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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의 시대
박노자
한겨레출판 2014.12.15.
베스트
사회 정치 top2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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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겨울 공화국, 비굴함과 잔학성의 이중주

1부 ‘인간’이 사라져가는 대한민국
01 공포를 먹고 사는 사회
우리 시대의 파시즘 / 군주국 멘탈리티를 넘어서 / 역사에서 편집증의 역할 / 신앙의 힘으로 포용할 수 없는 정권 / 냉소의 시대, 정의란 무엇인가 / 우리는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 남근이 지배하는 사회 / 괴물 제작소 대한민국 / 대한민국에 없는 것 / 근본적 물음이 거세된 사회

02 부끄러움 없는 권력, 공감할 줄 모르는 사회
젊은 백수들에게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절망을 재생산하는 사회 / 한국형 자본주의의 살인성 / 대통령은 누구인가 / 불신공화국에서 벗어나는 법 / 침몰하는 대한민국호 /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사는 길

03 물질적 욕망의 질주, 사라진 노동의 꿈
대한민국에 보수는 없다 / 국가의 맨얼굴 / 차별의 왕국, 천민 대 양민 / 한진중공업과 우리의 희망 / 이 시대의 투쟁 문법 / 고독한 싸움을 위로하는 희망버스 / 문명사회와 은폐된 폭력 / 불행한 역사의 압축판, 밀양

2부 요동치는 세계, 딜레마에 빠진 세계
01 신자유주의 몰락하는가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몰락 / 신자유주의의 위기와 유럽 좌파의 대응 / 그리스에 대한 단상 / 현대 유럽의 전체주의 / 후기 자본주의의 3대 법칙 / 미국은 어떻게 보수화되었는가 / 혁명에 대한 단상

02 혼란과 저항의 소용돌이에서
아랍권 혁명과 제국의 황혼 / 좌파 민족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제국주의, 혁명을 포섭하다 / 제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 / 우크라이나, 혁명으로 가는 길 / 혁명가에게 애국이란 없다 / 역사와 화해

03 두 개의 국가, 평화로 가는 좁은 길
근대성의 빛과 어둠을 공유한 두 나라 / 남북한 비교론: 왕족 사회와 귀족 사회 / 북한, 피와 잔혹의 전제 왕국? / 국제법에 대한 사망 선고 / 자유주의자의 기준과 그 바깥 세상

3부 배반과 혼란의 시대, 지식인을 향한 외침
01 그들을 믿지 말라, 지식인의 한계
교수가 휘두르는 무기 / 특권적 지식인과 책임 유기 / 지식, 해방 혹은 학살의 도구 / 자본의 노예가 된 학자들

02 승자 독식 세계와 인문학
인문학의 위기는 사회성의 위기다 / 거대 담론을 위하여 / 근대적 이성의 가치 / 신자유주의 시대 인문 지식계의 이데올로기 / 반동의 시대여, 안녕

03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자기 바로보기
우리의 진짜 이념은 무엇인가 / 무관심, 우리의 진짜 문제 / 자본주의와 언론의 자유 / 짖지 않는 개로 살 것인가


4부 아득하지만 가야 할 좌파의 길
01 사회주의적 삶이란 무엇인가
‘좌파’의 인류사적 의미 / 사회주의가 꿈꾸는 사회 / 민주적 사회주의의 청사진 / 심장 없는 사회의 심장 / 복지국가의 명암 / 사회주의와 인생의 의미

02 혁명을 꿈꾼 시대, 우리에게 남긴 것
인생은 짧지만 저항의 역사는 길다 / 1968년 혁명의 의미 / 혁명의 어머니, 혁명적 인텔리겐차 / 스탈리주의에 대한 마녀사냥 / 레닌과 카우츠키를 넘어서 / 지는 싸움의 미학 / 수호믈린스키의 대한 교육 / 현실 사회주의의 긍정적 측면 / 현실 사회주의와 박정희 체제

03 좌파가 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 할 길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 평화주의의 원칙 / 절망, 조직, 그리고 투쟁 / 자본주의의 성공 스토리와 진보의 한계 / 진보의 시대적 의미

에필로그 인생의 의미

저자 소개 1

Vladimir Tikhonov, Park No-ja,블라디미르 티호노프, 朴露子, Владимир Тихонов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하기 전까지 본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영화 [춘향전]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고대 한국의 가야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교 강사를 거쳐 학생과 강사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던 그는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다. 박노자를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이라고들 한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하기 전까지 본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태어났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영화 [춘향전]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고대 한국의 가야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교 강사를 거쳐 학생과 강사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던 그는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한다.

