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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장 두 세계 제2장 카인 제3장 도둑 제4장 베아트리체 제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 몸부림친다 제6장 야곱과 싸움 제7장 에바 부인 제8장 종말의 시작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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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여정이고, 길을 찾으려는 시도이며, 누구에게나 그 길은 암시적으로만 존재한다. 지금껏 누구도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본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그렇게 되기 위해 분투한다. 우둔한 자도, 총명한 자도 저마다 자신의 능력껏 애를 쓴다. 모든 인간은 출생의 잔류물, 태초의 점액과 알껍데기를 죽는 날까지 지닌 채 살아간다. 그중 다수는 인간이 결코 되지 못하고 개구리로 머물거나 도마뱀, 개미에 그치고 만다.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로 남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그럼에도 결국 그 모두는 한 인간을 창조하려는 자연의 시도이다. 우리 모두는 그 기원이 같다. 우리의 어머니에게서, 동일한 깊은 구덩이에서 왔다. 각 개인은, 그 심연으로부터 내던져진 실험적 존재로서,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부단히 나아간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을 해석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 p.8 “새는 알에서 나오려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p.128 누구에게나 저마다 주어진 역할이 있지만 그것을 자신이 선택하거나, 재구성하거나, 입맛대로 조정할 수는 없다. 누구도 새로운 신을 원할 권리가 없고, 누구도 세상에 그런 걸 선사할 자격이 없다! 성숙한 인간에게는 오직 하나의 의무가 있을 뿐이다. 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 것, 내면에서 굳건해지는 것, 그 길이 어디로 향하든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것. 이 깨달음은 내 영혼 깊은 곳까지 뒤흔들었다. …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소명이 오직 하나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시인이나 설교자가 아닌 광인이나 범죄자가 되고 말지라도,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무의미했다. 인간의 소명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자신만의 운명을 발견하고, 그 운명을 내면 깊이 온전히 받아들이며 굳건히 살아내는 일이다. --- p.179 그는 유럽의 정신과 이 시대의 징후에 대해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단결과 무리 본능이 만연한 시대를 보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사랑과 자유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대학생 클럽이나 합창단, 심지어 정부에까지 퍼져 있는 이 연대 정신은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이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두려움과 기회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그런 낡아빠지고 게으른 삶의 방식은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연대 자체는 참 아름답지.” 데미안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활개 치고 있는 건 진짜 연대가 아니야.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의 독립적인 기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날 거고, 그 힘으로 세상은 한동안 완전히 바뀔 거야. 이 시대의 연대 정신이라고 하는 건 사실 무리 본능이 드러난 거에 불과해. 사람들은 서로를 두려워해서 서로의 품속으로 달려들지.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걸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그러니까 공동체란 건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거라고!” --- p.190 “저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만 매달리고, 누군가 새로운 이상을 내세우면 돌을 던지기 바빠. 난 앞날에 거대한 분열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분열은 일어날 거야. 진짜로! 곧 일어날 일이야! 물론, 그 분열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지는 못할 거야. 노동자가 자본가를 죽이든, 러시아와 독일이 서로 싸워 죽이든, 결국 달라지는 건 권력의 소유자뿐이겠지. 그렇다고 그 분열이 아예 헛된 일은 아냐. 이 시대의 이상을 무너뜨리고 석기시대 신들을 싹 쓸어 가버릴 테니까. 이 세계는 지금 이대로 멸망하고 말 거야. 파괴되고 말 거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게 될 일이지.” --- p.192 ‘표식’을 지닌 우리 같은 존재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특이하고 심지어는 미쳤거나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우리는 ‘깨어 있는 자들’ 혹은 ‘깨어가고 있는 자들’이었으며, 우리의 분투는 점점 더 높은 차원의 각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자신의 생각, 이상과 의무, 삶과 운명을 점점 더 집단의 것과 일치시키려 하는 데서 행복을 찾았다. 그것 또한 하나의 노력이며, 그것 또한 강력하고 위대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는 새로움과 개별성에 대한 자연의 뜻을 대표하며 미래로 나아갔다면, 다른 이들은 현재 상태가 영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갔다. 