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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o Okuda,おくだ ひでお,奧田 英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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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비 오는 날과 월요일은……. 문짝을 발로 밀치면서 미도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 외국 팝송에 그런 노래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날에는 아직 이십 대인데도 더 이상 젊지 않다고 투덜거리며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어진다는 노래. 그 노래를 부른 여가수는 거식증을 앓다가 죽었다는데, 어쩐지 그 심정을 알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종류의 감수성은 이따금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온 세상 여자들을 우울하게 만들어버리는 법이다. 눅눅한 습기 때문에 머리 모양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그 정도 일로 죽고 싶다고 하는 건 물론 과장이겠지만 아침 식사로 나온 요구르트에게 “너 같은 건 안 먹을 거얏!” 하고 욕을 퍼부을 만큼은 기분이 엉망이 된다.
게다가 월말까지 겹치면 미도리의 주초는 최악이다. 비 오는 날에, 월요일에, 월말이라니……. 마치 별자리 점에서도, 손금에서도, 성명학에서도 죄다 버림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결근해버릴까?’ --- 본문 중에서 |
거품경제의 붕괴로 불황에 파리만 날리는 사업,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오는 주문은 금요일에 주문을 해서 월요일에 납품하라는 긴급 독촉 주문 건들뿐이다. 일류 메이커 기업들이 하청에 하청을 주다 보니, 주문의 제일 밑바닥에서 일을 처리하는 하청 업체의 공장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고, 야근이나 주말 잔업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는 정도다. 이리저리 시달리면서 간간이 유지도 힘든 판에, 공장 소음으로 강력하게 민원을 거는 이웃주민들과의 마찰로 답답한 지경이다. 게다가 뭔가 시키기만 하면 사라지는 무능력한 직원 때문에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고 있는 철공소 사장, 가와타니 신지로. ‘대체 무엇을 위해 나는 우왕좌왕했던가.’
툭하면 외박을 일삼는 데다 남들 다 다니는 고등학교마저 중퇴한 날라리 여동생, 아부에는 천재적인 상사와 성희롱을 일삼는 지점장,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공요금 납부라는 명목으로 은행으로 출근하는 치매 노인, 더 이상 지겨운 현실이 싫어 꾹꾹 참으면서 버티다 홧김에 애인의 친구와 자버린 은행원. 성과주의와 출세를 위해 줄서는 데 급급한 남성 중심의 은행 조직에 깊은 상처를 받은 영혼, 후지사키 미도리. ‘정말 익숙해진다는 건 무서운 거구나.’ 환각제인 톨루엔을 파트너와 빼돌리다 야쿠자에게 들켜 6백만 엔에 타협하고, 돈을 구하기 위해 컴퓨터 가게를 털었지만 파트너가 모조리 들고 날라버린다. 다시 야쿠자에게 잡혀 시달리다, 여자 친구를 인질로 돈을 요구하는 야쿠자들 때문에 돈 구하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다 여자 친구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자 야쿠자를 칼로 찌른 후, 결국 은행 강도로 내몰리는데……. 야쿠자뿐만 아니라 경찰에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스무 살 청년, 노무라 가즈야. ‘청춘이란 이런 것인가.’ 신지로와 미도리, 그리고 가즈야 그들은 운명처럼 은행에서 조우한다. 가즈야는 여자 친구와 2인조 은행 강도가 되어 미도리가 일하는 은행에 난입하고, 융자를 거절당해 화가 난 가와타니 사장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끌려 자연스레 가즈야를 돕고 가세한다. 이들에게 스스로 인질이 되어버린 미도리는 은행에서의 도주를 감행하는데……. |
도대체 사람의 인생은 어디에서 갈라지는 걸까?
오쿠다 히데오는 특유의 생생하면서도 읽기 쉬운 문장으로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으면 분명 저렇게 행동했을 거야’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가엾은 우리의 세 주인공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어디서부터 내리막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즈야가 은행 강도가 되어 미도리가 일하는 은행에 난입한 그 순간……. 아니, 가즈야, 미도리, 신지로가 만나는 바로 그 순간! 이들의 추락에 브레이크 따윈 없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더 이상 출구도 없는 곳까지 주인공들을 몰고 가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 그는 어쩌다 보니 최악의 상황에 휩쓸린 우리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뒤틀린 일상에서 뭔가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길 원하는 갈망을 포착해내고 시원하게 해소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게 잘못되어가고 있는’ 세 주인공의 추락을 통해 그런 갑갑한 현실과 마주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오쿠다 히데오의 시선은 묘한 희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우리 시대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와 암울한 현실 속의 우리들에게 소설 『최악』은 우리 이웃, 혹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아주 친근하고 살갑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