박노자를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난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귀화한 것은 스스로 한국사회에서 국적, 또 외국인과 내국인이라는 장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을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노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날카로운 논리로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세계사를 보는 거시적인 혜안 속에서 치열하게 인문학적 성찰의 삶을 살아온 그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등의 저서를 통해 '토종' 한국인보다 진한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 그는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보다는 러시아를, 또 세계를 잘 아는 한국인에 가까운 그는 한국 사회를 그 주춧돌부터 다시 살펴본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믿고 살던 권위주의의 서까래며 집단이기주의의 기둥이 그 앞에서는 대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폐품이 되고 만다. 이제까지 나왔던 많은 한국인 비평, 비판보다 서너 길은 더 깊은 통찰이 있고 무엇보다 저자가 한국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든든하다.

두 번째 책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 박노자의 북유럽 탐험』는 북유럽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노르웨이 사회의 이모 저모를 소개하고 있다. 상하의 질서와 복종을 강조하는 우리의 일반적인 문화와 달리, 다양성의 존중과 소박한 삶을 생활의 주요 철칙으로 여기고 있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평등한 인간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박노자는 북유럽 사회에 비추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되돌아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외견상 선진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제3세계에 대한 차별, 인종주의와 극우 민족주의의 발호 등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면서 평화로운 일상에 젖은 그들보다 모순과 부조리를 뛰어넘고자 하는 우리에게 오히려 더 큰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하얀 가면의 제국 :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에서 보여주는 한국 사회는 '동양을 타자화하여 비화하는 서구중심주의적 인식'과 서양을 정형화·범주화하는 '서양/비서양'식의 이분법적 인식 속에 좀 더 원어에 가까운 영어 발음을 위해 아이의 혀에 가위를 들이대는 부모들이나 '영어공용화'가 식자층 사이에서 설득력 있게 논의되는 사회는 오리엔탈리즘이 지배하는 곳이다. 또한, 후세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미국과 유럽을 아무런 비판 없이 모범으로 삼을만한 미래로 여기는 자세에 대해서도 '맹목적'이라 일갈한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 시선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리고 그 시선을 만들어낸 곳이 어디인지, 우리 안에 있는 서구제국주의의 시각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근작으로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후퇴하는 민주주의』, 『씩씩한 남자 만들기』『리얼 진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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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22g | 147*223*20mm
ISBN13
9788984318618

책 속으로

사회주의자의시각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평균적 국민이 생각하는 사회적 정의란 억울하고 우스운 것이다. 사회주의자에게는 이건희나 이재용 같은 이들이 군대에 가지 않은 것보다도 삼성의 일가를 위시한 자본계급이 대한민국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상황 자체가 문제다. 그런데 자산계급이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데 어찌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인구의 90퍼센트는 중하급 월급쟁이이거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영세한 업자들이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각자 그 생존을 도모하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한다. ‘각자가 생존을 도모한다’는 말은 우리의 국시 아닌 국시다. 애국이고 사회고 민족이고 뭐고 그 국시에 비하면 어디까지나 취미, 선택 사항, 장식품이다.
--- p.44쪽

