 오래한 게 운동이다. 앞으로 살 날도 운동 ‘안’ 하기에 실패할 것이므로, 이 순서가 바뀔 일은 없을 것 같다. 마흔 넘어 돌아보니 안 했으면 좋을 일도 많았는데, 해서 100% 좋았다고 확언할 수 있는 게 운동이다. 가급적이면 죽는 날까지 머리 말고 몸 쓰는 자로 살고 싶다. 잡지 기자로 오래 일했다. 에세이 『오늘만 사는 여자』,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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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242g | 120*188*15mm
ISBN13
9791191401899

책 속으로

겨울의 끝을 붙잡고 만질 수 없는 절망에 관해 썼다. 안녕하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회환이자 안녕에 도달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아니다, 쓰다 보니 알게 됐다. 이것은 절망을 떨쳐내던 환희의 조각 모음. 결혼이니 이혼이니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해방하는 일이었다.
--- p.16

그야말로 나는 진창에 빠져 이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기억의 완전한 소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고가 필요한지도 몰랐다. 실상, 완전한 소멸이란 어림도 없는 바람임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 p.22

‘시간을 견디며 나를 되찾는’다는 것, 결국 나 자신, 내 이야기와 거리를 두는 일이었다. 나만 이혼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 감당해 낼 몫만큼 내게 온 것이라 받아들였다. 어차피 생은 온통 감내해야 할 고통이자 상실이고 날마다 저지르는 과오이고 씻기지 않는 죄이며 구원도 없는 허망인 것이고 결국 혼자인 것이다. 혼자라는 것만큼 명징한 일은 없으니 누구도 이 사실을 흔들 수 없는 것이다.
--- p.51

있을 자리란 어디인가. 안전한 곳.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곳. 비로소 뿌리가 내려지는 곳. 여기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부유하지 않는 곳. 타인의 자리를 질투하지 않는 곳. 혹시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까 봐 실체 모를 후회를 하지 않는 곳. 몸의 주파수와 맞는 곳. 정신이 멀리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곳.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나도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 다른 사람의 상황에 맞춰 살게 된 장소가 아닌 나의 필요와 끌림에 따라 선택한 곳.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의 자장에서 벗어난 곳. 싫음으로부터 멀어지고, 좋은 것에 가까워지는 곳. 침범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곳. 나에게로 걸어 들어가는 곳. 그러면서 자연 가까운 곳.
--- p.96

죽는 순간에 이 모든 것을 되돌아본다면 무엇이 가장 마지막에 남을까. 아마도 사랑.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의식이 몸에 남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붙잡고 싶은 것은 사랑의 경험일 것이다. 그 외의 숱한 미움과 회한의 감정은 피식 웃음 한 번에도 사그라들 것만 같다. 타인의 평가, 내가 성취한 것들, 혹은 잃은 것 중 무엇이라도 마지막까지 품고 싶지 않다.
--- p.103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할 때는 멀쩡하게 기능할 수 있는데 가장 사적인 관계들로 돌아오면 한없이 고장 나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밖에서는 호인이고, 사교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일 뿐만 아니라 일도 곧잘 한다. 그러나 가정으로 돌아오면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정에서는 그런 것들이 쓸모가 없다. 때문에 이들은 사회생활에 썼던 자아를 한 꺼풀 벗고 그저 친밀함을 주고받는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데 이때 고장 난 부분이 드러난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 p.114

비옥해질 리 없는 땅에 서서 이것이 내 숙명임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평생을 살아볼까. 그것도 가치 있을까. 그의 몸 없음을 버티며, 그의 몸의 부재를 내가 채워가며 결혼의 맹세를 지켜 살아낼까. 어쩌면 그것이 내 사랑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박차고 나가도 다른 땅이 과연 있을까. 더 모진 땅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위한다는 게 뭘까. 혼자 힘으로 벌어서 먹고살고 아이를 책임질 수나 있을까. 나약하고, 체력도 약하고,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데. 고통의 한가운데는 견디기엔 막막하고 벗어나기엔 암담한 자리다.
--- p.119

나는 존엄을 지키고 싶었다. 동시에 나의 존엄은 상대가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자에게 나의 존엄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내 존엄은 오로지 나에게서 비롯된 행동을 통해서만 지킬 수 있다.
--- p.121

