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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프롤로그: 지속 가능한 희망과 생태학적 상상력 1. 지속 가능한 삶, 지속 가능한 희망 2. 심층 생태학과 생태 비평 3. 생태 윤리와 녹색 수사학 1부 생태 위기와 생태 윤리 1장 생태 위기와 생태 서사 1. ‘침묵의 봄’에서 ‘절멸’로 2.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죽였다” 3. 세계 최대 공해 실험장 vs 풀꽃나라 4. 역병의 시대, 와해된 사람들, 리셋? 5. 대전환에의 의지, 다른 일상으로 2장 하나뿐인 지구에서의 생태 윤리와 그 적들 1. 근본적이면서 구체적인 생태 환경 문제 2.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한 서사적 대응: 황순원에서 최성각까지 3. 복합오염과 총람적 생태소설: 우한용의 『생명의 노래』 4. 심층의 지렁이와 생태 윤리 3장 생태학적 무의식과 생태 윤리: 이청준 1. 생태학적 무의식으로 열린 길 2. 밤 산길 독행자의 생태학적 무의식 3. ‘감싸안기’의 생태 윤리 4. ‘기다리기’의 생태 윤리 5. ‘묻어두기’의 생태 윤리 6. 생태윤리와 승화된 말의 꿈 4장 섭생의 정치경제와 생태 윤리 1. 먹고사는 문제의 정치경제학과 생태학 2. 굶주린 혼의 허기와 사랑의 결핍: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3. 대립적 세계관과 사랑의 윤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4. 채식주의 신체와 식물성의 윤리: 한강의 『채식주의자』 5. 섭생의 생태 윤리 5장 ‘쓰레기-치유’를 위한 생태 윤리 1. 생산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 2. 현대 문명의 폐해와 욕망의 조절 3. 병든 쓰레기와 치유의 상상력 4. 공경의 윤리와 순환-상생의 가능성 5. 쓰레기-치유를 위하여 2부 반생태시대의 생태시학 6장 생태학적 동일성에 대한 시적 몽상 7장 문명 비판과 환멸의 생태시학: 최승호 1. 무뇌아, 그 공장지대의 그로테스크 2. 세속도시에서의 문명 비판 3. 환멸의 시학과 그 역설 8장 생명의 연대와 만공(滿空)의 생태시학: 김지하 1. 타는 목마름에서 생명의 바다로 2. 생명의 연대와 우주목(宇宙木)의 새싹 3. 연민의 비장미 9장 가이아 명상과 황홀경의 생태시학: 정현종 1. 교감의 문법과 생명의 구경(究竟) 탐색 2. 우주혼의 둥근 기억과 생명의 황홀경 3. 신바람의 해학미 10장 오랑우탄-시인과 야생의 기억: 최계선 1. 롱고롱고 숲과 자연의 순례자 2. 오랑우탄의 구름책 3. 열매 행성을 위한 롱고롱고 시 3부 ‘푸른 광장’과 녹색 수사학 11장 포괄의 언어와 복합성의 생태학―이문구의 『관촌수필』 1. 생태 언어와 생태 서사 2. 포괄의 언어와 복합성의 수사학 3. 융섭(融攝)의 감각과 복합성의 생태학 4. 포괄의 생태 언어와 그 생명성 12장 슬픔의 사회생태학과 신명의 미학성: 신경림 1. 변두리 정서와 스타일의 주류화 2. 범속한 삶과 비범한 서정적 울림 3. 이야기와 민요 가락의 어울림 4. 역설적 발견과 사회생태학적 상상력 13장 유기적 순환과 무위(無爲)의 이삭: 이상인 1. 일만년 곶자왈과 오로라의 춤 2. 이동의 상상력과 천지공(天地空)의 화엄 3. 유기적 상호작용과 무위의 이삭 14장 ‘푸른 광장’을 응시하는 녹색 수사학 1. 분단 환경과 경계선의 생태론 2. 냉전시대 비판과 푸른 광장 탐문: 최인훈의 『광장』 3. 탈냉전 시대에 냉전의 비극적 조건 재성찰하기: 박상연의 『DMZ』 4. 디지털 시대의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경계: 강희진의 『유령』 5. ‘푸른 광장’의 녹색 수사학 에필로그 1. 대전환의 상상력 2. 지속 가능한 희망을 위한 녹색 수사학 참고 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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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수사학은 간단히 말하자면 녹색 문학의 문학적 생태학적 융합 효과를 모색하기 위한 생태비평이다. 환경 생태 문제를 문학적으로 다룰 때, 문제의 성격상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생태학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생태학적 상상력은 위축될 수 있고, 그러면 독자들이 감동적으로 읽고 성찰하면서 생태학적 실천의 지평으로 이행하는 경로의 어떤 부분이 차단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녹색 수사학은 독자들이 텍스트를 읽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감성적으로 깨닫고 이성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미학적이고 수사학적인 중층 장치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고자 한다. 녹색 수사학과 관련하여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 텍스트는 상징적 자연을 어떻게 사용하며, 그 사회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대상화된 자연이 아닌 주체화된 자연의 유기적 형상화 원리는 무엇인가? 텍스트에 구현된 비유와 은유는 어떤 ‘자연문화’ 효과를 빚어내는가? 