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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토끼 굴속으로
제2장 | 눈물 웅덩이 제3장 |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제4장 | 토끼가 도마뱀 빌을 보내다 제5장 | 애벌레의 충고 제6장 | 돼지와 후추 제7장 | 대 환장 티 파티 제8장 | 여왕님의 크로케 경기장 제9장 | 가짜 거북이의 이야기 제10장 | 바닷가재 카드리유 제11장 | 타르트를 훔친 자 누구인가? 제12장 | 앨리스의 증언 |
Lewis Carroll,Charles Lutwidge Dodg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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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깔끔하게 정돈된 작은 방에 들어섰다. 창가 근처 탁자 위에(앨리스가 바라던 대로) 부채와 작은 흰 장갑 두세 켤레가 놓여 있었다. 앨리스는 부채와 장갑 한 켤레를 들고 방을 나서려다가 거울 옆에 놓인 작은 병을 보았다. 이번에는 ‘날 마셔요’ 같은 글자가 적힌 라벨은 없었다. 그런데도 앨리스는 마개를 열고 병에 입을 대며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야. 내가 뭔가를 먹거나 마실 때마다 그랬잖아. 이걸 마시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이번엔 다시 커졌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이렇게 조그마한 모습으로 있는 건 딱 질색이란 말이야!” --- p.46 “넌 누구니?” 대뜸 누구냐고 묻다니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인사였다. 앨리스는 살짝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제가 누군지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뒤로 여러 번 바뀐 것 같아요. 틀림없어요.” --- p.57 “난 여기 앉아 있을 거야. 며칠 동안, 쭉.”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앨리스가 물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그러더니 하인은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 p.73 “체셔 고양이님.” 앨리스는 그렇게 불러도 괜찮을지 몰라 다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고양이는 좀 더 환하게 씩 웃을 뿐이었다. ‘그래, 아직까진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아.’ 앨리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 “실례지만, 제가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그거야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 고양이가 말했다. --- p.80 |
150년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비한 나라의 이야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소녀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따스한 햇살 아래, 강가 잔디밭에 앉아 있던 앨리스가 우연히 발견한 말하는 흰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동화이다. 아이에게 부여된 규범과 예절이 엄격하여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현실 세계와 다르게 토끼굴 속에 펼쳐진 세상은 자유와 능동성을 강조하는 곳이다. “아침까지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앨리스의 말대로 소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여행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한 성장통과 같다는 걸 깨닫는다. 자아에 대한 해답은 이상한 나라에 있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거나 먹고 마시는 능동적인 행동, 체셔 고양이나, 오후 5시를 사는 모자장수와의 티 파티에서 나누는 대화 등을 통해 얻는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앨리스는 장미정원과 크로켓 경기장에서 만난 하트 여왕의 비이성적 폭정에 굴하지 않고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권위에 도전한 대가로 달려드는 카드 여왕의 부하들에게 “당신들은 그저 카드 뭉치일 뿐이라고요!”를 외치곤 쫓아내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지만, 이 책은 남녀노소를 넘어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되돌아보게 만들면서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시대를 초월한 성장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체셔 고양이부터 하트 여왕까지, 예술가가 사랑한 이상한 나라의 모든 것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애니메이션, 영화, 패션, 미술 등 각종 영역의 예술가에게 영향을 준 영감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을 관조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한 체셔 고양이, 관습과 시간에 얽매여 사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모자장수, 독단적 권력자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하트 여왕 등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벌어지는 사건, 대화는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할 여지를 남기고, 더 큰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 ‘끝도 없이 떨어지는 굴’, ‘후추 향이 가득한 집’, ‘종이로 만든 장미 정원’, ‘카드와 홍학을 도구로 쓰는 크로켓 경기장’ 등 초자연적인 공간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전의 소설들이 특정한 장소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썼다면, 캐롤은 그 틀을 깨고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새로운 장소가 펼쳐지는 장면을 그려냈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전시회, 테마파크, 뮤직비디오 등에서 대표적으로 차용하는 기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캐릭터와 공간에서 보여준 파격적 상상력과 자유로운 세계관은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문학적 틀을 넘어선 혁신이었으며, 그 결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영감의 보고가 되었다. 오늘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 시대의 모든 젊음에게, 잘 사는 법이 아니라 나로 존재하는 삶을 선물하는 고전의 문장들 성장통이란 미처 영글지 못한 젊음의 시린 통증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부딪치고 깨지는 고통 속에서도 오롯이 자라나는 생의 의지를 들여다보는 것.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고전 속 인물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