누가 봐도 이혼할 만한 삶과 그 정도면 참고 살아야 할 삶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다. 남편의 폭력이 없었다고 해서, 상대가 바람을 피우거나 도박을 하거나 빚을 잔뜩 지워 가정경제를 파탄 내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존엄이 무사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이 없는 삶이 행복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 p.128

더 이상 누구에게도 휩쓸려 가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다니 비로소 내 힘으로 땅에 발을 딛고 선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그 해방감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도달하고 싶었던 자리 중 하나였다. 151

서울 한복판 아파트 단지의 삶과는 완연히 다른 환경. 서울에 고작 내 한 몸 누일 데라는 것이 이다지도 ‘고작’이구나, 보러 다니는 집마다 홀로서기의 현실을 여실히 맞닥뜨리게 했다. 혼자일 현실을 마주하는 건 내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눈 딱 감고 그가 말하는 평범 속에 머물까, 잠시 흔들릴 만큼.

나는 그럴 때마다 단호해졌다. 그와 있는 집에서는 내 두 발, 그 한 뼘의 마음도 편히 딛지 못했으니까. 내 삶이 내 몫이 아니었으므로. 바깥이 아무리 또 다른 수렁일지라도 지금의 수렁에서 나를 먼저 건져내야 했다.
--- p.204

그럼에도 기어코 나는 혼자 살고자 한다. 이제는 상황 핑계를 대며 대충 퉁치지 않으려 한다. 서글프고 어려워도, 어쩌면 처음으로 그런 내 삶을 온전히 맞닥뜨리려 한다. 나이의 십 자릿수가 바뀌어 가던 그 무렵, 자꾸만 이렇게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나의 마흔은 다를 것이다. 달라야만 한다'고.
--- p.205

둘이어서 불행했던 나는, 평범이라는 세계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던 나는, 그날을 두 발로 홀로 서는 데 기어이 ‘성공’한 날이라 여긴다. 행복을 위해서? 아니, 다만 나아지기 위해서. 그것으로도 완벽하게 충만했다.
--- p.212

다만 그때보다 나아지고 싶었고, 지금 나는 나아지는 과정 안에 있다고 말했다. 너도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고, 네가 나쁜 사람이어서 나는 너와 헤어진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함께여서 불행했지, 너는 너로서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날들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 p.229

혼자라서 행복한가. 글쎄. 아니면 불행한가. 그것도 글쎄. 함께일 때 자주 불행하고, 반짝 행복했고, 또 그보다 훨씬 더 숱한 날을 그럭저럭 살아왔듯. 지금도 혼자여서 신나고 또 외롭다. 행복하고 불행했다, 그보다 더 많은 날을 그냥저냥 살아간다. 다만 내 인생에 이는 수많은 파고에 대해 이제 누구의 잘잘못이니 따질 일이 줄었고, 내가 나를 감당하며 꾸역꾸역 살아간다.

--- p.232

출판사 리뷰

차마 꺼낼 수 없던 마음의 말들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는 영화 미술감독, 상담자, 잡지 에디터 세 명의 저자가 겪고 지나온 이혼 이야기다. 준비되지 못한 끝맺음을 처절한 고통 가운데 맞닥뜨린 이도 있고, 처음부터 불길하던 어둠의 그림자가 서서히 덮쳐, 고통의 한가운데를 막막하게 견디다 암담해 보이는 이혼의 길을 택한 삶도 있다. 둘이어서 오히려 불행한 삶, ‘평범하게 살자’는 상대의 말조차 옥죄임으로 다가와 기어이 혼자 서기를 선택한 이혼도 있다. 상황은 달라도 하나같이 가장 깊은 내면의 음울하고도 용감한 고백들이다. 이 고백들은 차마 깨닫지 못한 나의 나약함을, 어쩌면 당연히 알아야 할 삶의 실체들을, 차마 꺼낼 수 없던 마음의 말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슬픔을 통과한 자들이 토해낸 유려한 문장 안에서 독자들은 나의 내면을 비추는 예술 작품을 만난 것 같은 서늘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고통을 통과한 시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경험을, 영화 미술감독 정은영은 ‘그날’ 이후 7년이 지나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남편이 사라진, 느닷없이 맞닥뜨린 이혼이었다. 그날, 잠시의 외출 이후 집에 돌아온 그녀는 집을 비운 남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직 침대의 온기가 남아있는 상태였으나 남편은 그날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통속적인 영화의 스토리처럼 그는 그녀와 가까이 지내던 친구에게로 갔다. 사랑의 감정이 아직 충만한 자에게 불행하게도 이런 시련이 왔고, ‘결혼은 생활이라’ 그녀는 점점 생활을 잃어갔다. 그 고통의 한가운데를 지나온 경험, 한 해 두 해 무뎌지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흔적, ‘다시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사랑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혼자의 힘으로 일어서는 일. 꿈같이 흘러간 시간들의 기록을 읽으면 저자의 경험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같이 절망하고 울고 슬퍼하고 분노하다 마침내 응원하게 된다.

