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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육상자
2. 빨래 3. 상향 4. 균열 5. 가인 6. 빈부 7. 꼭두각시의 춤 8. 쇠못박기 9. 배반 10. 파국 |
朴範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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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코 혜미를 데리고 자려는 건 시머니의 뜻이었다.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안방의 텔레비전이 꺼졌기 때문일까. 풀벌레 소리는 여느날과 달리 더 애틋하고 또한 극성스러웠다.
현우는 밤 깊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희는 뜰로 나와 달빛을 받고 있는 강의 한쪽을 내다보았다. 불쑥, 아까 강에서 보았던 젊은이의 표정이 눈앞에 살아났다. 소리없이 활짝 앞니를 드러내던 그 청랑한 웃음, 그것은 뭐랄까. 아침의 샘물 같은 데가 있었다. 다희는 가슴을 스스로 껴안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쓸데없는 상념이야. 난 이곳이 좋다. 그러나, 그것은 공허한 중얼거림이었다. 어느 집에선가 다듬이질을 하고 있었다. 다듬잇소리가 풀벌레 소리에 섞여 들려왔다. 불안한 예감이 다희를 사로잡았다. 현우가 이렇게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일이란 거의 없었다. 그녀는 빈 마당을 서성서성했다. 달빛이 너무 밝은 것 조차도 오늘따라 그녀의 마음에 걸렸다. --- p.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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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문학>을 펴내며
한국문학에서도 이제는 장편소설이 독자들의 관심과 문학적 평가의 핵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작업을 정리하여 되새겨보는 일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우리가 <박범신 문학>을 기획하여 펴내는 뜻도 바로 이점에 있다. 그의 장편소설들은 1970년대부터 한국사회에서 파행적으로 진해오디어온 산업화와 속류 자본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세태소설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욕망의 사회학'과 '욕망의 심리학'을 동시에 아우르는 유니크한 주제의식, 화려한 문체와 극적인 서사로 무장된 박범신 문학은 새로운 세기를 맞아 한국 장편소설의 재충전과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시금석 역할을 충분하게 감당할 것이다.
- <박범신 문학> 기회위원 (남진우, 이경호, 이순원) 나는 박범신의 소설이 지닌 형이상학적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읍의 몰락의 이야기, 도시의 야만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들 밑에는 인간의 정신적 구제라는 심각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초기소설이 지닌 또다른 발전 가능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작품해설 / 방민호 (문학평론가) 1970년대를 되돌아볼 때 박범신을 비롯한 그 시대 몇몇 작가들의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가 오늘날에 와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들과 그들의 작품은 경직된 정치현실 탓에 혹은 문학의 전통적 엄숙주의 탓에 문학으로부터 등을 돌린 수많은 독자들을 문학의 품속으로 끌어들였으며, 그 내용과 형식은 여하간에 당시의 시대상과 세테의 여러가지 단면들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품 해설 / 정규웅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