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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비인간이라는 귀신을 찾아서
1장. 리베라: 인류세, (인간)기술권, 사물의 범람, 인간의 진화 2장. 자코메티: 외로움과 웅성거리는 사물들 3장. 마티스: 화이트헤드의 사물 철학 4장. 보나르: 지구에는 돌봄이 무성하다 5장. 뒤러: 밥상에 온 신령한 것들 6장. 조선 사발: 우주는 중고물로 가득하다 ―쓰레기, 오물, 장애, 와비사비, 수리의 철학 참고문헌 주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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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귀신이 인간을 쫓아다니고 있다―비인간非人間non-human이라는 귀신이.
--- 본문 중에서 (인간)기술권technosphere은 바로 이 기술물-인체의 일체성과 그위력을 드러내는 개념이다. (인간)기술권 개념의 주창자들은 이 새로운 권역이 암석권, 대기권, 수권, 생물권처럼 하나의 자율적 역학 시스템으로서 지구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p.19 그렇다고 구체적 존재물 전부가 통일된 의식 또는 의식의 중심을 갖춘 주체라는 말은아니다. 그러한 의미의 주체가 아닌 존재물조차도 미약한 정도의 정신적 면모를 지니고 있거나 그러한 면모를 지닌 존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일뿐이다. --- p.28 그리하여 인간은 영적· 내면적 세계를 갖춘 자들의 세계인 인간세계에 스스로 고립되고 말았다. 인간은 우월한 자들의 세계인 인간세계를 구축함으로써 결국 우주적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 p.32~33 1933년,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는 이 작품과 거의 똑같은 작품을 그렸다. 당시 그 작품은 뉴욕의 록펠러 센터 내 한 빌딩의 벽면을 차지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작품은 그곳에 걸리지 못하게 된다. 레닌의초상을 작품에서 빼라는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의 요구를 리베라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 p.47 따라서 (인간)기술권을 채우고 있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제조업체에서 제조된 대다수의 상품-기술물에는 ‘파르마콘Pharmakon’이라는 딱지가 붙어야 한다. 즉, 그 사물들은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 p.60 이러한 존재의 후퇴로 인해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단독감, 고독감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실존의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누구라도 인간은 지나치게 사밀私密적인 존재이기에 고독감에 젖는다. --- p.75 시멘트는 어떻게 세상에 나올까? 시멘트를 제조하려면 규산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규산염을 얻으려면 산화칼슘이 필요하다고 한다. 산화칼슘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최초 공정은 석회암을 모으는 것이다. 석회암은 탄산칼슘 덩어리인데,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하면 이 과정에서 석회암 결정체가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칼슘가루와 산소가 남는다. --- p.85 사실, 하나의 현실 존재물은 결단과 충족의 주체다. 합생 과정에서 잠재성, 즉 모종의 미결정성이 결정된다. 이 결정을 이르는 다른 말이 바로 결단이다. 현실 존재물들은 오직 잠재적 상태에서 결단을 내림으로써 자기가 된다. “‘현실성’이란 ‘잠재성’ 사이의 결단”이다. --- p.118 같은 맥락에서 화이트헤드는 생물과 비생물 간에 분명 차이는있지만, 그것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더욱이 그는 그 어떤 생물도비생물적 요소를 결여하고 있지 않다며, 생물의 존재 기반이 결국 비생물임 밝힌다. --- p.129 물은 못 가는 곳이 없다. 그것은 바다에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일부는 끊임없이 대기로 올라가서는 비로 내리고, 그리하여 땅을적신다. 물은 육상생물의 몸들로 들어가기도 하고 지하로 내려가기도 하는데, 지하로 내려간 것은 점토 광물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물은 맨틀에도 있다. --- p.151 에드바르트 베르거EdwardBerger 감독의 역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는 추위와 배고픔의 시간으로서의 전쟁을 묘사한다. 적의 포화 속에서 천행天幸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주인공) 파울은 지친 몸을 이끌고 참호 내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앉는다. 마침 건너편에서 부지런히 빵을 씹고 있던 카트(카트진스키)가 눈앞에 나타난 청년 파울에게 손에 든 빵 한 조각을 건넨다. 온몸에 진흙 칠을 해서 눈코입을 뺀 얼굴 전체가 석탄처럼 까만 파울은, 건네받은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서는 입을 움직여 씹는다. 아니, 그는 그것을 씹어야만 한다. --- p.175 터주는 신체 없는 상상물이 아니다. 터주는 일정한 신체로 변신해서 집안에서(집 뒤꼍이나 장독대 근처에서) 지내는데, 이 신체는 항아리와 짚(짚가리)으로 구성된다. 항아리를 짚이 감싸고 있는 행색인데, 마치 항아리가 옷을 입고 있는듯한 꼴이다. 하지만 이 둘만으로는 터주의 신체神體god-body는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 곡물이 항아리 안에 들어가야 터주의 신체가 완성된다. --- p.189 생로병사生老病死. 성주괴공成住壞空. 태어난 자는 늙고, 병들고, 죽는다. 형성된 것은 머물다가 붕괴하고, 공허로 돌아간다. 아마도 이것이 이 우주에서 생명을 받은 우리의 기본값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우주의 프로토콜(규범)에 종속되며, 종속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 프로토콜에의 종속을 거부함이 주류를 이루는 기이한 시대를 살고 있다. --- p.203 그러므로 신품성, 완전성, 완벽성, 구족성(다 갖추고 있음, 불구가 아님), 자족성, 무오류성, 독립성은 인간적인 특성이 아니다. 그 정반대물, 즉 중고물스러움, 불완전함, 완벽하지 않음, 불구적임, 취약함, 다치거나 실수하기 쉬움, 의존성이야말로 인간의 특성이다. --- p.228~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