‘이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해 살아야겠다. 끝끝내 살아내야겠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회복이, 어떤 환희가, 어떤 명징함이 있는지 나는 그것을 기필코 알아야겠다.’ - 정은영

평범이란 과연 얼마나 비범한가


결혼이 행복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행복을 바라고 한 결혼이 아니지만 절망의 연속을 예상한 것도 아니었다. 좋을 때는 한때일 뿐이고 이제는 상대와 내가 다르다는 걸 알아버린 후, 관계의 지속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잡지 에디터 성영주에게 이혼은 어쩌면 ‘평범하기를 거부한’ 선택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재테크나 청약 통장에 관한 대화만 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여자의 태도에 관한 규율이 머릿속에 정해진 상대와의 대화는 자주 미끄러졌고, 침묵 속에서 서로에 대한 무시와 환멸이 쌓여갔다. 느닷없이 가출을 감행한 건 아내 성영주다. 사람들이 모두 평범한 생활, 평범한 아내와 여자의 역할을 말할 때 그건 분명 누군가의 ‘고된 버둥거림’을 담보하고 있는 거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누군가의 평범이 실은 그 안에 얼마나 고된 버둥거림을 담보하고 있을지, 자주 상상했던 것 같다. 나는 비로소 세상 모든 부부와 가족이 존경스러웠다. 그 힘든 평범을 계속해서 해내고 있다니, 평범이란 과연 얼마나 비범한가. - 성영주

온전히 나로 서는 일에 대하여


열심히 꾸며놓은 도심 아파트에서의 안락한 생활 중에도 상담자 생경은 늘 마음이 시렸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혼이었으나 결혼 반 년 만에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관계의 절망감은 아득했으나 뱃속엔 아이가 있었고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정신을 일부러 검은 봉지 안에 담아 분열시켜 두었다. 그러나 정신 한구석의 검은 봉지들은 때가 되면 반드시 실체를 드러낸다.

사랑의 능력이 손상된 자의 ‘몸 없음’을 견디며 5년의 시간을 보낸 그녀는 더 이상 생각을 잠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 이상 비옥해질 수 없는 폐허의 땅에서 이것이 숙명임을 받아들이며 비굴하게 남아있을 것인가, 다른 땅으로 나아갈 것인가. 나 혼자는 나약하고 혼자 힘으로 벌어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현실의 문제들을 두고 고민의 시간을 보내다 그녀는 결국 ‘나를 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무도 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지만, 나는 나를 구할 방법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방법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방법으로 나를 구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내 안의 단단한 뼈대를 느꼈다. 그 심지가 땅속 깊이 연결되어 나를 세워주는 것 같았다. - 생경

이렇듯 이 책 『잔나비를 듣다 울었다』는 영화 미술감독, 심리상담가, 에디터, 세 여자의 내면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과 이혼 그리고 ‘평범’을 가장한 다양한 삶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온전하고 평범해 보이는 이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각자의 이유로 불행한 가정’들, 그리고 균열이 난 개인의 삶이 있을 것이다. 잔나비를 듣다 울어본 당신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추천평

우리 모두 불쌍한 중생일 뿐임을, 저자는 자신의 삶과 그걸 기록한 글들로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오랜만에, 읽기를 잘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그건 당신이 이혼을 했든, 결혼 생활을 잘 하고 있든 상관이 없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인생의 한 부분이지 전체는 아니며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좋은 글을 읽는 것이다. 이번 책이 그렇다. - 오동진 (영화평론가)
이 세 사람의 세 가지 이혼 이야기는 ‘소란했던 밤들’을 겪은 아픔은 비슷하나 지금의 나를 감당하고 사는 현재의 모습은 각자 다르다. 다행인 것은, 세 사람 모두 결혼과 이혼의 과정 속에서 치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만큼 마음의 키가 커버렸다는 점이다.

책을 덮고 나면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어느새 내 이야기 같기도 하다는 따뜻한 공감의 마음이 슬쩍 생겨버린다. - 심재명 (영화인, 명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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