그들에게 인류는-그들도 우리처럼 인류를 사랑했지만-이미 완성된 존재였으며,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인류는 여전히 도달해야 할 머나먼 목표였으며, 그곳의 모습은 아직 누구도 알지 못했고, 그 법칙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 p.204 많은 이들이, 수없이 많은 이들이 전장에서만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순간에서도 마치 목적을 상실해버린듯 광기 어린 눈빛을, 먼 곳을 응시하는 결의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 순간의 공포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있음을 의미했다. 저마다 무엇을 믿든 무엇을 생각하든, 그들 모두는 희생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그들로부터 미래가 창조될 것이었다. --- p.229 |
성장소설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 서사,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치열한 깨달음의 여정 『데미안』은 기존 성장소설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성장 서사를 제시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인 성장소설이 질서에 순응하고 사회와 통합되는 과정을 그려왔다면, 이 작품은 사회적 규범을 넘어 진정한 자아가 탄생하는 내면의 여정을 성장의 본질로 그려낸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소설 속에서 가정, 학교, 종교 등 ‘빛의 세계’에 머물던 어린 시절을 지나, 세상의 이면인 ‘어둠의 세계’를 자각해간다. 이 과정은 외부의 기준을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향해 성장해가는 한 인간의 분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헤르만 헤세는 카를 융의 정신분석학, 무의식과 그림자 개념을 작품에 깊이 반영해, 성장을 단순한 사회화의 결과물이 아닌 무의식과의 대면, 자아 통합의 여정으로 그렸다. 이 과정에서 데미안은 단순한 조력자의 역할을 넘어 싱클레어가 내면 깊숙이 억눌러온 감정과 진실을 마주하고, 기존의 도덕과 세계관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인물로 작용한다. 표면적으로는 친구처럼 등장하지만, 실상은 싱클레어의 무의식을 형상화한 존재로서, 그의 내면적 성장을 촉진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이처럼 『데미안』은 성장의 본질을 재정의하며, 성장소설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 새로운 서사 방식은 이후 현대 문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존재의 의미와 진정한 자아를 향한 탐구라는 새로운 문학적 흐름을 열었다.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성장하고자 하는 본능’을 예리하게 포착했기에,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며 사랑받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자 모두의 이야기, 성장의 고통을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담대한 위로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을 통해 자신이 겪은 치열한 성장의 시간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엄격한 규율이 있던 종교적 가정과 학교 교육 속에서 억압받으며 자란 그는,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걸쳐 깊은 내면의 갈등과 방황을 겪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의 병환 등 개인적인 위기를 거치며 삶 전체가 무너지는 고통을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심리 치료를 받으며 카를 융의 정신분석학을 접하게 된다. 『데미안』은 이러한 무의식의 탐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질서를 넘어서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고독한 여정을 그렸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지 한 인간의 고백에 머물지 않는다. 헤세의 자전적 서사는 모든 개인이 겪는 존재의 질문으로 확장되며, 소설 말미 ‘전쟁’으로 상징되는 인류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전쟁은 인간 집단의 억눌린 무의식이 폭발한 결과로도 해석되는데, 헤세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 또한 내면의 어둠과 충돌하며 변화해야 한다고 보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는 이 소설의 상징적인 구절처럼, 그 과정은 본질적으로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인식했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듯, 사회도 무의식과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자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성장이란 기존 세계를 깨뜨리고 나오는 고통스러운 과정임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 역시 외부의 성공 기준을 강요하며, 개인이 진정한 자아를 마주할 기회를 빼앗는다. 그러나 치열한 성장의 순간을 통과해 진정한 나 자신에 이르려는 모든 이들에게 『데미안』은 여전히 유효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오늘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 시대의 모든 젊음에게, 잘 사는 법이 아니라 나로 존재하는 삶을 선물하는 고전의 문장들 성장통이란 미처 영글지 못한 젊음의 시린 통증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부딪치고 깨지는 고통 속에서도 오롯이 자라나는 생의 의지를 들여다보는 것.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고자 했던 고전 소설 속 인물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