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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아주아주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불쌍한 나를 위해 열심히 살 거야 나가면서 발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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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진짜 특별한 친구입니다. 저보다 서른 살이나 많지, 피부 색깔도 전혀 다른 부족이지, 국적도 다르지, 말도 다르지, 생각도 다르지…… 같은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본문 13쪽)
요즘 들어 머리가 텅 빈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는 건 그래서 참 행복한 일이에요.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게다가 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샘께서 제게 보여주시는 그 믿음이 커서 저도 그 믿음에 부합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본문 19쪽) 고작 열한 살이었던 어린아이에게 초님이는 친구한테 말하듯이 말했어. 나는 그런 초님이한테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어. 다시 생각해도 그건 놀라운 일이었어.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맘 가는 대로 해.” 그 말을 들은 초님이는 환하게 웃더니 “고맙다!” 그러고는 악수를 청하는 거야. (본문 39쪽) 샘은 저한테는 일기장 같은 분이에요. 이렇게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편해져요. (본문 75쪽) 그 큰 어른이, 나보다 거의 70년을 더 살아오신 거인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는데, 어찌나 미안하고 고맙던지……. 그때 난 어른도 아이한테 사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 그리고 나도 나중에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본문 86쪽)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일어나지. 아니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날마다 이런 현상을 느낄 수도 있어. 모든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고, 그렇게 정지된 시간 속으로 들어온 모든 생명체하고 말을 할 수가 있어. 난 그런 세상이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해. (본문 123쪽) 그 어떤 비밀이든 사람일인지라 반드시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거든. 그런 사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주위에 있다는 것도 명심해라. (140쪽) 살아가는 힘을 믿는 것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힘 을 믿는 것처럼 좋은 종교는 없어. 그게 최고야. 알았지? (165쪽) 그래도 이건 내 솔직한 고백이야. 너희들이 우리 어른들보다 훨씬 나아. (본문 212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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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존중이 공존할 때 ‘친구님’
『친구님』은 만남과 인연, 운명, 그리고 친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오게 하는 작품이다. 그의 푹신한 목소리만큼이나 청소년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 숨막혀하는 현시대의 청소년과, 시대는 다르지만 그들처럼 힘든 경계의 강을 건넌 한 어른의 청소년기 이야기가 주고받는 이메일을 통해 교차된다. 씨실과 날실처럼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이야기가 섬세하게 직조되어 있다. 인간의 내면은 풀꽃처럼 연약한 모습이다가도 어느 순간 들풀처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은, 만남으로 인한 그 만남이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진 거미줄 같은 실선과 시간이 보태어져 진행형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마법사’와 ‘몽상가’와의 만남, 초님과 시우의 만남, 민수와 해인의 만남, 해인과 시경의 만남, 스콧과 해인과의 만남 등. 이들은 만남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사랑하고 성장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사랑과 상처, 위로와 성장의 공통분모는 ‘친구’이다. 『친구님』에서는 나이는 물론 동성의 틀을 벗어난 친구관계를 보여준다. 닉네임이 마법사인 시우는 오십이 넘는 작가이고 해인은 현재 고1 학생이지만 그들은 스스럼없이 비밀을 털어놓으며 메일을 주고받는다. 일상을 중계하듯, 제 단짝친구에게 수다 떨 듯 이야기한다. 작가인 시우는 해인을 아주 소중한 친구로 존중해주고 해인 또한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못한 속내를 시우에게 털어놓으며 숨 막히는 일상을 견뎌나간다. 시우는 그런 해인을 받아주며 그녀를 통해 자신의 힘들었던 청소년기를 반추하고 인생의 가장 소중했던 어릴 적 친구, 초님을 찾는다. 같은 또래지만 해인 곁에 머무르며 도와주는 민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해인을 바라보고 지켜준다. 민수는 해인에게 어떤 감정도 바라지 않는다. 그렇지만 해인은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민수이다. 그렇다고 민수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은 없다. 그냥 친구이다. 어른이 된 해인과 국제 난민캠프에서 만난 스콧, 그들은 국경도 인종도 나이도 성도 뛰어넘는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해인에게 마법사가 없었다면, 그리고 마법사에게 해인 몽상가가 없었다면 이들은 팍팍한 일상을 연명하듯 겨우겨우 이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이들 존재는 비상구이자, 탈출구 역할을 해주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상대를 위해 끊임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것, 그리고 친구를 위해 마음이든 시간이든 나누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친구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보내주고 내주었다함은 결코 내 안에서 나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이거나 치료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 속 마법사가 몽상가에게 보낸 마음으로 인해 마법사는 성장기의 상처를 치료하고 단절되었던 우정을 찾고 확인하는 선물을 받았지 않았던가. 사람과 사람과의 순수한 관계보다는 인맥이나 득실을 따져 상대에게서 내가 취할 게 무엇인가부터 계산하는 것이 오히려 권장할 만한 관계라고 보고 배우는 시대이다. 그러한 관계망 하나 형성해놓지 못한 사람은 능력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 속에 우정을 운운하는 것은 자본과 경쟁의 난무 속에서 낭만타령을 하고 있다고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순수한 것은 촌스럽다고, 착한 것은 나쁘다고 말하는 이 시대에 무엇이 부끄러운 것이고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친구님』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어떠한 계산도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호감, 그것이 강물처럼 흐를 때 사람들은 사람으로 인해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삶이 지금보다 더 풍요로워지고 따듯해지길 원한다면 가슴속 ‘친구님’을 더욱 정성스럽게 모셔보는 것이 좋겠다. 친구, 그것은 삶의 크나큰 선물이자 아름다운 덤이다. 김선영(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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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고등학교 때 만약 내가 작가가 된다면 이런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 어떤 ‘영원’에 대한 이야기. 영원히 변하지 않을 절대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 그중 하나가 영원한 이성 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이, 그게 현실에서 어떻게 가능해?”하면서도 은근히 꿈꾸는 그런 이야기. 그때 내가 구상했던 이야기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은 나이 차이가 백 살이 넘었다. 그래야만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내 목소리는 입안에서만 맴돌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런 날 집에 오면 나는 더욱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이성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 영원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청소년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는다.
“좋은 친구를 사귀세요. 동성 친구도 좋고, 애인사이도 좋지만, 진짜 사랑하는 이성 친구 하나 있으면 정말 좋을 거예요. 환상적일 거예요. 아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즐거움과 힘을 얻게 될 겁니다.” 내게는 아주 특별한 어른 친구가 있었다. 내가 살아온 세월보다 세 배쯤 많은 세월을 살아온 여자 어른이었다. 그 친구 때문에 나는 행복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웠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와서 힘들어하던 소년에게 다가왔던 그 어른의 눈빛은 늘 환상적이었다. 나도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이 된 다음에는 나보다 어린 친구를 꼭 두고 싶었다. 그러면 참 좋을 것 같았다. 항상 아이처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얼굴에서 꽃처럼 웃음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소설을 쓰면서 여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어떤 녀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편지를 주고받아 지금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되었고, 어떤 녀석은 대학생이 되었고, 어떤 녀석은 고등학생이고, 어떤 녀석은 중학생이다. 내 책을 읽고 편지를 해준 아이들이다. 그런 친구들과 나눈 편지가 이 글의 온갖 뼈대가 되었다. -2014년 겨울, 이상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