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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부 시 쓰기 무식 함께 읽는 시「꽃 피우는 나무」 떨림 함께 읽는 시 「내가 너를」 사람의 마음 함께 읽는 시 「고맙다」 감성과 이성 함께 읽는 시 「사는 법」 입말과 글말 함께 읽는 시 「다리 위에서」 시와 산문 함께 읽는 시 「산수유꽃 진자리」 시 쓰기 함께 읽는 시 「두 여자」 울컥과 쓰윽 함께 읽는 시 「지상에서의 며칠」 마음은 화택 함께 읽는 시 「유리창」 중얼거림 함께 읽는 시 「행복」 사물에게 말 걸기 함께 읽는 시 「꽃들아 안녕」 세 가지 마음 함께 읽는 시 「산책」 시의 첫 문장 함께 읽는 시 「사랑에 답함」 의인법 함께 읽는 시 「바람에게 묻는다」 외워서 쓰기 함께 읽는 시 「멀리서 빈다」 뺄셈으로서의 시 함께 읽는 시 「황홀 극치」 발견의 언어 함께 읽는 시「나무」 함께 읽는 시 「호주머니」 함께 읽는 시 「매미」 함께 읽는 시 「비」 함께 읽는 시 「고, 벌 한 마리가」 민들레의 시학 민들레의 시학2 강아지풀의 시학 함께 읽는 시 「강아지풀에게 인사」 꿀벌의 언어 함께 읽는 시 「기쁨」 저수지의 시학 함께 읽는 시 「돌멩이」 정, 파, 리 2부 시를 위한 생각들 시 는 어떤 글인가 _생존, 발견, 영성 위기지학으로서의 시 시는 상처의 꽃 움직이며 쓰는 시 세상에 보내는 러브레터 시마 곡비 세 가지 갈증 글씨와 시 시 받으러 갑니다 함께 읽는 시 「그리움」 서정과 서사 함께 읽는 시 「부탁」 시인의 자기 점검 함께 읽는 시 「우는 것도 힘이다」 AI시대의 시 쓰기 함께 읽는 시 「시」 시인의 축복 자유로운 영혼 나의 시를 위하여 금잔옥대 물 보면 흐르고 시인의 자리 사람을 살리는 시 들여다보며 시 읽기 낳아지는 존재로서의 시 시, 영혼의 문장 시가 사람을 살린다 |
羅泰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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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해(2023년)의 일입니다. 카이스트KAIST의 이광형 총장님이 직접 전화를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카이스트에 와서 교직원을 상대로 강연해 달라고. 그래서 일정을 조율해서 학교에 간 일이 있지요. 가 보니, 보직교수님들만 모여서 듣는 강의였습니다.
평소 하던 대로 문학과 인생과 세상의 일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점심 식사 시간에 이광형 총장님이 제안했습니다.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상대로 해서도 강연해 달라고. 특히,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AI로 시 쓰기 공부와 연구를 좀 해보라고. 그리고서 지난해(2024년) 신학기에 카이스트 석학교수 임명장을 이메일로 보내 주셨습니다. 정식 교수는 아니지만 우수한 학생들인 카이스트 학생들을 상대로 시 쓰기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시 쓰기에 관한 내용은 많이 부족하고 산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좀 더 생각을 가다듬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어 학생들에게 들려줄 교재를 한번 써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책머리에」 중에서 그러던 차에 넥서스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제안해 주신 겁니다. 전화를 준 사람은 편집장이었지만 임상진 대표님의 관심과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두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책이 카이스트 학생들뿐만 아니라 시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시를 어렵다고 여기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는 가끔 스스로 ‘무식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동그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곤 합니다. 실상,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이니 그런 점에서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무식한 사람’이란 내 나름대로 다른 의미를 지닌 말입니다. --- p.10 하지만 말입니다. 이 떨림이, 이 떨리는 마음이 나로 하여금 80살이 되어도 여전히 시를 쓰는 사람으로 남아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떨림은 분명 성가신 것이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의 특성이면서 인간이 정말로 인간일 수 있도록 해주는 조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 p.19 그러면 시의 소재가 되는 인간의 감정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감정은 휘발유처럼 빨리 증발해버리고 뱀처럼 재빠르게 숨어버립니다. 