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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3월의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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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저
문학동네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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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3월의 마치 _007

작가의 말 _285

저자 소개 1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2007년 장편소설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건국대 국문과 재학 중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작업실에 머물려 직장인과 똑같이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술과 바닐라』, 장편소설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친밀한 이방인』 등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장르적인 요소를 반영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편이라고 평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2007년 장편소설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건국대 국문과 재학 중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작업실에 머물려 직장인과 똑같이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술과 바닐라』, 장편소설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친밀한 이방인』 등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장르적인 요소를 반영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편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판타지나 SF 등의 상상력을 동원한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소재 속에서 순진무구하고 명랑한 감수성과 산뜻한 문체를 통해 오히려 신비감을 자아내게한다. 문학동네작가상, 김용익소설문학상, 한무숙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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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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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1.3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2.2만자, 약 3.9만 단어, A4 약 77쪽 ?
ISBN13
9791141609504

출판사 리뷰

평생에 걸쳐 명망과 재력을 그러쥔 배우, 이마치
세월의 흐름에 기억을 유실하기 시작한 그녀를 위해
인생 전체가 오롯이 담긴 특별한 세트장이 제작된다!

복원된 과거 속에서, 영화보다 강렬했던 삶의 순간들을 되찾으며
자기 치유로 나아가는 사이코드라마

이마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몸무게를 쟀다. 그녀의 몸무게는 55킬로그램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변함없이 그 몸무게를 유지했다. 그녀는 배우였다.
(…)
생일날 아침 이마치는 평소대로 몸무게를 재고 깜짝 놀랐다. 59라는 숫자가 깜빡거리다가 사라졌다. 전날까지 분명 55킬로그램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몸무게가 늘 수도 있는 걸까?(7~8쪽)

이야기는 이마치의 60세 생일날 아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생일은 3월이고, 그 이유로 평생을 ‘마치(March)’라는 독특한 이름과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 예순번째 생일은 평소보다 더 이질적이다. 배우로서 엄격히 관리해온 체중이 하룻밤 사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마치의 일상에 감지되는 이상 신호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몇 달 전 이사를 한 후로 기묘한 일들을 겪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기억력이 감퇴해 연기 경력에 차질이 생기더니, 혼자 사는 집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급기야 집안을 배회하는 유령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그날 밤 이마치는 유령을 봤다. 한밤중에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쾅, 쾅, 쾅, 문이 닫히는 소리. 이마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 곳곳을 살피고 다녔다. 모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금 문이 닫히는 소리. 쾅, 쾅, 쾅. 저벅, 저벅, 저벅. 쾅, 쾅, 쾅. 저벅, 저벅, 저벅. 천둥이 울리는 것 같았다. 지독한 냄새, 부패의 냄새가 방안을 뒤덮었다. 이마치는 극심한 공포로 얼어붙었다. 침대맡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길고 뾰족한 얼굴을 가진 그것, 축 늘어진 몸으로 젖은 옷을 질질 끌고 다니는 그것, 손발이 썩어 흘러내리는 그것. 그것이 웃고 있었다.(33~34쪽)

하지만 이마치는 저주가 깃든 듯한 그 집을 포기할 수 없다. 어려서 실종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수십 년째 지켜온 집이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을 마친 그 집은 그녀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고급 아파트이기도 하다. 이마치는 거액을 들여서라도 일상을 되찾으려 뇌의학 클리닉을 찾아가고, 그녀의 기억을 기반으로 맞춤 제작된 VR을 활용한 치료를 권유받는다. VR을 제작하기 위해 클리닉을 수차례 방문한 끝에 마지막 미팅을 앞둔 그날, 이마치는 60세가 되었고 몸무게가 전날과 달라져버렸으며 클리닉에서는 미팅이 취소되는 등 어딘가 낯선 하루를 보낸다. 아파트로 돌아온 이마치는 연이어 악몽 같은 일을 맞닥뜨린다. 엘리베이터가 전부 고장나 꼭대기 층인 60층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때 그녀는 삶의 큰 가르침을 하나 얻었다. 불가능하리만치 먼 길을 갈 때는 절대로 목표 지점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앞을 봐서도, 위를 봐서도 안 된다. 시선은 아래로, 발끝만 보면서 걷는 것이다. (…) 한없이 느리게 올라 마침내 30층을 통과했을 때 어떤 여자아이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면서 그녀의 어깨를 살짝 쳤다. 교복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애였다. 이마치는 이상한 기시감에 여자애를 흘긋 바라보다가, 다시 계단을 올랐다. 숨이 가빠 고통스러운 느낌이 밀려왔다가 또 밀려가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60층에 도착했을 때, 다리에는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72~73쪽)

평소와 같은 듯 미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아파트 건물을 한 층씩 힘겹게 오른 끝에 거짓말처럼 60층에 다다른 이마치는 내친김에 찾은 옥상에서 43층에 산다는 이웃 여자를 만난다. 그런데 이웃 여자와 대화를 나누던 어느 순간 이마치는 온몸이 하얗게 굳어버린다. 43층 여자는 다름 아닌 마흔세 살의 이마치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꿈일까, 환각일까, 아니면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진입해버린 가상현실일까. 만약 가상현실이라면, 대체 언제부터 그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일까. 방황하던 이마치는 우연히 아파트의 관리인 ‘노아’와 마주친다. 그녀는 이 건물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노아와 함께 아파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기 시작한다.

