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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소년 이반은 웬만해선 기가 죽이 않는 아주 당차고 똘똘한 아이다. 그런 이반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생기고 만다. 엄마가 일을 하게 되면서 갑자기 모리세트 할머니네 맡겨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모리세트 할머니는 발 관리 센터를 하고 계신다. 갖가지 무시무시한 드릴과 가위들이 가득한 방에서 하루 종일 할머니와 지내와 한다는 건 열 살 소년에겐 가혹한 형벌이나 다름없다. 잠도 못 이루고 걱정하던 이반은 드디어 멋진 탈출구를 생각해 낸다. 발 관리 센터에서 공주를 만나면 되는 것이다! 보나마나 공주는 발이 예쁠 테니까! 그리고 공주를 만나면 자기는 멋진 왕자로 변신하면 되는 것이다.
‘수백 개, 수천 개의 발들…… 그 가운데에 분명히 공주의 발도 있으리라. 발 치료실은 궁전으로 변하고, 나는 멋진 왕자로 변신할 것이다.’ ‘공주’는 어떻게 알아볼 수가 있을까? 발 관리 센터에서 조수 노릇을 시작한 첫날, 이반은 공주를 만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없으리란 걸 깨닫는다. 딱하게도, 모리세트 할머니의 고객들은 거의가 할머니들인 데다, 차마 사람의 발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징그러운 발들도 많았으니까…… 그러나 발 관리사의 조수 일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또 무뚝뚝한 모리세트 할머니에겐 뭔가 수수께끼가 숨어 있는 듯하다. 하루 종일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이반은 젊은 날 할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저 따분하기만 할 줄 알았던 할머니에게도 못 이룬 꿈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사랑의 상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반은 새로운 눈으로 할머니를 보게 된다. 할머니는 누구보다 매력적인 여인인 것이다. 손님들을 대하는 솜씨도 뛰어나고, 눈치도 빠르고 자상하기까지 하고…… 이제야 이반은 ‘공주’를 바라보지 않고 ‘여성’을 바라볼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발이 뒤틀리기까지 모진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들까지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할머니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이반은 늘 같이 축구를 하고, 같이 있으면 여자 아이가 끼어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선머슴 같은 이렌에게서도 제법 성숙한 여인의 면모를 엿보게 된다. 엄마의 큰 구두를 신고 신나게 춤을 추다 발에 물집이 잡힌 이렌을 업고 할머니의 발 관리 센터를 찾은 이반은 이제 공주를 찾으러 멀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진짜 공주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동화 속에, 그야말로 공주처럼 얌전히 앉아 있는 대신 바로 이반 옆에서 살아서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