서정적 묘사가 환기하는 자연의 생명력은 무엇이며, 자연의 의인화를 통해 정당한 자연의 재현에 도달하고 있는가? 텍스트 안에 드러나는 생태학적 아이러니와 역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생태 환경 문제의 심연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숙고를 요청하는가? 다양하고 복합적인 생태 서사가 중층결절되는 미학적 구조는 어떠한가? 아포칼립스를 비롯한 환경적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상상력의 독자 효과는 무엇인가? 녹색문학의 ‘자연문화’ 서사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문화적 실천으로 심화 확산될 수 있는가?…… 등등. 생태비평은 생태 윤리에 예민한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생태 윤리는 녹색 수사학의 에토스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기제가 된다. 무엇보다 생태 윤리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요청되고 형성된다. 미국의 생태학자로서 근대 환경 윤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도레오폴드(Aldo Leopold, 1887~194와 노르웨이 철학자로 심층생태학을 주창한 아르네 네스(Arne Naess, 1912~200는 기존의 인간 중심주의, 동물 중심주의, 생명 중심주의 윤리와는 다른 생태 중심주의 윤리를 강조한 대표적인 생태학자이다. 생물뿐만 아니라 무생물까지 포함하여 생태계 전체가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의존성을 지닌다는 입장이다.
레오폴드가 주창하는 ‘땅의 윤리’를 살펴 보기로 하자. 그는 단순한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서 “토양, 물, 식물, 그리고 동물을, 또는 다 합쳐서 땅을 포함하”여 새로운 공동체 개념을 제안한다. 그러니까 가이아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자, 곧 인간 존재와 비인간 존재 모두를 넓은 의미에서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인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제대로 존속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에, 땅 위의 모든 존재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제안하는 땅의 윤리는 “존재를 지속할 그들의 권리, 그리고 적어도 어떤 곳에서는 자연 상태로 계속 존재할 권리”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존중한다. 그의 땅의 윤리의 진정한 의미는 “호모사피엔스의 역할을 땅 공동체의 정복자에서 그 공동체의 평범한 일원이자 시민으로 변화”시켰다는 데 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호모사피엔스는 “동료들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그런 공동체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생태 윤리적 주체로거듭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땅이 공동체라는 것은 생태학의 기본 개념이지만, 땅이 사랑받고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은 윤리의 확장”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땅이 문화적 산물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거듭 환기하기도 한다. 레오폴드에 따르면, 땅의 윤리는 ‘생태적 양심’의 주요한 표지이기도 하다. 그것은 땅의 건강에 대한 인간의 책임 문제와 관련된다. 인간은 땅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윤리적으로 완수함으로써, 땅으로부터 건강한 삶의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땅과의 윤리적 관계가 땅에 대한 사랑과 존경과 감탄 없이, 땅의 가치에 대한 존종 없이 존재할 수 있다고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물론 가치란 말로 내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보다 훨씬 넓은 무언가다. 나는 철학적 의미의 가치를 말한다.” 