삶은 어디까지 적나라하게 그려질 수 있는가
한 인간의 고유한 재능과 가치를 이루는 희로애락과 고통의 파노라마

이마치는 점차 아파트의 구조를 파악해나간다. 한 층을 한 세대가 차지하고, 현관문을 열면 그 안에는 층수에 해당하는 나이의 이마치가 당시 거주했던 집에 살고 있다. 아들을 잃고 비통에 빠진 이마치, 커리어를 포기하고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이마치, 갓 데뷔해 천부적인 연기 능력을 인정받던 이마치, 모친에게 학대당하던 이마치, 그리고 갓 태어난 이마치…… 현재의 이마치는 과거의 이마치들을 만나 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꺼내놓는다. 또한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했던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증오스러웠던 어머니에게 복수하기도 하면서, 이마치는 전에 없던 충만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마치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과거의 비극적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마치의 전 생애가 담긴 세트장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이마치가 되찾아가는 과거는 이마치의 기억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녀 곁의 누군가가 이마치의 삶을 거짓으로 꾸미기도 하고, 때로는 이마치가 스스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왜곡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이라 여기곤 하는 기나긴 기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에 실체가 있기는 할까. 정한아는 삶이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매 순간을 채우는 행위와 감정과 고통 그 자체로만 감각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 순간순간의 고유한 경험이 합쳐져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단 한 명의 인간을 완성한다고. 하지만 어떤 순간도 현재성을 잃고 빛바랜 후에는 더이상 삶을 휘두르지 못한다고. 그러니 과거에 더는 얽매이지 말라고. 현재의 강렬한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다보면 우리는 완성될 거라고. 그렇게 정한아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건네는 말 앞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우리의 어깨는 한결 가뿐해진다.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228쪽)

작가의 말

킬리만자로에 오른 적이 있다. 스물다섯 살에 떠난 탄자니아 여행에서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단화만 신고 그 산에 올랐다. 수년간 체력을 단련하고, 전문 장비를 갖춰 등반에 도전한 사람들 틈에서 나는 어처구니없는 최약체였다. 다들 나를 가엾게 여겨 옷을 빌려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고, 낙오되지 않나 틈틈이 돌아봐주었다.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아주 높은 곳에 오를 때는 발끝만 바라보고 걸어야 한다는 것도. 정상에 닿았을 때 발밑에 펼쳐진 풍경은 흡사 은총 같았다. 발톱 네 개가 빠졌는데, 고통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그때 생각을 자주 했다. 쓰고 지우고를 밥 먹듯 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정말 녹록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끝내 소설을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저 설산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거라고. 살아갈수록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여기 일곱번째 책을 보탠다. 대단치 않은 소설이라고 해도 완성하고 보면 언제나 큰 기쁨이 있다. 발톱 열 개가 다 빠져도 좋을 만큼. 살면서 그러한 기쁨을 누리는 것에 숨죽여 감사하고 싶다. _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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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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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처음 태어났을 때의 상태와 같다. 3월까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마치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지게 된 여자 아기. 그 이름은 생존의 표식이자 상패였다. 이마치는 진작 그 이름을 잊어버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a 2026.03.02.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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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여자들은 유령을 긴 양말처럼 질질 끌고 다닌다. 신지도 못 하고, 벗지도 못하고, 그것이 점점 커져 자신을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a 2026.03.02.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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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 맞춤에 지속 기간이 짧은 VR 치료는 일명 귀족 치료라고 불렸다. 치료가 거듭될수록 인공지능은 학습을 반복해서 진실에 더 가까운 과거를 구현해냈다. 진실은 돈이 많이 들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a 2026.03.02.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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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재생되지 않고 폐기되는 쪽으로 만들어졌어요. 노화가 진행될수록 세포에 작은 구멍이 하나둘 생기고, 점점 커지다가 마지막에 그 구멍으로 전부 빨려들어가버리는 거죠. 알츠하이머도 그 구멍 중의 하나예요.“제제는 이마치의 남은 기억을 토대로 일종의 뇌 지도를 만들 거라고 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로 가상현실 프로 그램을 구축하고, 이에 노출되었을 때 뇌가
YES마니아 : 플래티넘 s******a 2026.03.02.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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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와 어둠. 그것은 곧 저 작은 아이의 몸을 가득 채울 것이고, 인생의 말년까지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a 2026.03.01. 신고 공감0 댓글0
종이책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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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말을 잘 믿고, 별것 아닌 농담에도 깔깔 웃고, 모든 놀이에 흥미를 보였다. 언니가 있기 때문이었다. 언니가 그녀의 몫까지 불안과 두려움을 떠안았기 때문에 일곱 살 이마치는 아이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a 2026.03.01. 신고 공감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