그뿐더러, 옷 벗은 사람처럼 수줍어서 쉽게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하면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요? --- p.39 문장에서도 물리학에서와 같이 상호작용의 법칙은 중요합니다. 애당초 외통수라는 건 없는 것입니다. 상호작용 법칙이야말로 질서의 법칙이고 생명 현상 그 자체입니다. 주고받는 말 가운데 평화가 열리고 공평의 세계가 생깁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대화법입니다. 혼자서 하는 말을 독백이라 하지만그 근본은 대화에 있게 마련입니다 --- p.60 시인의 능력 가운데 가장 필요한 능력은 천지 만물에게 내 마음을 보내어 그들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감정이입感情移入이라고 합니다. 이쪽의 감정이 저쪽으로 옮겨 들어간다는 뜻이지요. 이걸 영어로는 엠퍼시empathy라고 합니다. --- p.65 미술 기법에 조각의 기법이 있고 조소의 기법이 있습니다. 조각의 기법은 커다란 덩어리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내어 작가가 바라는 형상을 만드는 방법이고, 조소는 기본적인 받침대를 세우고 그 위에 필요한 요소들을 부착시켜 작가가 바라는 형상을 만들어 내는 방법입니다. 조각이 밖에서부터 안으로의 방법이라면 조소는 안에서부터 밖으로의 방법입니다. 이를 다시금 문학 작품에 비유한다면 조소는 산문 쓰기의 방법이 될 것이고 조각은 시 쓰기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 p.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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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블랙박스를 여는 과정
나태주 시인은 우리 인간의 마음을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다고 비유한다. 오만 가지 경험과 기억과 지식과 감정을 간직하고 있는 창고라는 것이다. 좋은 시가 나오려면 우선 이 블랙박스의 문이 열려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오직 한 개의 작고 좁은 문만 있을 뿐이다. 시를 쓸 때의 마음을 시인은 화택(火宅)이라고 표현한다. 불난 집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불이 났을 때 문을 열고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생각과 느낌일까. 시를 쓸 때는 무엇보다 이 감정의 질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의 첫 문장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시의 첫 문장을 쓰는 일은 인간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신비의 영역이다. 시를 쓰는 과정은 세찬 물살이 흘러가는 깊은 강물을 건너는 일과 같다. 아득하고 멀고 위태롭고 어지럽다. 이때는 마음속에서 돌덩이 하나를 꺼내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 보이지 않는 돌덩이를 꺼내어 놓는 순간 우리 앞에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걸어 나아가 강 건너편 땅에 발을 딛는 순간이 시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자기의 영혼을 만나는 순간을 놓치지 말라 인간이 자기의 영혼을 만나는 순간은 마치 접촉이 불량한 전등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상태와 같다. 오래 꺼져 있다가 어느 순간 잠시 반짝, 하고 불이 들어올 때 그때가 영혼이 밖으로 그 모습을 잠시 드러내는 때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찰나적인 언어로 포착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짧고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로 구성하고 표현해야 한다. 시인은 그것이 바로 시의 문장이라고 말한다. 시는 상처의 꽃이다 나태주 시인은 시가 ‘상처의 꽃’이라고 말한다. 인생살이를 하다가 받는 온갖 상처의 꽃이다. 그 꽃 뒤에는 칼이 있고 그 뒤에는 외로움이 있고 그 뒤에는 그리움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실패가 있고 그 뒤에는 사랑이 있고 사랑 뒤에는 열정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뒤에는 어리석은 우리 인간의 욕망과 소망이 뒤엉켜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 시인은 말한다. 외로움 없이, 그리움 없이, 실패 없이, 사랑 없이 시를 쓰려고 하지 말라. 시는 상처의 꽃이다. 이걸 꿈에서도 잊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