이런 철학적 의미와 생태적 양심을 숙고하면, 인간이 경제적 동기로만 땅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레오폴드는 생각했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관점 나아가 심미적 맥락에서도 검토하면서 땅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땅이라는 생태 공동체 전체의 유기적 온전성과 지속 가능한 안정성, 그리고 땅의 아름다움과 건강을 보전하는 데 이바지한다면 옳고 그렇지 않으면 그르다고 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최근 발표된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악스트] 2023년 3·4월호)는 표제부터 춘천에서의 오래된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지구적 차원으로 연결된 전체 속에서 자신의 행위와 의식을 반성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가령 사라지는 꿀벌 사태를 보면서 가이아 지구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생태적 양심의 회복, 생태 윤리적 각성의 계기를 생명 소진의 불안과 공포의 정동(情動) 가운데 서사적으로 잘 구사했다. “멸종당하는 존재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소멸하는 지구의 생명체들과 인간 사이에 형성되는 동지애”를 보여준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위기 상황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전환으로 이끄는 정동의 이치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19세기 말에 타히티에서 제작한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그림은 우리에게 오래된 근원적 질문을 너무나 인상적인 방식으로 던진다.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그림은 고갱이 자살하려고 시도하기 직전에 마지막 작품에 대해 쓴 것이라고 한다. 고갱이 그 질문에 대해 “온 곳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며, 갈 곳도 없다”라는 답을 남겼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매우 근본적인 성찰이 담긴 질문 아닌가. 이런 근본적 성찰이 왜 중요한가? 개인의 실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생태적 ‘큰 마음’으로 존재의 열림을 지향하려는 이에게 단초가 되는 것이 바로 그런 성찰이겠기 때문이다. 김우창에 따르면 우리가 대면하는 세계는 “세계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고, “드러난 세계는 감추어진 세계의 아주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만물은 드러나면서 더 큰 세계로 자신을 감추기에” 세상이 신비로운 것이고, “드러남은 더 큰 감춤과 더불어 존재의 무한한 신비를”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는 것은 “생존경쟁을 개체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명의 총체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생태학적 사고를 주목하게 한다. 그것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자연의 비인간성”을 제대로 성찰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크게 느끼고 바로 알라는 의미”와 통한다. “크게 느끼고 바로 아는 큰 마음은 인애와 무사공평한 진실에 대한 존중을 포용하는 마음이다. 큰 마음은 자연의 냉엄한 기율을 통해 자신의 좁은 고통을 초월하는―사람이 자연 속에서 ‘생성 소멸하는 가운데 온전하게 있는’ 조화를 배우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큰 마음의 눈은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본다.”이런 ‘큰 마음’은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우주적 연민’과 더불어 녹색 문학, 녹색 수사학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마음이자 정동이 아닐까 싶다. 대전환의 상상력에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심연의 에너지 또한 또한 이런 마음이다. 토마스 베리와 토마스 클락은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에서 “생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성 훈련을 요청”한다고 했다.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여 생명 중심주의와 지구 중심주의로”, “민주주의를 바이오크라시로” 전환할 필요를 역설한다. 실제로 지구에서 그런 전환의 에너지와 생태학적 상상력이 실천적으로 드러난 사례들도 적지 않다. 2002년 유엔에서 발표한 「지구헌장Earth Charter」 서문의 이런 대목을 보자. “인류는 진화하는 광대한 우주의 일부이다. 우리의 집인 지구는 고유한 생명 공동체로 살아 움직인다.” 또 2008년 9월 국민투표로 통과된 에콰도르 헌법의 71조는 이렇다. “생명이 재창조되고 존재하는 곳인 자연 또는 파차마마(Pachamama)는 존재와 생명의 순환과 구조, 기능 및 진화과정을 유지하고 재생을 존중받을 불가결한 권리를 가진다. 모든 개인과 공동체, 인민과 민족은 당국에 청원을 통해 자연의 권리를 집행할 수 있다.” 2010년 볼리비아의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률’ 또한 비슷한 취지다. “서로 연관되고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공동의 운명을 공유하는 모든 살아 있는 시스템과 살아 있는 유기체의 불가분의 공동체로 구성되는 역동적인 생명 체계다.” 