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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ako Nishi,にし かなこ,西 加奈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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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재미없는 인간들이 세쌍둥이라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다니!’
언니들이 미인이라는 사실은 아직 꼬꼬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다. 게다가 꼬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지금껏 계속 들어왔던 말이 있다. 바로 꼬꼬가 제일 싫어하는 말. “그 세쌍둥이의 동생.”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참 귀엽다”여도, “정말 똑똑하다!”여도 꼬꼬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째서 자기에 대한 말을 하는데 그 앞에 꼭 ‘세쌍둥이의 동생’이 붙어야 하나? 세쌍둥이라는 게 그렇게 귀한 존재란 말인가. 굳이 그 말을 집어넣고 싶다면 차라리 언니들을 ‘꼬꼬의 세쌍둥이 언니’라고 부르라고 말하고 싶다. 나처럼 뛰어난 인재가 어째서 저렇게 시시하고 평범한 인간들한테 들러붙어 있는 것처럼 불려야 한단 말인가.---p.15 자기 아버지가 친구네 집 수도 공사를 해주러 갔다는 상황이 싫은 게 아니다. 식구들 대화 속에서 ‘부잣집이라고는 해도 복잡한 상황에서 사는 추양은 고독할 거다’라고 은근히 불쌍하게 여기는 기척을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우린 가난하지만 가족이 화목하니 참 행복한 거야, 그치~?”라는 식구들의 분위기. 그 분위기에 꼬꼬는 반발한다.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꼬꼬는 ‘복잡한 가정’에 태어나 드럼세탁기인지 뭔지를 쓰면서 “아무리 그래도 난 외로워”라고 말하고 싶다. 다섯 개나 있는 방들 중 어느 하나에 홀로 서서 “아무리 그래도 난 고독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고독해.”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뼈에 사무치게 고독을 맛보면서 그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홀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싶은 것이다. 꼬꼬 앞에서 원탁이 빙글빙글 돈다. 국수랑 가지가 섞인 마파두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건전하고 안 섬세한 음식이 있을까. 대가족의 행복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뭐가 좋다는 거야.’ ---pp.72~73 |
“난 평범함을 경멸해!”를 외치는 우즈하라 고토코의 무더운 여름날의 성장통
세쌍둥이 언니,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작은 공단 주택에 살고 있는 우즈하라 고토코.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겐 별명인 꼬꼬라 불리고 있다. 당돌하고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제법 똑똑한 소녀지만, 평범함을 경멸하고 고독을 동경하는 특이한 면을 갖고 있다. 여덟 명의 대가족이 북적거리는 집안의 가족들에겐 그런 막내의 특이한 면도 귀엽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지만, 꼬꼬에겐 그런 가족들의 관심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꼬꼬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고독뿐이다. 꼬꼬는 ‘자포니카’라는 브랜드의 자유 공책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적는 버릇이 있다. 담임인 지비키 선생도 경악하게 만들 정도로 한없이 고딕체에 가까운 힘이 넘치는 글씨로 진지하게 ‘누구건 여는 걸 그맘(금함)’이라고 공책의 맨 앞에 적어 넣을 정도로, 꼬꼬에게 자포니카 자유 공책은 소중하다. 물론 공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말은 고독이다. 그런 자포니카 자유 공책이 꼬꼬의 손아귀에서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꼬꼬의 공책은 사실 셋째 언니인 수예부 도모미가 자수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가져간 것.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꼬꼬는 사라진 공책을 찾기 위해 분주하지만, 느긋하기 짝이 없는 주위 사람들은 꼬꼬가 왜 그렇게 공책에 집착하는지 알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한다. 자포니카 자유 공책을 찾지 못한 채, 꼬꼬는 기묘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되는데……. 『원탁』은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 있는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특히 꼬꼬의 가족과 친구들의 묘사는 기가 막힐 정도로 독특하고 사랑스럽다. 근사한 리듬으로 말을 더듬는 현명한 아이 폿상, 반 아이들의 미스터리한 아이돌 고다 메구미, 이지적인 학급위원 박군, 물고기를 닮은 미키 나루미, 선택받은 자의 우수를 지닌 할아버지 등등. 읽다 보면 마치 자신이 꼬꼬의 친구나 가족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또한 엉뚱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화학반응에 재밌게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리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원탁』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따스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고토코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자포니카 자유 공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소녀가 성장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절묘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정신적인 성장이란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이기도 하다. 고토코(꼬꼬)가 자포니카 자유 공책을 통해 ‘알았다’고 느낀 것, 그 깨달음의 정체가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모두가 경험했지만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는 어린 시절의 그 경이로운 순간으로 『원탁』은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