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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chapter 1 가족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 chapter 2 형이 죽느냐, 아우가 죽느냐 chapter 3 어미 뱃속에서부터 서로 잡아먹는 상어 새끼들 chapter 4 새끼는 무조건 많이 낳아야 이익이다 chapter 5 태어나는 건 두 마리, 살아남는 건 한 마리 chapter 6 자기 알을 둥지 밖으로 차버리는 로열펭귄 chapter 7 살아남으려면 입을 줄여라 chapter 8 먹거리가 넉넉해도 싸움은 계속된다 chapter 9 새끼들을 놓고 도박판을 벌이는 붉은날개지빠귀 chapter 10 뻐꾸기 새끼들을 열심히 길러주는 개개비 부부 chapter 11 제 새끼가 죽는 걸 보고만 있는 냉정한 백로 chapter 12 남이 낳은 알에 정성을 기울이는 불임 꿀벌들 chapter 13 보살피던 알들을 먹어치우는 아빠 가시고기 chapter 14 어미에게 버려진 새끼 주머니쥐의 운명 chapter 15 수사자들의 권력투쟁에 죽어나는 새끼 사자들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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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초원, 치타 한 마리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가젤을 맹추격하고 있다. 치타가 가젤을 사냥하는 생생한 영상은 텔레비전 시청자들에게는 잔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볼거리이다. 이러한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동물세계의 끔찍한 싸움은 거의 종과 종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그려낸다. 그리하여 어미가 가져온 먹이에 달려드는 귀여운 치타 새끼들에게로 카메라가 옮겨지면, 시청자들은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가젤의 죽음은 치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납득하며 만족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심지어는 혈족 간에 일어나는 유아살해와 형제살해 같은 처절하고 불쾌한 싸움을 언급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듀서나 동물학자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그러한 동족상잔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의 저자 더글러스 W. 모크는 수십 년 동안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바로 그 가족전쟁의 현장을 쫓아다닌 특이한 이력의 동물학자이다. 그의 연구는 희귀한 만큼 독보적이다. 동물 가족의 갈등을 그만큼이나 오랫동안 그리고 속속들이 들여다본 학자는 없었다. 그 연구의 진수가 이 책에 녹아 있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들의 둥지에서도, 하이에나나 여우의 굴에서도 처절한 생존투쟁이 벌어진다. 길가 도랑에서는 올챙이들이 서로를 잡아먹는다. 이처럼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적이다. 먹이는 부족하고 천적이 들끓는 척박한 상황에서 종(種)을 이어가기 위해 혈족간의 살벌한 갈등은 자동으로 발생한다. 조금이라도 먼저 태어난 형이 동생의 몫을 빼앗아 먹고, 부모는 때로 일방적인 편애를 보이며 약한 새끼가 죽어가는 걸 방치하며, 심지어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새끼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새끼가 무사히 자라날 가망이 없어 보이면 아예 잡아먹어버리는 부모에, 자식이고 배우자고 홀랑 내버리고 새 짝을 찾아나서는 부모…… 그러나 이것은 특별히 동물들이 비정해서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선택일 뿐이다. 다양하고 튼튼한 유전적 형질을 퍼뜨려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생명체들은 그렇게 스스로를 진화시켜왔던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극히 아름답고 이타적인 행위로 보이는 꿀벌들의 자기 희생이라든가 가시고기의 눈물겨운 부성애 역시 진화의 냉정한 선택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바라볼 때는 인간적인 기준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유전자라는 렌즈를 껴야 한다. 유전자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아무리 잔인하고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이라 해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종의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진화의 시험을 거쳐 살아남는다는 것을, 그리고 편협한 인간적인 잣대만 가지고 생존의 가치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살아남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행간에서 우리 인간들의 행태 또한 읽힌다. 형제간 재산싸움에 칼부림이 나기도 하고, 부모의 편애에 시달린 동생이 잘난 형을 찔러죽이기도 하며, 부부가 갈라서면서 서로 자식을 맡지 않겠다고 싸우는 건 다반사에, 세상 살기 힘들다며 아예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부부들도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느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느니 하는 속담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나 싶을 정도다. 자연은 살아남기 위해 혈육간에 전쟁을 벌이는데, 인간의 골육상쟁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인가. 번식의 성공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되도록 많은 자식을 생산하는 동식물과는 달리 하나만 낳아 집중해서 키우자는 인간의 선택은 과연 현명한 것이었는가. 인간이 채택한 이성적 행동양식은 과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성공적 진화를 뒷받침해줄 것인가. 더글러스 모크의 주된 연구 대상이었던 백로 둥지를 들여다보자. 먼저 태어난 새끼 A는 동생들을 힘으로 제압하여 왕좌에 군림하고 둘째인 새끼 B는 첫째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두 번째 자리라도 확고하게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막내를 위협한다. 두 형의 기세에 짓눌린 새끼 C는 눈치가 늘어서 부모가 먹이를 가져다주더라도 얼른 덤비지 않고 잠시 피해 있다가 형들이 흘린 부스러기에 달려든다. 이렇게 경쟁의 기술을 배우며 살아남은 새끼들만이 성체가 되어서 거친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둥지 속에서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자라왔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