프랑스의 경우도 헌법에 환경 전문을 추가하여 현행 생산과 소비 행태 및 과도한 자연 개발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자연과 인류의 공존 원칙,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생물 다양성, 지속 가능한 개발 원칙” 등을 천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자연적 생활 기반과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1이라고 규정한 독일 기본법도 주목된다. 이런 새로운 (헌)법정신에 근거하여 남미와 유럽의 여러 국가는 실질적이고 절차적인 권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골몰하고 있다.1 생명공화주의를 위해 기존의 입법·사법·행정부의 3부에 더해 제4부로서 미래심의부(Future Deliberative Body)1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대안을 역설하는 안병진도 제도적 전환과 아울러 시민 덕성의 전환이 요긴하다고 말한다. 애국주의나 세계시민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 감수성으로 생태 시민 덕성을 주목하며, “더 나은 시민성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지구 행성의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며 이렇게 적는다. 그러나 생태대로 이행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어도, 생태적 세계관이 마음의 습속이 되고 매력적인 삶의 방식이 되지 않고서는 기존 민주주의의 지평 너머를 보기 힘들다. 생태적 공유공간과 시민교육, 교육기관의 전면적 재편 등은 생명공화주의 정치질서로의 전환 및 지속 가능한 마음의 에너지를 들어낸다. 1989년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을 몰락시킨 가장 큰 요인은 비무장 대중 저항이 장기 집권한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대중적 믿음이 확산된 것에 있다. 철권통치조차 시민들의 믿음 앞에서 비폭력에도 붕괴했던 것이다. 기후위기의 대안이 생명공화주의 정치질서라는 대중적으로 공유된 믿음이 형성되면 실질적 제도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요컨대 생태공화주의에 걸맞은 생태적 시민 덕성이야말로 가이아 지구의 지속 가능한 희망의 견인차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덕성은 새롭게 발명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태초부터 인류의 오랜 집단무의식처럼 인류와 동행하다가 근대 이후 한없이 퇴행했으나 대전환의 상상력과 더불어 거듭 발견되고 다시 회귀할 ‘오래된 미래’일 터이기 때문이다. 이미 「성서」에도 그런 덕성에 충분히 표현되어 있지 않던가. 가령 널리 알려진 ‘욥기’의 이런 대목을 보자. “이제 짐승들에게 물어보게나. 그것들이 자네를 가르칠 걸세. 하늘의 새들에게 물어보게나. 그것들이 자네에게 알려 줄 걸세. 아니면 땅에다 대고 말해 보게. 그것이 자네를 가르치고 바다의 물고기들도 자네에게 이야기해 줄 걸세.”(욥기, 12:7~. 땅 위의 짐승들과 하늘의 새들, 바다의 물고기들, 그리고 땅에 물어보면 다 알려줄 것이라는 이 메시지는 생태적 시민 덕성으로 충만한 녹색 수사학의 전범이 아닐 수 없다. 알도 레오폴드가 역설한 ‘생태적 양심’이나 김우창이 언급한 ‘큰 마음’, 안병진이 논의하는 ‘생태적 시민 덕성’ 등은 인간에게 ‘만물협의회(Council of All Being)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것이다. 또 토마스 베리와 토마스 클락이 강조하는 것처럼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 전환할 수 있는 심연의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녹색 문학을 창작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녹색 수사학을 주목하는 까닭도 이와 관련된다. 감동적이고 설득적인 녹색 수사학이 가이아 지구의 만물들에게 생태적 덕성을 함양하고 도야하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환의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은 적색 지구를 녹색 지구로 바꿀 수 있는 깊은 정동이다. ‘창백한 푸른 점’, 그 가이아 지구의 지속 가능한 희망이 거기서 ‘푸른 꽃’처럼 지속적으로 피어나기를 지구족 만물이 소망하고 있다. ---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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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던 지구가 더욱 창백해지고 있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닌 경우가 많다. 기후 변화 탓이다. 그야말로 악화일로에 놓인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숙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 문제로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많은 생물종이 임계점에 임박한 상태에서 고통받고 기후난민으로 전락할 처지이다. 그런 까닭에 ‘여섯 번째 대멸종’ 담론까지 넘쳐난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인문학적 대응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에게 전송되던(1990년 2월 14일) 무렵을 전후한 시기부터 2020년대까지 한국문학이 ‘적색’의 지구 환경에 도전하면서 펼친 생태학적 상상력을 ‘녹색’ 수사학으로 풀어보고자 했다.
