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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존재만으로
행성 위기, 비인간, 돌봄, 장애에 관하여
우석영
종이와빵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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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비인간이라는 귀신을 찾아서

1장. 리베라: 인류세, (인간)기술권, 사물의 범람, 인간의 진화

2장. 자코메티: 외로움과 웅성거리는 사물들

3장. 마티스: 화이트헤드의 사물 철학

4장. 보나르: 지구에는 돌봄이 무성하다

5장. 뒤러: 밥상에 온 신령한 것들

6장. 조선 사발: 우주는 중고물로 가득하다
―쓰레기, 오물, 장애, 와비사비, 수리의 철학

참고문헌
주석

저자 소개 1

생태전환 연구자. 지구철학 연구자.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전문가회원,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산현재 기획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 《다시 개벽》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태주의 사상, 생태 전환, 탈근대 전환과 관련한 글을 주로 쓰지만, 문학/예술 비평도 한다. 지은 책으로 『불타는 지구를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걸으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공저), 『동물 미술관』, 『철학이 있는 도시』, 『낱말의 우주』 등 다수가 있다. 옮김 책으로 『디그로쓰』(공역),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공역), 『지구와 물질의 철학』
생태전환 연구자. 지구철학 연구자.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전문가회원,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산현재 기획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 《다시 개벽》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태주의 사상, 생태 전환, 탈근대 전환과 관련한 글을 주로 쓰지만, 문학/예술 비평도 한다. 지은 책으로 『불타는 지구를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걸으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공저), 『동물 미술관』, 『철학이 있는 도시』, 『낱말의 우주』 등 다수가 있다. 옮김 책으로 『디그로쓰』(공역),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공역), 『지구와 물질의 철학』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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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33*210*18mm
ISBN13
9791199029538

책 속으로

하나의 귀신이 인간을 쫓아다니고 있다―비인간非人間non-human이라는 귀신이.
--- 본문 중에서

(인간)기술권technosphere은 바로 이 기술물-인체의 일체성과 그위력을 드러내는 개념이다. (인간)기술권 개념의 주창자들은 이 새로운 권역이 암석권, 대기권, 수권, 생물권처럼 하나의 자율적 역학 시스템으로서 지구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p.19

그렇다고 구체적 존재물 전부가 통일된 의식 또는 의식의 중심을 갖춘 주체라는 말은아니다. 그러한 의미의 주체가 아닌 존재물조차도 미약한 정도의 정신적 면모를 지니고 있거나 그러한 면모를 지닌 존재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일뿐이다.
--- p.28

그리하여 인간은 영적· 내면적 세계를 갖춘 자들의 세계인 인간세계에 스스로 고립되고 말았다. 인간은 우월한 자들의 세계인 인간세계를 구축함으로써 결국 우주적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 p.32~33

1933년,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는 이 작품과 거의 똑같은 작품을 그렸다. 당시 그 작품은 뉴욕의 록펠러 센터 내 한 빌딩의 벽면을 차지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작품은 그곳에 걸리지 못하게 된다. 레닌의초상을 작품에서 빼라는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의 요구를 리베라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 p.47

따라서 (인간)기술권을 채우고 있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제조업체에서 제조된 대다수의 상품-기술물에는 ‘파르마콘Pharmakon’이라는 딱지가 붙어야 한다. 즉, 그 사물들은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 p.60

이러한 존재의 후퇴로 인해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단독감, 고독감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실존의 기본값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누구라도 인간은 지나치게 사밀私密적인 존재이기에 고독감에 젖는다.
--- p.75

시멘트는 어떻게 세상에 나올까? 시멘트를 제조하려면 규산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규산염을 얻으려면 산화칼슘이 필요하다고 한다. 산화칼슘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최초 공정은 석회암을 모으는 것이다. 석회암은 탄산칼슘 덩어리인데, 섭씨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하면 이 과정에서 석회암 결정체가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칼슘가루와 산소가 남는다.
--- p.85

사실, 하나의 현실 존재물은 결단과 충족의 주체다. 합생 과정에서 잠재성, 즉 모종의 미결정성이 결정된다. 이 결정을 이르는 다른 말이 바로 결단이다. 현실 존재물들은 오직 잠재적 상태에서 결단을 내림으로써 자기가 된다. “‘현실성’이란 ‘잠재성’ 사이의 결단”이다.
--- p.118

같은 맥락에서 화이트헤드는 생물과 비생물 간에 분명 차이는있지만, 그것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더욱이 그는 그 어떤 생물도비생물적 요소를 결여하고 있지 않다며, 생물의 존재 기반이 결국 비생물임 밝힌다.
--- p.129

물은 못 가는 곳이 없다. 그것은 바다에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일부는 끊임없이 대기로 올라가서는 비로 내리고, 그리하여 땅을적신다. 물은 육상생물의 몸들로 들어가기도 하고 지하로 내려가기도 하는데, 지하로 내려간 것은 점토 광물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물은 맨틀에도 있다.
--- p.151

에드바르트 베르거EdwardBerger 감독의 역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는 추위와 배고픔의 시간으로서의 전쟁을 묘사한다. 적의 포화 속에서 천행天幸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주인공) 파울은 지친 몸을 이끌고 참호 내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앉는다. 마침 건너편에서 부지런히 빵을 씹고 있던 카트(카트진스키)가 눈앞에 나타난 청년 파울에게 손에 든 빵 한 조각을 건넨다. 온몸에 진흙 칠을 해서 눈코입을 뺀 얼굴 전체가 석탄처럼 까만 파울은, 건네받은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서는 입을 움직여 씹는다. 아니, 그는 그것을 씹어야만 한다.
--- p.175

터주는 신체 없는 상상물이 아니다. 터주는 일정한 신체로 변신해서 집안에서(집 뒤꼍이나 장독대 근처에서) 지내는데, 이 신체는 항아리와 짚(짚가리)으로 구성된다. 항아리를 짚이 감싸고 있는 행색인데, 마치 항아리가 옷을 입고 있는듯한 꼴이다. 하지만 이 둘만으로는 터주의 신체神體god-body는 결코 완성되지 못한다. 곡물이 항아리 안에 들어가야 터주의 신체가 완성된다.
--- p.189

생로병사生老病死. 성주괴공成住壞空. 태어난 자는 늙고, 병들고, 죽는다. 형성된 것은 머물다가 붕괴하고, 공허로 돌아간다. 아마도 이것이 이 우주에서 생명을 받은 우리의 기본값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우주의 프로토콜(규범)에 종속되며, 종속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 프로토콜에의 종속을 거부함이 주류를 이루는 기이한 시대를 살고 있다.
--- p.203

그러므로 신품성, 완전성, 완벽성, 구족성(다 갖추고 있음, 불구가 아님), 자족성, 무오류성, 독립성은 인간적인 특성이 아니다. 그 정반대물, 즉 중고물스러움, 불완전함, 완벽하지 않음, 불구적임, 취약함, 다치거나 실수하기 쉬움, 의존성이야말로 인간의 특성이다.

--- 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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