행복이 있다면 남들과 경쟁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없는 곳에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시험에서 떨어지면 원하는 것을 안 사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곳이 아닌, 그냥 애정 표현을 많이 하고 그 웃음을 즐기는 곳에 있지 않을까? 나아가 자아와 그 욕망을 상대화할 수 있는 데에 있지 않을까? 1등을 강요하고 2등은 기억하지 않는 사회가 아닌, 등수와 상관없이 그저 운동장에서 함께 뛰는 것을 즐길 수 있는, 무욕(無慾)을 권하는 사회에 있지 않을까? 그런데 국가와 자본이 잉여가치 극대화 차원에서 가장 비생산적이고 인간 건강에 나쁜 욕망의 미친 질주를 부추기는 곳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어떤 것을 성취한 듯한 강남족의 한가한 교양 정도가 되고 만다. 무욕의 사회도 결국 아래에서부터 다 같이 하는 투쟁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 p.76~77

이 차별의 왕국은 영원할까?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투쟁은 사업장별로 당면 현안을 중심으로 산발적이고 고립적으로 진행되었다.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후손이 어쩌면 대대로 이 차별의 지옥을 탈출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기만 한다면 곳곳의 개별적 투쟁은 하나의 커다란 현대판 천민의 반란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현대판 양민이라 할 정규직의 일부라도 제대로 연대해준다면 이 나라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p.113

자본이 노동자 간에 차별을 두어 초과 이윤을 얻고 그들이 단결하지 못하게 하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묘법은 결국 ‘계급’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계급이란 생산수단을 보유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임금 근로자들의 공통된 처지를 말한다. 임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고용 형태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를 떠나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은 결국 하나의 계급에 속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계급은 ‘민족’보다도 훨씬 일차적인 문제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미 민족 자본이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에 어떤 어용 민족주의자의 선전 선동도, 그리고 어떤 ‘우리의 위대한 민족 문화’ 타령도 결국 노동자 사이를 이간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 p.155~156

진정한 화해는 아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가능하다. 언젠가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서부의 가난뱅이가 서로 손잡는 날이, 또한 과두 재벌과 함께 투쟁하는 날이 올 것이다. (…) 이런 화해와 연대는 결국 민족주의를 타파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를 위한다며 과거 국가가 저지른 범죄나 파쇼 극우 민족주의자의 소행을 합리화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런 과거에 대해 공동으로 단죄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만이 화해와 연대의 기반이 된다.
--- p.193~194

사회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도 지식 그 자체만으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체제가 아무리 악질적이어도 고급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군대의 졸병 이상으로 그 체제에 잘 순치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변부 파시즘의 전형에 가까운 유신 체제 아래에서 대체로 저항을 주도한 사람은 함석헌처럼 지식 그 자체보다 독특한 종교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었다. 이들은 내지의 지식 인증서가 없는 야생마 같은 존재였다. 물론 송기숙 교수처럼 일부 제도권 지식인도 민중의 편에 섰다. 하지만 저항에 가담한 사람보다는 교수평가단에서 출세 가도를 달린 사람이 훨씬 많았다.
--- p.229

자본주의의 경제적 기반인 시장은 구성원을 늘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소비 자본주의의 매체 산업은 개인을 대단히 안락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재현의 세계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다. 미녀들은 적당히 벗고, 태극전사는 왜놈을 까부시고, 가끔 가다 나쁜 사람이 충격적인 악행을 범해도 결국 경찰에게 덜미가 잡히고, 땅값은 적당히 오르락내리락하고, 북괴가 이따금 도발해도 대한민국과 그보다 더 위대한 혈맹인 미국의 위세에 눌러 꼼짝 못한다. 이런 세계 안에서 편안하게 사는 선남선녀들에게 진보에 대한 관심은 애당초 생기기가 힘들다.
--- p.266

사회주의적 삶은 자본주의적 삶보다 더 윤택하지는 않다.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는 한정된 지구의 자원을 되도록 골고루 평등하게 분배하고, 공동체 안에 민주주의, 상호 배려, 삶의 기쁨이 가득 차도록 하는 것이다. 제한된 자원을 빨리 쓰면서 소비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것은 사회주의적 삶의 방식과 거리가 멀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하여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환경을 보존하고, 교통 사고율을 최소화하며, 석유 같은 자원을 보존하고, 개인이 언제나 사회에 의존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추구한다. 목적이 서로 완전히 다른 만큼 사회주의 사회를 자본주의적 사고 틀로 상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소련이나 중국의 지도자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생산 지상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역사의 비극임이 틀림없다
--- p.286