『생태학적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은 프롤로그와 본론 3부 14장 및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에서는 ‘창백한 푸른 점’의 지속 가능한 희망을 위한 생태학적 상상력의 문제를 설정한다. 가이아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생태 비평의 방법론적 성찰을 비롯하여, 문학에서 추구하는 생태 윤리와 그 구현을 위한 녹색 수사학에 대한 예비적인 논의를 펼친다. Ⅰ부 ‘생태 위기와 생태 윤리’는 생태 위기 상황에 대응한 문학 상상력과 생태 윤리의 문제를 다룬다. 1장 ‘생태 위기와 생태 서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생태 위기의 상상력을 극적으로 묘출한 생태 서사들을 통해 지구의 건강과 인간의 건강이 하나일 수밖에 없는 팬데믹 상황의 생태 윤리를 논의한다. 2장 ‘하나뿐인 지구에서의 생태 윤리와 그 적들’은 근본적이면서 구체적인 생태 환경 문제의 특성을 밝히고,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양상을 황순원에서 최성각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별한 다음 복합오염 문제를 다룬 총람적 생태소설인 우한용의 『생명의 노래』를 비평한다. 3장 ‘생태학적 무의식과 생태 윤리: 이청준’에서는 이청준 문학에 나타나는 생태 윤리를 ‘감싸안기’, ‘기다리기’, ‘묻어두기’ 등의 맥락에서 논의한다. 4장 ‘섭생의 정치경제와 생태 윤리’에서는 먹고사는 문제의 정치경제학과 생태비평의 맥락을 설정한 다음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나타난 섭생의 생태 윤리를 분석한다. 5장 ‘‘쓰레기-치유’를 위한 생태 윤리’에서는 현대 생산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인 쓰레기의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들을 다루면서, 쓰레기를 통한 대지 공동체의 치유 가능성을 모색한다. Ⅱ부 ‘반생태시대의 생태시학’은 생태학적 동일성이 훼손된 반생태 시대를 비판적으로 거스르면서 생태시를 창작한 대표적인 시인들의 생태시학을 논의한 부분이다. 6장 ‘생태학적 동일성에 대한 시적 몽상’은 Ⅱ부의 문제 설정을 보여주는 도입부이다. 7장 ‘문명 비판과 환멸의 생태시학: 최승호’에서는 그로테스크한 공장지대와 세속도시를 가로지르며 환멸의 파토스를 통해 역설적으로 생태학적 동일성을 추구하는 최승호의 생태시학을 살핀다. 8장 ‘생명의 연대와 만공(滿空)의 생태시학: 김지하’에서는 정치적 포에지에서 생태학적 상상력의 바다로 변화된 김지하의 시적 역정을 살피면서, 시인이 가여운 생명에 보내는 연민의 비장미를 수사학적으로 성찰한다. 9장 ‘가이아 명상과 황홀경의 생태시학: 정현종’에서는 대지 공동체의 뭇 구성원들에게 하염없이 교감하며 생명의 구경(究竟) 탐색을 탐색하며 생명의 황홀경을 해학적으로 노래하는 정현종의 생태시학을 조명한다. 10장 ‘오랑우탄-시인과 야생의 생태시학: 최계선’에서는 야생의 상상력을 통해 절멸 위기의 지구 공동체를 살리고자 하는 생태시의 특성을 비평한다. Ⅲ부 ‘‘푸른 광장’과 녹색 수사학’에서는 녹색 수사학의 지평을 더욱 심화한다. 11장 ‘포괄의 언어와 복합성의 생태학―이문구의 『관촌수필』’에서는 『관촌수필』을 대상으로 생태 언어와 생태 서사의 특성 및 융섭(融攝)의 감각과 복합성의 생태학 등을 논의한다. 12장 ‘슬픔의 사회생태학과 신명의 미학성: 신경림’에서는 신경림 시에 나타나는 역설적 발견과 사회 생태학적 상상력 등을 비평한다. 13장 ‘유기적 순환과 무위(無爲)의 이삭: 이상인’에서는 이상인 시에 나타나는 생태학적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을 살피면서 특히 노자가 『도덕경』에서 강조한 ‘무위’을 생태학적으로 실천하면서 유기적 상호작용으로 빚어내는 상상력을 특성을 해명한다. 14장 ‘‘푸른 광장’을 응시하는 녹색 수사학’에서는 분단 환경과 경계선의 생태학적 상상력을 보이는 세 작품을 비교 분석한다. 냉전시대를 비판하면서 푸른 광장을 탐문하고자 했던 최인훈의 『광장』과 탈냉전시대에 냉전의 비극적 조건을 재성찰한 박상연의 『DMZ』, 디지털 시대의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경계 생태를 다룬 강희진의 『유령』 등이 그 셋이다. ‘에필로그: 대전환의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에서는 생태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들의 생태학적 상상력의 공분모로 ‘대전환의 상상력’을 주목하여 심화된 논의를 한 다음, 지속 가능한 희망을 위한 녹색 수사학을 전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