진보 정당은 전통적인 정치 투쟁을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삶의 구체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연합해야 한다. 정당의 의미 자체가 점차 쇠퇴해가고 관료와 자본이 주도하는 이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 신자유주의의 주요 병폐를 여타 사회 세력과 연대해서 막을 수 있다면 모든 이의 사기가 올라갈 것이다. 예를 들면 ‘파병 저지를 위한 연합’, ‘모든 체벌을 무조건적으로 철페하기 위한 연합’, ‘대학 평준화를 위한 연합’ 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의 정치를 통해 정치 영역을 넓혀나가고, 일상을 정치화하고 정치를 일상화하며, 무엇보다도 사회주의를 상식과 양심의 문제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볼 때 레닌과 카우츠키를 뛰어넘는 길일 듯하다.
--- p.328

계급 모순의 심화는 계급투쟁의 격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옛 소련 사학의 상투어였다. 너무 아쉽게도 이 말은 부분적으로만 맞다. 즉 이데올로기 생산을 담당하는 지식층의 상당수가 반체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그것을 소극적으로나마 긍정하는 계급 조직이 위력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만 그러하다. 남유럽이나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는 지식인의 상당수가 전통적으로 좌파적 성향이 강하다. 또한 노조와 좌파 정당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랬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급진 좌파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 p.351

출판사 리뷰

신자유주의의 모범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안녕한가?
이 책은 우리 시대 가장 급진적이고 예외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박노자의 고민과 번뇌를 담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후진성,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노동자 문제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다루었다. 한국은 어떤 자본주의 사회보다도 더 자본주의적 사회, 신자유주의 모범국이다. 여기에 여전히 완고하게 남아 있는 전근대적 요소까지 겹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중세성’과 첨단의 자본주의성이 공존하는 묘한 이중적 사회의 특징을 보인다.
2부에서는 바깥으로 눈을 돌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살펴본다. 지난 20년간 세계는 급격하게 돈과 시장에 그 중심 자리를 내어 주고 말았다. 대신 인간은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났다. ‘사회 없는 사회’ 혹은 ‘인간의 주변화’로 요약되는 이러한 괴물성은 전 세계가 동일하게 겪는 문제다. 이는 필연적으로 저항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몰락의 징후를 보이는 신자유주의의 흐름, 미 제국의 약화, 아랍권과 우크라이나 혁명 등이 이를 보여준다. 2부의 마지막에는 북한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북한 사회의 야만성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우리의 야만성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3부에서는 지식인의 한계와 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학계에 대해 비판한다.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에서 교수는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성추행한다. 또한 경쟁에 매몰되어 권력 비판이라는 지식인 고유의 임무를 유기한 채 살아간다. 신자유주의 시대, 개개인은 ‘1인 기업’이 되어 경쟁적인 서바이벌 게임에 몰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동료를 뛰어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회의 미래보다 개인의 미래가 앞서는 분위기에서 인문학은 비효율적 학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4부에서는 우리 시대 사회주의와 좌파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와 좌파란 지난 역사에서 사라진 현실 사회주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비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대변하는 하나의 표현이다. 저자에게 사회주의는 하나의 정치 체제나 집권을 위한 정당 이념이기 이전에, 인생의 의미와 뜻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실존적 운동이다. 그렇기에 사회주의는 박제해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에게서 심각하게 소외된 이 폐허의 세상에서는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되짚어 보아야 할 이념이다.

대들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면
희망은 시작된 것이다!
현실은 너무나 절망적이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만 같다. 괴물을 만드는 이 세상에서 과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과연 출구를 찾을 수는 있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박노자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지만, 잔혹한 시대와 맞서 싸우려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대한다면 그 자체가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지배층의 요구에 “조금이라도 대들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연대와 투쟁을 한다면 당장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는 않아도 미친 세상을 뜯어고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반성하지 않는 한 이 지옥의 삶은 무한히 반복된다. 스러져간 이들을 기억하고 고통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할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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